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조경아 선수를 만나다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조경아 선수를 만나다 ⓒ 곽진성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 조경아(14) 선수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무대를 꿈꾸는 한국 피겨의 기대주다. 잠재력 있는 점프와 남다른 표현력이 밝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 조경아 선수에게 최근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김연아 선수가 속한 회사(올댓 스포츠)와 3년간 매니지먼트를 체결해 훈련 편의를 제공 받게 된 것이다. 5년 전, 김연아 선수의 연습을 지켜보며 꿈을 키웠던 조경아 선수. 피겨여왕과의 짧은 인연은 가슴 따뜻한 운명이 됐다.

지난 14일, 과천에서 조경아 선수를 만나 특별한 사연을 들어봤다. 만 14세. 한국 피겨의 미래는 당차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얼떨떨하고 부담... 하지만, 좋아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조경아 선수는 인터뷰 내내 밝은 웃음을 지었다. 그 미소만큼 올 한해의 성과는 특별했다. 지난 5월, 만 14세의 나이에 생애 첫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기쁨을 누렸고, 12월에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속한 회사와 매니지먼트를 체결했다.

 조경아 선수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조경아 선수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 곽진성

이에 관한 '김연아 선수와 함께하는 한국 피겨 유망주'라는 내용으로 다수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이런 관심이 혹여 부담은 되지 않을까? 소감을 묻자 조 선수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소감요? 사실 얼떨떨해요.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나면 날수록 부담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고…. (웃음) 좋아요. 학교 친구들도 기사를 보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해줬어요."

14살 스케이터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다. 기분 좋은 소식에 들뜰 법도 하건만. 조 선수는 1월 6일 시작하는 '제66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 선수권 대회'(1월 6일부터 8일까지, 태릉)를 준비하며 흔들림 없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조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꼭 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내년 국가대표 선발 점수가) 지금 아슬아슬 하거든요. (웃음) 아직 컨디션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대회에서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싶어요. 이번에 급수 때문에 주니어부로 출전하는데, 목표는 우승이에요, (웃음) 그런데 동생들과 경기를 펼치게 돼서 더 떨리네요."

이번 대회에 조경아 선수는 그동안 갈고 닦은 트리플 점프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 시즌 트리플 플립, 럿츠 2가지 점프를 성공했던 조 선수는 나머지 트리플 점프도 모두 성공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14살, 153cm 국가대표의 꿈은... "키 컸으면!"

 인터뷰에 다양한 표정을 짓는 조경아 선수

인터뷰에 다양한 표정을 짓는 조경아 선수 ⓒ 곽진성



현재, 조 선수는 트리플 4종 점프(토·살코·플립·러츠)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녀는 이를 위해 자신이 극복해야 할 부분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현재는 제 점프 높이가 좀 낮아요. 축이 비뚤어져서 점프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런 점프는 성공해도 운이니까 앞으로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겠습니다."

조경아 선수는 기술적인 면에서 많은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스케이터다. 점프 축을 세우고, 점프의 높이를 좀 더 높인다면, 가산점(GOE)을 획득할 수 있는 우수한 점프를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적인 면에서도 잠재력이 뛰어났다. 현재 조경아 선수의 예술점(PCS)은 세계 주니어 상위권에 속하는 국가대표 김해진, 박소연 선수에 비해 객관적인 영역에서 낫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조경아의 프로그램 표현력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인터뷰 도중 밝게 웃는 조경아 선수

인터뷰 도중 밝게 웃는 조경아 선수 ⓒ 곽진성



쇼트 프로그램 <와호장룡 OST>(안무 신예지)의 안무 중간의 해석은 '재능을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런 부분을 키워나간다면 예술적인 연기를 펼치는 스케이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과 예술에서 좀 더 나은 연기를 꿈꾸는 조경아 선수. 그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 있다. 바로 성장이다. 97년 생 국가대표 중 가장 작은 축에 속하는 조 선수는 한 가지 바람으로 '키 크기'를 꼽았다.

"키가 컸으면 좋겠어요. 저희 오빠도 이때쯤 컸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153cm에요. 얼른 얼른 12cm쯤 커서, 키가 165cm가 되면 좋겠습니다."

"연아 언니는 쿨해서 좋아요!"

