최근 '걸그룹 서열'이 인터넷을 달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등급표는 '넘사벽' 소녀시대부터 '인기 마지노선' 달샤벳까지, 걸그룹의 인기를 분류해 놓아 흥미를 자아냈다. 아이돌 홍수 속에 거대 소속사와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요즘 아이돌들의 적자생존 구도의 한 단면이랄까.

22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 '연기돌'편은 그 아이돌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엿보게 하는 단초가 되어줬다. <해를 품은 달>로 단숨에 인지도를 높은 제국의 아이돌의 임시완, 특유의 백치미를 통해 '예능신동'으로 떠오른 엠블랙의 이준, '꿀벅지'논란의 주인공에서 <오작교 형제들>의 여주인공을 꿰찬 애프터스쿨의 유이, 데뷔 9년차 가수에서 일일드라마 <우리집 여자들>을 통해 주부시청자들에게 어필한 트랙스의 제이.

'독설' 김구라까지도 애정의 눈빛을 보낸 이준의 예능감이 화제가 됐지만, 사실 이날의 핵심은 '라스' 특유의 치고빠지는 토크 속에서 연기까지 병행하게 된 아이돌 멤버들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준의 김치볶음밥부터 유이의 '너 때문에' 무대에서의 자리싸움까지. 아이돌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토크들을 모아 봤다.

 <라디오스타> '연기돌'편의 한 장면

<라디오스타> '연기돌'편의 한 장면 ⓒ MBC


"괜찮아요. 김치볶음밥 때문에 이미 미각을 잃었으니까요. 배부르면 됐죠."

맞다. '김밥XX' 식당엔 이준 말마따나 메뉴가 50가지가 넘는다. 그런데도 엠블랙의 매니저들은 매일 아침 김치볶음밥만 시켜준단다. "그럴 필요도 없는데" 꼭 계란을 2개씩 얹어서. "햄버거도, 김밥도" 먹고 싶은 이준과 멤버들은 그러나 차 안에 앉아서 매일 김치볶음밥만 먹는다고 한다. 바쁠 땐 고작 2~3시간씩 수면을 취하고, 밴에서의 쪽잠이 다반사라는 아이돌의 일상을 상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엠블랙 매니저들의 게으름(?)도 한몫했겠지만.

"(슈퍼주니어가)이건 아니지 않아? (보컬인) 제가 댄스 브레이크를 했어요."

아이돌 그룹에 대한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수입배분이다. 독한 <라스>가 그냥 넘어갈리 없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입을 6등분을 한다던 엠블랙은 정확히 일한 만큼 가져가고, 애프터스쿨 또한 행사에 있어선 나선 멤버들만 가져가는 구조란다. 특히 개인 활동이 활발한 인기 아이돌은들은 행사 활동에 있어선 배분이 철저하다고. 그래서 멤버가 많은 애프터스쿨은 반주 녹음 테잎이 30가지 버전이 될 정도란다. <라스>의 MC인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 또한 보컬이지만 행사 당시 13명 중 멤버가 절반 밖에 없어 춤을 춰야 했던 씁쓸한 행사의 기억을 털어놓기도 했다.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떠오르는 '연기돌'로 각광받고 있는 임시완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떠오르는 '연기돌'로 각광받고 있는 임시완 ⓒ MBC



"(제국의 아이돌의) 광희를 달래 주느라고 밤을 샜어요."

아이돌도 인간이다. 게다가 치열한 경쟁을 겪어야 하는 연예계에서 멤버간의 질투가 없을리 없다. 공식인터뷰에서 "저희는 멤버들끼리 정말 잘 지내요"라던 아이돌, 걸그룹들. <라스>에서는 진실이 터져 나온다. 유이와 소주 광고를 먼저 찍게 됐다는 임시완은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광희의 질투를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애프터스쿨의 유이 또한 무대에서 자신에게 몰린 카메라 때문에 메인보컬 레이나에게 상처를 줬었노라 고백했다. 이른바 '센터(무대 가운데 자리) 싸움이다. 아이돌 멤버들에게 팀 내 경쟁은 숙명이다.

"연기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부산대 출신이라는 임시완은 이렇게 고급스러운(?) 멘트로 김구라의 총애를 받았다. 준수한 외모와 함께 임시완은 이러한 소감으로 함께 오디션을 본 제국의 아이들 멤버 희철, 케빈, 형식을 제치고 <해를 품은 달>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오디션은 데뷔 전이나 후나 (작품 의뢰가 먼저 들어오는 소수를 제외하고)아이돌들에게 있어 필수 항목이다.

6~7차에 이르는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쎄신>의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과했다는 이준은 소속사 사장인 비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MC들의 추궁을 받아야 했다. 록그룹 트랙스의 제이 또한 미국 오렌지카운티 유학 중 힙합으로 SM에 캐스팅 됐다는 비화를 털어놨다.

 이수만 대표에게 감사를 표시한 트렉스의 제이

이수만 대표에게 감사를 표시한 트렉스의 제이 ⓒ MBC


"음반을 내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기 때문에 불만이 없어요."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외에도 아이돌 그룹의 기획사는 즐비하다. 특히나 거대 기획사 수장들에게 세간의 이목이 쏠리면서 기획사 사장과 아이돌과의 관계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래서 <라스>는 소속사 사장들에 대한 불만을 물었다.

유이는 대화 타이밍이 맞지 않는데 따른 소통부재를, 임시완은 제국의 아이들에게 맞는 곡을 불렀으면 하는 희망을 얘기했다. 그 중 가장 솔직한 이는 제이였다. 군입대를 앞둔 제이는 이수만 사장이 "(수익을 못 내기 때문에)굳이 트랙스 앨범을 내 줄 필요가 없는데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해 준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에 대한 김구라의 답? 역시나 <라스>다웠다. "니들, 언제까지 하나 보자."

라디오스타 아이돌 유이 임시완 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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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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