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기자회견장의 최강희감독

취임기자회견장의 최강희감독 ⓒ KFA


조광래 감독의 경질로 인해 그동안 공석이던 축구 국가대표 감독에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이 선임되었다. 감독 경질 이후 원칙없이 갈팡질팡하던 축구협회(이하 협회) 기술위원들은 이로써 무거운 짐 하나를 덜어내게 되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의 경질 과정과 이후 새로운 감독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협회의 무능하고 원칙없는 일처리는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강희 감독은 조광래 감독 경질 직후 가장 유력한 후보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전북현대에 남을 것임을 확인한 이후 최강희 독은 일단 후보군에서 제외 되는 듯 보였다.

그렇게 국내감독와 외국인 감독을 오가던 기술위원회의 마지막 선택은 최강희 독이었다. 어쩌면 최강희 독은 협회 기술위원회들를 위기에서 구해준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최강희 감독의 첫 번째 용기있는 선택이 빛을 발한다. 사실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전격적인 감독 경질과 그 과정에서 협회가 보여준 논리와 절차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뜻 감독 제의를 받아 들일 수 없을 것이다.

거기에 쿠웨이트전은 새로운 감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쿠웨이트와의 경기결과에 최종예선 진출, 나아가 브라질 월드컵 본선행까지 걸려 있어 감독 스스로도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상황이었다.

준비하는 기간도 부답스럽다. 흐트러진 대표팀을 정비하고 팀을 꾸려 쿠웨이트전을 준비하기엔 두 달 남짓한 시간은 짧기만 하다. 거기에 리그가 진행 중인 해외파 선수들까지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준비기간은 1주일을 넘기기 어렵다. 

만에 하나 쿠웨이트전에서 좋지 않은 결과라도 나온다면 모든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 그것도 길지 않은 준비기간에 단 한 경기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강희 감독은 용기있는 결정을 내렸다. 결정의 배경이 어찌 되었건, 일정부분 자신을 희생하고 위기의 중심에  서게 되는 힘든 선택이었을 것이다.

어리석은 축구협회, 현명한 답을 제시한 최강희감독

하지만, 최강희 감독의 용기있는 결정은 취임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자신의 임기는 2013년 6월까지, 즉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까지로 국한한 것이다.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깨끗이 감독직을 내려놓고 전북현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었다.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 위기에 처해있는 국가대표팀이지만, 최종예선에 진출할 경우 본선진출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호주와 일본이 기다리고 있지만 아시아에 배정된 4.5장의 본선행 티켓 중 한국의 몫은 분명 존재한다. 그만큼 본선진출의 가능성은 높다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예선전까지로 자신의 임기를 국한한 최강희 감독의 용기있는 결정은 전북현대구단과 팬 뿐만 아니라 모든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협회에는 강력한 어퍼컷 한방이었겠지만 말이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무대, 월드컵에서 자신의 팀을 이끌고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것을 꿈꾼다. 부와 명예까지 자연스럽게 따르는 자리가 바로 국가대표감독직이 아니던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북현대에 좀 더 집중하려고 했던 최강희 감독의 의중이 숨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머릿속에 국가대표에 대한 미련 따윈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용기있는 두번의 결정으로 또 한번 그의 진가를 발휘한 최강희 감독! 모두가 최고의 자리라는 국가대표 감독직이 그가 생각했던 최고의 자리가 아니었을까? 최강희 감독은 K리그와 전북현대에서 다른 방향으로 최고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의도야 어찌되었건 최강희 감독이 보여준 두 번의 용기있는 결정은 분명 K리그의 젊은 감독들과 팬들 모두에게 신선하고 아름다운 결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ccead.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감독 최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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