조경아 선수는 피겨여왕 김연아를 보고 성장한 97년생 '연아바라기' 세대다. 유년시절 조 선수는 김연아 선수의 야간 훈련 연습을 관람하며 피겨 선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2006년 4월 쯤, 연아 언니가 과천 빙상장을 대관해 야간 훈련을 했어요. 그때 엄마랑 빙상장 바깥의 2층 의자에 앉아 연아 언니의 연기를 보곤 했어요. 늦은 시간이었지만 꼭 보고 집에 갔어요. 매번 '어떻게 저렇게 빨리 타지?'라며 놀랐죠."

2006년 봄, 조경아 선수는 국가대표가 돼 김연아 선수와 함께 스케이팅 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 5년 뒤, 꿈은 현실이 됐다. 2011년 봄, 국가대표가 돼 함께 태릉에서 훈련을 하게 된 것이다.

 태릉 훈련 후, 피겨 국가대표팀. 김연아 선수를 바라보는 조경아 선수의 표정이 이채롭다. (왼쪽부터 조경아, 김해진, 박연준, 김연아, 곽민정 선수)

태릉 훈련 후, 피겨 국가대표팀. 김연아 선수를 바라보는 조경아 선수의 표정이 이채롭다. (왼쪽부터 조경아, 김해진, 박연준, 김연아, 곽민정 선수) ⓒ 곽진성


당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8월 6일의 일이다. 그날 따라 조경아 선수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조 선수는 열심히 준비한 주니어 그랑프리 대표 선발전(8월3~4일)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고, 이어진 승급 시험(8월 5일)에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이스쇼 출연을 제안 받았지만 고민 끝에 거절했다.

이런 속상함과 아쉬움이 겹쳐 조경아 선수는 우울하게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연습 후 조경아 선수의 표정이 180도 달라져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밝았다. 조경아 선수는 집에 가는 길에 즐거움 가득한 표정으로 엄마에게 말했단다. "엄마, 나 오늘 연아 언니 번호 땄어!"라고. 조 선수는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여름에 국가대표 단체 사진을 찍은 후, (김)해진이가 용기내서 (김)연아 언니에게 번호를 물어봤거든요. 사실 저희 또래 모두 연아언니에게 선뜻 번호를 묻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냥 알려주시는 거예요. (웃음) 저도 이때다 싶어 '저도 저도, 알려주세요'라고 했어요. 번호를 땄죠.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아서 번호를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외워버렸어요."

 국가대표 훈련이 끝난 후, 97년생 국가대표 김해진, 조경아 선수가 나란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두 선수는 김연아 선수에게 물어 번호를 얻었다.

국가대표 훈련이 끝난 후, 97년생 국가대표 김해진, 조경아 선수가 나란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두 선수는 김연아 선수에게 물어 번호를 얻었다. ⓒ 곽진성


 김연아 선수 번호를 얻고 활짝 웃는 조경아 선수

김연아 선수 번호를 얻고 활짝 웃는 조경아 선수 ⓒ 곽진성


행복한 표정을 짓는 조경아 선수에게 연락은 가끔 하는지 물어봤다.

"네…. 번호를 저장하니까 무료 문자 프로그램에 언니 이름이 뜨더라고요.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몰라 보낼까 말까, 보낼까 말까 계속 고민하다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바로 와서 너무 좋았어요.(웃음)"

- 재밌네요. 조경아 선수가 본, 김연아의 선수의 성격은 어떤가요? 
"연아 언니는 쿨해서 좋아요. 실제로도 재미있고 멋있어요. 이제 저도 (김)연아 언니랑, (곽)민정 언니랑, (김)해진이랑 지상 훈련을 같이 하는데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습니다. 저도 쿨한 성격이거든요.(웃음)"

열심히 노력해서, 연아 언니 박수를 받고 싶어요!

 국가대표 조경아 선수가 환하게 웃으며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국가대표 조경아 선수가 환하게 웃으며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곽진성


대한민국 피겨 여자싱글의 97년생(김해진·박소연·박연준·이호정·조경아)선수들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21세가 된다. 많은 이들이 97년생 5인방이 평창 은반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경아 선수도 평창 동계 올림픽 꿈을 꾼다.

