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재철 MBC 사장은 22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정기 이사회에도 불참했다.

22일 오후 5시경 서울 여의도 방문진에서 취재진 앞에 나타난 정상모, 한상혁 이사는 "야당 추천 이사 3인(고진·정상모·한상혁 이사)은 김재철 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키로 했다"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정식 해임안을 제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김재철,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MBC 총파업과 현안 등에 대해 김재철 사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을 예정인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총파업 중인 MBC노조원과 김완태, 문지애, 신동진 아나운서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MBC 총파업과 현안 등에 대해 김재철 사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을 예정인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총파업 중인 MBC노조원과 김완태, 문지애, 신동진 아나운서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MBC 총파업과 현안 등에 대해 김재철 사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을 예정인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총파업 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총파업 중인 MBC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 유성호


한상혁 이사는 "오늘 오후 3시쯤 김재철 사장으로부터 '자신의 정보로는 지난번과 동일하게 노조의 물리력 행사 우려가 있어 불출석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며 "이후 이사회에서 (김 사장에게) '30분간 정회하고 기다릴 테니 출석하라'고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불출석을 통보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 이사는 "해외연수와 관련한 예산을 과다하게 지출한 것이 있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서류를 요청했는데 두 달 이상 받지 못했고, 지금까지 이사회 출석도 두 차례나 거부했다"며 "야당 추천 이사 3인은 지금까지의 김 사장의 행보만 보더라도 더이상 MBC 사장으로서의 직책을 유지할 이유도, 자격도 없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사퇴를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모 이사 역시 김재철 사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재철 사장이 (MBC 노동조합의 파업 사태를) 자성하고 심각하게 고민해야함에도, 처벌 위주의 방침만을 밝히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편파방송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 사장이 MBC 출신으로서 애정이 있다면, 공정성 문제에 대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방송 책임자로서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또한 정상모, 한상혁 이사는 모두 김재철 사장이 불출석의 이유로 든 '노조와의 물리력 충돌 우려'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는 사유"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 이사는 "김 사장에게 노동조합원들이 출석을 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고,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조에 요청하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오늘도 노조원들이 (방문진 앞에) 와 있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가진 정보로는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본질을 왜곡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상모 이사 역시 "이사진 모두 (이번 불출석에) 유감을 표시했다"며 "MBC 노조는 폭력집단도 아니고, 그런 사례도 없는데 자의적으로 (물리적 충돌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사유를 대며 불참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 노동조합, 이의제기는 가능하나 집단행동은 맞지 않아"

반면 여당 추천 이사인 김광동 이사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 이사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사퇴 권고에 대해 "(사장) 임명권을 가진 기관이 해임 결의는 할 수 있어도, 사퇴 결의를 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맞지 않다"며 "추후 해임안이 나온다면 그 내용을 충분히 논의한 후 적절한 시기에 표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이사는 "김재철 사장이 나오지 않은 것은 나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 것"이라며 "물리적 충돌을 감행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다면 그것도 (불참) 이유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광동 이사는 MBC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첫째로 양자간의 성실한 협상이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노조는 (사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의견을 표출해야지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이사는 "모든 이사들이 유감을 표했다"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에서 MBC 파업에 대해 김재철 사장과 의견을 나누지 못하는 상황이 유감이라는 것"이라며 "또한 그런 기회를 봉쇄하는 노조의 행위에 대해도 유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는 MBC의 현안에 대한 승인을 미룬 채 김재철 사장에게 다시 한 번 출석을 요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모 이사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MBC 사장에게 직접 현안보고를 듣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한 MBC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3시 40분 경 김재철 사장의 불참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방문진 앞에 모였다. 이들은 방문진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약 20여분간 약식 집회를 갖고 해산했다.

MBC 파업 김재철 방송문화진흥회 방문진 MBC 노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