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와는 달리, 팀 성적이 크게 중요치 않은 신인왕. 최근 2년 동안 신인왕의 주인공은 모두 9위 팀 소속의 선수들이었다. 과거 2003-2004시즌에 평균 3.2점의 이현호(당시 서울 삼성)가 팀 성적에 힘입어 신인왕을 탄 이후, 신인왕 선정 기준에서 팀 성적은 사실상 사라졌다. 물론 후보들 간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면, 팀 성적이 플러스알파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이번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신인왕은 사실상 오세근(안양 KGC)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지난 12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 당시 오세근과 김선형(서울 SK), 최진수(고양 오리온스)의 소속팀은 모두 28경기씩을 치른 상태였다. 한 시즌이 총 54경기이기에, 중반을 막 통과한 시점이었다.

12월 22일까지 특급 신인 3명이 기록한 성적은 아래와 같다.

 12월 22일까지 기록한 오세근, 김선형, 최진수의 성적

12월 22일까지 기록한 오세근, 김선형, 최진수의 성적 ⓒ 홍진표


분명 득점과 리바운드, 스틸 등에서 오세근이 김선형과 최진수를 압도하고 있었다. 센터로서 스틸 능력까지 보유한 오세근은, 도저히 흠잡을 것이 없는 신인왕 후보이자 MVP 후보로 주목받았다. 그렇지만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신인왕 판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다음은 전반기 종료까지 오세근, 김선형, 최진수가 기록한 성적이다.

 전반기까지 기록한 오세근, 김선형, 최진수의 성적

전반기까지 기록한 오세근, 김선형, 최진수의 성적 ⓒ 홍진표


오세근의 평균 출장 시간이 32분대로 늘어남에 따라, 득점력이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13경기 사이에 평균 1.4점이나 떨어진 오세근. 반면에 김선형은 팀의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직접 득점을 해결 짓는 장면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서 평균 득점도 소폭 상승했다.

최진수의 경우는 계속해서 평균 득점을 높여 가고 있다. 그렇지만 시즌 초반에 워낙 부진했었기에, 그것을 모두 만회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최진수가 평균 15점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남은 12경기에서 모두 20점을 기록해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최진수가 드러나는 성적 면에서 오세근과 김선형을 따라 잡기는 힘들다.

 KGC 오세근

KGC 오세근 ⓒ KBL

이제 오세근의 KGC도, 김선형의 SK도 13경기가 남았다. 시즌 28경기를 치른 이후의 13경기에서 오세근은 평균 득점이 계속 하락했고, 반대로 김선형은 평균 득점이 올랐다. 만약 지금과 같은 추세로 시즌이 마무리 된다면, 오세근의 평균 득점은 14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선형의 평균 득점은 16점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스틸 또한 오세근은 부상과 체력 저하로 인해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고, 반대로 김선형은 스틸 수치 또한 높아지고 있기에, 스틸 부문에서도 두 선수가 동률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불과 한 달여 만에 두 선수의 입장이 많이 바뀐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KGC 소속의 박찬희와 이정현 두 명이 신인왕 각축전을 펼쳤었다. 그 당시 이정현이 평균 득점에서 박찬희보다 1점이 높았지만, 박찬희가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스틸, 출장 시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이정현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었다. 이처럼 득점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여러 부문에서 고루 좋은 성적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SK 김선형

SK 김선형 ⓒ KBL

그리고 신인왕 선정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 한 가지! 기자들과 얼마나 가까이 지냈고, 기자들에게 얼마나 호감을 주었는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지난 시즌 신인왕은 기자단 투표로 결정됐다. 박찬희는 국가대표로 뛰면서 이정현보다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더 많았고, 기자들과 인터뷰 할 기회가 이정현보다 더 잦았다는 프리미엄이 있었다.

이번 시즌에도 분명 국가대표 경력이 많은 오세근이 상대적으로 김선형보다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김선형 또한 올스타전 등에서 자신의 다재다능함을 마음껏 뽐내며 많은 농구팬들과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진가를 알렸다.

팀 성적과 경력, 리바운드에서는 오세근이, 득점과 어시스트,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화려한 플레이 등에서는 김선형이 각각 앞선다. 앞으로 남은 13경기에서도 김선형의 평균 성적은 계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부상으로 올스타전에서도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오세근은 체력적 부담으로 인해 평균 기록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는 신인왕 대결. 남은 경기는 단 13경기다. 과연 기자단은 어느 선수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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