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가수 인생을 살아온 가요계의 전설 패티김이 은퇴를 선언했다.

54년 가수 인생을 살아온 가요계의 전설 패티김이 은퇴를 선언했다. ⓒ 피케이프로덕션


패티김의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1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살아있는 전설' 패티김은 결국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가장 건강할 때, 최고에 올랐을 때, 팬들의 사랑을 받을 때 떠난다는 게 그의 뜻이었다. 패티김은 "지금 역시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은퇴에 대한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무대 맛을 아는 사람은 무대를 떠나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것을 알기에 미련은 많이 남죠. 태양이 떠오를 땐 밝고 희망적인 모습이고 석양이 질 땐 노을빛이 온 세상을 붉게 화려하게 물들이잖아요? 저 역시 태양이 질 때처럼 그 화려한 모습으로 팬들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은퇴 결심은 10여 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었다. 패티김은 "본래 데뷔 50주년 공연을 끝을 은퇴시기로 생각했지만 당시에 너무 노래도 잘되고 건강도 좋았다"면서 은퇴를 다소 미루었던 사연을 소개했다.

은퇴 번복? 절대 없다..."최고일 때 떠나는 것"

"50대 때 팬들에게 약속을 했어요. 앞으로 10년은 더 하면서 데뷔 50주년 때 다시 만나겠다고요. 그 이후로 노력 많이 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성대 역시 늙어가요. 하지만 팬 분들은 전성기 그때 모습을 항상 기대하죠. 50주년 때 공연도 성황리에 잘 끝냈어요.

그땐 그 이후를 자신 있게 약속을 못했습니다. 건강상 무슨 일이 날지 모르잖아요. 성대도 갑자기 이상해질 수 있고요. 그 이후부턴 1년씩 차근차근 해나가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작년 9월에 결심을 했죠. 이젠 정말 은퇴공연을 해야겠다고요."

올해로 74세, 가수인생 만 54년의 패티김이다. 기자들의 계속되는 은퇴 번복 여부에 대해 패티김은 "절대 없다. 이젠 떠난다"다며 다시 한 번 분명한 뜻을 보였다. 15일 전격 은퇴를 발표한 패티김은 앞으로 전세계를 돌며 고별 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오는 6월 2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 첫 고별 콘서트가 된다.

다음은 패티김과의 일문일답.

- 은퇴가 너무 이른 감이 있는 것 같다.
"마음으로는 5년, 10년 영원히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건강한 상태로 무대 떠나는 게 패티김답다는 생각을 했다.

- 은퇴를 앞두고 동료나 가족에게 심경을 밝힌 적이 있나?
"가족에겐 의사를 전달했었다. 그리고 나와 일을 꾸준히 해온 프로덕션 임원들에게도 했다. 제일 먼저 은퇴 의사를 밝힌 건 SBS 사장단이었다. 다른 가수 동료들은 오늘 뉴스를 통해 처음 알게 될 거다."

- 현재 건강상태는 어떤가.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우선 내가 건강해보이지 않나? 그동안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라고 외쳐왔다. 내 정신, 육체연령은 40대다. 지금도 1500m 수영도 거뜬하고 매일 4, 5Km를 걷는다. 건강으로 치면 앞으로 10년도 더 자신 있다.

은퇴는 10여 년 전 부터 생각해왔다. 외국에서도 유명한 분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 많이 보며 가슴이 아팠다. 난 그렇게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정상 타이틀을 오랫동안 갖고 있지 않았나. 올라가기까지 참 힘들다. 그런데 막상 최고에 올라가면 그걸 지키기가 올라가기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 내려오는 건 순식간이다. 그걸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 은퇴한 후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다시 노래가 하고 싶다면 어쩔 것인가?
"사실 그것까진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천천히 생각은 하고 있다. 은퇴를 하면 생각할 시간은 많을 것이다. 지금은 평범한 김혜자 할머니로 돌아가서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서 딸들과 시간 많이 보내고 싶다. 지금도 그렇지만 다시 노래하고 싶다면, 그땐 거울 보면서 막 노래해야지 어쩌나. 하하!"