"모두들 나가고 싶겠지만, (웃음)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꼭 출전하고 싶어요. 올림픽에 대한민국 대표로 나가려면 더 열심히, 연아 언니처럼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조경아 선수

조경아 선수 ⓒ 곽진성

평창 동계 올림픽의 무대에서 경쟁자 될 세계 피겨 유망주들은 벌써 시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강세다. 조경아 선수는 주목해야 할 선수로 러시아 신예 뚝따미쉐바(15)를 언급했다.


"뚝따미쉐바가 잘 하더라고요. 강릉에서 열린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2011)때, 이호정 선수를 응원하러 관람석에 있었거든요. 그때 뚝따미쉐바 선수를 직접 봤어요. 실력도 뛰어났고, '키스 앤 크라이석'에서 다리 걸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며 '포스'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대한민국 피겨 유망주로서 러시아 피겨 유망주 뚝따미쉐바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조경아 선수는 웃으며 "딱히….(없어요)" 라고 답했다.

대신, 대한민국 피겨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는 할 말이 많은 모양이었다.

"대표팀 분위기는 항상 좋아요. (곽)민정 언니는 대학 간 거 축하하고, 동갑 (이)호정이는 공부 좀 그만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요즘 시험기간인데, 새벽 3시까지 공부를 하더라고요. 영어 100점 맞았다던데 대단해 보여요. (김)해진이는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까 살 빼야한다는 소리를 안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연아 언니는 더 친해지고 싶어요!(웃음) 국가대표 선수 모두 다 잘해냈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크리스마스! 즐겁고 행복하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조경아 선수 인터뷰 현장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조경아 선수 인터뷰 현장 ⓒ 곽진성

"넌 어디학교 운동선수니?"(행사참가자) 
"네. 저는 과천중학교, 피겨 선수에요."(조경아)

12월 중순, 조경아 선수는 '과천 체육인의 밤 행사'에 참여해 나이 지긋한 행사 참가자와 잠시 대화를 하게 됐다. 그는 조 선수에게 어느 학교 운동선수인지를 물었다. 그 질문에 조경아 선수는 '과천중에 다니는 피겨선수'라고 또박또박 답했다. 그런데 재밌는 대답이 들렸다.

"그래? 너도 열심히 해서 같은 학교 김해진 선수처럼 훌륭한 국가대표 선수가 되렴." 
"앗. 네에!"

잠시 후 김해진 선수가 행사장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하며 함께 웃었다. 아직 많은 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피겨 국가대표를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가야할 길이 멀다. 하지만, 14살 피겨 유망주는 명랑하게 꿈을 키우며 앞으로 나가고 있다. 당장의 욕심보다는 뜨거운 열정을 안고 미래로 향하고 있다.

"해진이, 소연이가 잘 타니깐, 아직은 국제대회 출전 욕심은 없어요. 부럽지 않아요. 국제대회 나가기엔 제 실력이 부족하고, 키워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국가대표가 돼 평창 올림픽에 도전하겠습니다."

평창 꿈을 향한, 14살 조경아 성장의 발판은 국가대표 맏언니 김연아 선수다. 조경아 선수는 국가대표가 된 처음부터 지금까지 태릉 은반 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루고 싶은 소중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연아 언니에게 잘 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연아 언니는 훈련 도중 해진이가 좋은 점프를 성공시키면 박수를 보내면서 기분좋은 응원을 해주시거든요. 그런 모습을 볼 때 부러워요.(웃음) 사실 제 점프는 아직 연아 언니 박수를 받을만한 점프는 아니예요.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연아 언니의 박수를 받는 멋진 점프를 성공 시키고 싶어요."

눈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조경아 선수는 24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고대하던 갈라 무대를 갖는다. 기분 좋은 무대를 앞둔 조경아 선수는 피겨 팬들에게 가슴 따뜻한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넸다.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하는 조경아 선수, 평창 동계 올림픽을 향해 피겨 유망주의 열정이 뜨거웠다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하는 조경아 선수, 평창 동계 올림픽을 향해 피겨 유망주의 열정이 뜨거웠다 ⓒ 곽진성


"메리 크리스마스, 1년에 한 번 뿐인 크리스마스,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그런 조경아 선수에게 마지막 물음을 건넸다. '만약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인터뷰에 꼭 응해달라'는 제안이었다. 그 말에 어린 스케이터는 활짝 웃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기자에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피겨 국가대표 조경아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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