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시즌 SK에서 새출발 하게 된 로페즈 KIA가 3년 동안 마운드를 이끌었던 로페즈를 임의탈퇴가 아닌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주며 로페즈는 SK의 이적이 가능하게 되었다.

▲ 2012시즌 SK에서 새출발 하게 된 로페즈 KIA가 3년 동안 마운드를 이끌었던 로페즈를 임의탈퇴가 아닌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주며 로페즈는 SK의 이적이 가능하게 되었다. ⓒ KIA 타이거즈


아퀼리노 로페즈와 최영필이 SK에 둥지를 트며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2012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로페즈는 2011 시즌 전반기에만 10승을 거두며 팀 동료였던 윤석민과 다승왕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비록 로페즈는 후반기 들어 갑작스런 옆구리 부상으로 제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KIA에서 3년간 뛰면서 통산 29승 24패 2세이브 평균자책 3.88을 기록해 특급 용병이었다. 또한 그는 매년 150이닝 이상을 던지는 '이닝이터'(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최영필은 지난 2010 시즌 FA 신청을 했다가 보상금에 발이 묶여 원 소속구단인 한화를 포함해 다른 어떤 구단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프로 14년 동안 35승 55패 13세이브로 눈에 띠는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었다.

이처럼 아무런 인연도 없는 둘이 어떻게 같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원 소속구단이었던 KIA와 한화가 선수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기 때문이다.

선수 위해 조건 없이 족쇄 풀어준 KIA와 한화

 최영필 선수

최영필 선수 ⓒ 한화이글스



로페즈는 나이가 많은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한국 무대에서 10승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IA는 선동열 감독의 요청에 의해 로페즈와의 재계약을 포기했지만, 10승이 보장된 용병 투수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KIA가 용병농사에 실패하고, 팀을 떠난 로페즈가 펄펄 날기라도 한다면 제아무리 팬들이 신뢰하는 선동열 감독이라 하더라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 대부분의 구단들은 일부 검증된 용병들을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기보다는 임의탈퇴로 원 소속팀에 묶는 방법을 선택해왔다. 이 경우 용병선수들은 원 소속구단의 동의 없이는 5년간 국내 어떤 구단으로도 이적이 불가능하며 사실상 한국 무대에서의 선수생활은 끝나게 된다.

용병선수들을 임의탈퇴로 묶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두 시즌을 뛰며 검증은 끝났지만 계속해서 함께 하자니 뭔가 부족하기 때문이요, 그렇다고 다른 팀에 보내 그 선수가 친정팀에 칼끝이라도 겨눈다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전적도 중요시 하는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본의 아니게 팀을 떠난 경우, 친정팀을 향해 비수를 꽂는 일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최영필의 경우는 한화의 대승적인 선택이 선수를 살린 경우다. 이미 'FA 미아'가 돼 지난 1년 동안 멕시코와 일본의 독립리그를 전전한 최영필은 자유계약으로 풀리기 전까지 엄연히 한화구단 소속이었다. FA로 이적하기 위해서는 보상조건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하지만 한화는 지난 3일 최영필에 대한 FA 보상권리를 모두 포기하고 조건 없이 풀어줬다. 만약 한화가 끝까지 보상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최영필의 SK 이적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선수를 위한 선택을 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엄밀히 보면 선수는 구단의 자산이다. 팀 성적에 따라 모 기업의 지원과 감독의 명운이 갈리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때문에 구단과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선수를 포기하거나 FA선수에 대한 보상권 등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 또한 의리와 정을 중요시 하는 현실에서 원 소속팀을 떠나는 것을 쉽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람은 집단 속에서 문화를 만들어내고, 그 문화는 사회를 형성하는 에너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다음 세대를 만드는 것은 이전 세대이며, 세대는 바뀌지만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즉, KIA와 한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지금까지의 관례대로 로페즈와 최영필을 안고 있었다면 두 명의 선수는 더 이상 국내무대에서 뛰지 못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두 명의 선수를 조건 없이 풀어준 KIA와 한화는 손해 보는 장사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팀의 전력을 손익계산서를 통해 분석할 수 없다. 선수를 위해 대승적인 선택을 한 KIA와 한화는 분명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KIA와 한화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 프로야구가 앞으로 더 진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의 눈앞에 이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수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새로운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는 곧 프로야구의 미래, 나아가 선수들의 권익과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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