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의 영화를 위한 열정은 어디서나 뜨겁다. 새로운 작품의 개봉을 전후로 영화 홍보를 위한 여러 자리가 생기곤 하는데 이 중 배우들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있으니 바로 '호프데이'다.

보통 호프데이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혹은, 영화가 200만, 300만 관객 동원으로 흥행 가도를 달릴 때 마련된다. 이 자리는 곧 영화와 관련한 사람들, 즉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과 취재진들이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자리이다. 이 자리에선 카페나 호텔에서 이뤄지는 공식 인터뷰의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영화의 후일담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경우도 많고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기사에는 담지 못하는 미묘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한다.

'술 즐기는' 신하균, '외모 짱' 고수, '분위기 적응중' 이제훈

 영화 <고지전>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세 배우. 왼쪽부터 신하균, 고수, 이제훈

영화 <고지전>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세 배우. 왼쪽부터 신하균, 고수, 이제훈 ⓒ 이정민,사람엔터테인먼트


올해 호프데이에서 가장 진지하면서 진중했던 배우로는 신하균을 꼽을 수 있을 법 하다. 여름 대작 중 하나였던 영화 <고지전> 호프데이에 모습을 나타낸 신하균은 기자들과 주로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이었다. 스스로도 술을 즐기는 편이라는 그는 영화 속 자신의 모습에서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는 데에서 아쉬움이 있다"면서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전달하거나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들에 대해 기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등 적극적이면서 '알맹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몇몇 기자들과는 이후 "따로 동네에서 함께 술을 함께해도 좋을 것 같다"며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영화에 출연한 고수는 단연 돋보이는 외모로 뭇 여기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다소 달아오른 얼굴색에도 고수는 시종일관 쾌활한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한껏 그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신하균·고수에 비해 충무로의 떠오르는 신예 이제훈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말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형들(신하균,고수) 사이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술보다는 커피나 차를 즐기는 편이라는 이제훈은 주로 기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게임과 유머로 점철' 윤제균 감독, '익살스런' 고창석

 영화 <퀵>과 <7광구>의 제작을 맡은 윤제균 감독(왼쪽)과 배우 고창석의 모습

영화 <퀵>과 <7광구>의 제작을 맡은 윤제균 감독(왼쪽)과 배우 고창석의 모습 ⓒ 민원기,이정민


윤제균은 올해 호프데이에서 가장 빛났던 감독이 아닌가 싶다. 영화 <퀵>과 <7광구>의 제작자로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을 그는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그 특유의 입담으로 유명하다. 특히 윤제균 감독은 처음 만나는 기자들과도 스스럼없이 말을 던지고 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이었다. 한번 만나고 대화를 나눈 기자라면 윤제균 감독은 이름을 까먹지 않는 걸로도 유명한 그는 실제로 해당 자리에서 먼저 "여~ XX 기자!"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보통 의무감에 자리를 지키다 시간이 되면 자리를 뜨는 다른 감독들에 비해 윤제균 감독은 새벽까지 기자들과 홍보 관계자들 틈에서 게임과 유머로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후문. 인간미 넘치는 그의 모습이었다.

'명품배우'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올 한 해 다양한 작품에 등장했던 배우 고창석은 외모처럼 사석에서도 편안한 모습이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경쟁 아닌 경쟁 관계에 놓였던 <퀵>과 <고지전>의 호프데이에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것에 대해 그는 "두 영화가 함께 잘 됐으면 좋겠고 감독들에게 감사하다"면서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걸 상대 감독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며 익살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 한해 호프데이에서 가장 친근하며 편안한 모습을 보인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고창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주 코치하는' 김주혁, '음식 나눠주는' 이윤지

 영화 <커플즈>의 두 주연 김주혁(왼쪽)과 이윤지

영화 <커플즈>의 두 주연 김주혁(왼쪽)과 이윤지 ⓒ 이정민


영화 <커플즈>를 통해 호프데이에서 김주혁을 만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를 선호하지 않는 편인 김주혁은 호프데이 참석 또한 처음이었다. 말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는 질문을 건네는 기자들의 시선에 일일이 눈을 맞추며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감독과 후배 배우 이윤지와 기자들과의 대화를 손수 이어주기도 했다. 자신보다는 이윤지나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해보라며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모습과 함께 이 안주 혹은 저 안주가 맛있다며 기자들에게 코치하는 젠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커플즈>의 히로인 이윤지는 기자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본인의 생각을 진중하게 담아 전했다. 특히 대학원 재학에 대해선 "영화와 달리 또 다른 나를 존재하게 하는 활동인 것 같다"면서 구체적인 생각을 전하기도. 특히 이윤지는 음식이 새로 나올 때마다 거리가 먼 기자들 접시에 손수 음식을 덜어주는 세심한 배려를 보이기도 했다. 그 덕분에 현장에 참석한 기자와 영화 관계자들은 모든 안주와 음식을 골고루 먹을 수 있었다고.

오다기리 죠 국내 호프데이에 참석한 유일한 외국인? 

이런 호프데이에 최초의 외국인이 참석했으니, 바로 일본배우 오다기리 죠다. <마이웨이> 측에서는 12월 중순에 오랜만에 충무로로 돌아온 강제규 감독과 기자들의 호프데이 소식을 알렸다. 강제규 감독만이 자리하고 출연 배우인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공지가 됐다. 헌데 이 자리에 강제규 감독과 나란히 오다기리 죠가 나타나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영화 <마이웨이>에서 마라토너를 꿈꾸는 일본인 하세가와 타츠오를 연기한 배우 오다기리 죠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마이웨이>에서 마라토너를 꿈꾸는 일본인 하세가와 타츠오를 연기한 배우 오다기리 죠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SK플래닛주식회사

<마이웨이>에서 강제규 감독과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장동건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있어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특히 한국 스타들은 얼굴에 잡티나 점을 피부과에 가서 주로 빼는 경향이 있다면서 오다기리 죠에게도 이와 관련돼 질문을 하니, 그는 "자신의 얼굴에 점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은 처음이다"라며 놀라기도 했다. 영화 외적으로 관상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자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다"며 진지하게 답했다.

강제규 감독은 오다기리 죠의 완벽한 연기뿐만 아니라 친화력과 유머 감각에 있어서도 호평을 보냈다. 오다기리 죠가 "제가 한국에서도 활동을 해도 잘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강제규 감독 "이미 한국 스태프들 사이에서 다 단련이 돼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포스' 이민정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서 아이돌 출신 라디오 DJ인 신진아 역의 배우 이민정이 마이크를 턱에 댄채 질문을 들고 있다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서 아이돌 출신 라디오 DJ인 신진아 역의 배우 이민정이 마이크를 턱에 댄채 질문을 들고 있다 ⓒ 이정민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듯한 포스'라는 게 정말 있다면 이민정이 그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영화 <원더풀 라디오> 호프데이에서 구석 자리든 어느 자리에서든 빛이 났기 때문.

특히 이민정은 기억력이 좋은 축에 속하는 배우였다. 한번 인터뷰를 하거나 안면이 있는 기자들의 특징을 짚어내 좌중을 놀래 키기도 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편의점에서 검은 봉지에 음료와 과자를 직접 사러 다니는 모습이 공개돼 역시 소탈하며 털털한 성격의 배우임을 인증한 이민정은 이 자리에서 "마흔이 넘어서도 아름다운 배우가 되고 싶다"며 "나름의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저기 그를 찾는 요청에 바삐 움직이던 이민정은 과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였다.

신하균 이제훈 이민정 오다기리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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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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