노래는 당연히 더 하고 싶다. 내 인생 4분의 3을 노래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시를 쓰거나 작곡을 한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가수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팬들이 50년 넘게 성원해주셨다. 눈물 흘리시는 분도 많을 거다. 나도 속으로 눈물 흘리고 있다.

그럼에도 마무리는 잘해야 한다. 이게 패티김의 스타일이다. 앞으로 무료로 내가 노래를 할 수 있는 행사라면 하겠다. 그 외에 유료 공연이란 건 절대 없다."

 은퇴를 선언하는 가수 패티김

은퇴를 선언하는 가수 패티김 ⓒ 패티김 공식홈페이지


"무대는 설수록 어려워"...팬의 일침 후 절대 노래의 키를 낮추지 않아

- 지금에 와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30대로 돌아가고 싶다. 가수로선 50대가 가장 성숙한 골든 보이스였다. 성량도 풍부했고 음성도 좋았다. 어렸을 땐 솔직히 멋만 부리고 고음이 잘 나오는 걸 자랑만 한듯하다. 40이 되고 50이 되니 갈수록 무대가 참 어렵다는 거 알았다. 처음엔 나만 잘난 걸로 착각했다.

노래하면 할수록 긴장되고 어렵더라. 무대 몇 십분 전부터 의상입고 준비해왔다. 절대 앉지를 않는다. 공연 직전엔 작은 지진이라도 나서 공연이 취소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아직도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 지금까지 살면서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어떻게 후회가 없겠나. 그럼에도 후회는 별로 없다. 아쉬움은 많지만 말이다. 지방 공연을 가면 하루 2회 공연하는 경우가 많다. 2회 공연을 생각하면서 원곡에서 반키 정도 내린 적이 있었다. 언젠가 '사랑은 영원히'란 곡을 불렀을 땐데 한 팬이 내가 키를 내려 불렀다는 글을 올렸더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원곡 키를 그대로 부르고 있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음악공부를 더 하고 싶다. 20대 땐 너무 어렸고 30대 때가 여자로선 가장 좋았던 시간 같다. 가수 이외엔 다른 걸 생각해본 적 없다.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 해도 가수 패티김이 될 것이다."

- 가수로서 또한 한 여자로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있다면?
"여자로선 큰 딸 정아와 둘째 카밀라를 낳았을 때 가장 행복했다. 내 딸이어서가 아니라 카밀라는 참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는데, 노래를 중단했다. 지금은 임신 7개월이다. 조금 있으면 세 번째 손주를 얻는다.

가수로서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 때 그리고 카네기 콘서트 홀 섰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그때 뉴욕 교포들이 눈물을 흘리며 공연을 보시며 좋아했다."

-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곡이 있다면?
"너무 많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사랑은 영원히', '사랑은 생명의 꽃', '가시나무 새', '빛과 그리고 그림자', '9월의 노래'까지 말이다. 특히 '9월의 노래'는 가장 애정을 갖고 부른다. 부를 때 마다 어딘가를 휙 돌고 오는 기분이다. 뭔가 사연이 있는 건 아닌데 노래 후반부에만 가면 눈물이 난다."

- 혹시 노래 중에 특별한 사연이 있는 노래가 있는가.
"'빛과 그리고 그림자'라는 노래에 사연이 있다. 이건 부르면서 많이 울었다. 잘 알던 부부가 있었다. 30대 미남 미녀 부부였는데 언제였는지 부인이 정신착란으로 집을 뛰쳐나갔다. 나가면 남편이 데려오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 집을 나가버린 부인을 끝내 찾지 못했다.

그 아름다운 여인이 흐트러져서 얼마나 많은 일 당했을까. 또 남편의 심정은 어떻겠나. 남편이 이후에도 계속해서 찾아다녔더라. 차마 묻진 못했지만 지금도 못찾았겠지. 남편 분이 당시의 심경을 적은 글을 꼭 곡으로 써 달라고 해서 발표한 곡이 바로 그 노래다. 가사 자체가 남편 분의 마음이다."

 1960년대 패티김의 모습

1960년대 패티김의 모습 ⓒ 피케이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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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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