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브레인>의 이강훈(신하균 분)

KBS 2TV <브레인>의 이강훈(신하균 분) ⓒ KBS


이강훈(신하균 분)은 이기적이다. 김상철 교수(정진영 분)가 이강훈을 싫어하는 이유는 이강훈의 모든 좌표가 오로지 자기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강훈의 처지는 딱하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놔두고 어머니(송옥숙 분)는 집을 나갔고, 돌아온 어머니는 동생에 빚보증까지 안기며 이강훈에게 폐만 끼쳤다.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온 전임의지만 조교수라는 고지를 앞에 두고 집안 좋은 서준석(조동혁 분)에게 밀렸다. 더구나 그가 싫어도 고개를 숙이며 온갖 아부를 해댔던 바로 그 고재학 과장(이성민 분)에 의해서. 호기롭게 천하대 병원을 박차고 나와 화려하게 혜성대로 가고 싶었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안되고, 이제 암에 걸린 어머니 때문에 김상철의 개인 연구원이나 하면서 임상 과정에 있는 약에 손을 대기에 이르렀다.

12회를 마친 KBS 2TV <브레인>의 모든 에피소드는 이강훈의 고통을 위해 작동해 왔다. 그가 얼마나 힘든지, 고통스러운지, 그래서 그가 이기적이고, 못되게 굴고, 심지어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해도 어느새 그의 편이 되어버린 시청자들은 그를 동정하고 응원하게 되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개천의 용'이 되고자 고군분투했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누구보다 이강훈의 아집과 독선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어머니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임상 시약에 손을 댄 이강훈의 선택은 이제 그 이기심의 여파가 개인만의 몫이 아니게 만들었다. 물론 절실하다. 어머니는 당장 돌아가실 것같고, 방법은 없고, 거기서 남아있는 선택은 아직 임상 실험 중인 약이었다. 김상철 교수는 효과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늘 자기의 생각이 앞선 이강훈은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아니 들을 여유가 없다. 그리고 결국 망치까지 들고 달려들며 어머니에게 그 약을 썼다.

거기엔 결국 이강훈의 사모곡에 마음이 흔들린 김상철 교수와 이강훈이라면 무엇이든지 용서가 되는 윤지혜(최정원 분)의 도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비록 불가피한 상황이었더라도 도덕적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으로 지금까지 이강훈이 살아남기 위해 저질렀던 상황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개인적 상황'과 '객관적 정의와 도덕' 사이의 문제가 이강훈에게 과제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그저 개인의 이익과 욕구만을 위했던 이강훈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성장통을 겪는 이강훈의 다음이 기대된다

 KBS 2TV <브레인>의 김상철 교수(정진영 분)

KBS 2TV <브레인>의 김상철 교수(정진영 분) ⓒ KBS


<브레인>의 1막이 끝나간다. 여태까지 이강훈은 철부지 어린애 같았다. 조교수 자리를 바라보는 성인 남자임에도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가출을 용서하지 못하며 자신의 고통만에 머물러 있는 아이였다. 그러기에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김상철이라는 걸 알고 당장에 달려가 멱살을 잡고 울부짖을 수 있었다.

물론 김상철 교수의 원죄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투약을 해달라 조르고, 안되는 건 줄 뻔히 아는 상황에서도 수술을 하라고 윤지혜에게, 김상철에게 악을 쓰는 이강훈은 몸은 컸으되 여전히 자기만의 고통 속에 빠져있는 어린아이다. 우리 역시 버거운 삶을 살아가기 급급해 늘 나의 고민과 고통에 빠져 허우적대는 몸만 큰 어린아이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기에 이강훈이 남같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고통과 고민에만 빠져 있으면, 어느 상황에서도 역지사지는 절대 하지 못한 채 '내가 해봐서 아는데'만 되풀이하는 옹졸한 결과를 낳는다. '나'만 생각하면 '님비'나 '핌피'로만 남을 뿐이라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쓰여져야 할 약을 오로지 어머니를 위해 손을 댄 이강훈, 그리고 거기에 동정과 연민으로 함께 한 김상철과 윤지혜. 이제 책임이란 과제가 떠맡겨지면서 이강훈은 자신의 삶만이 아니라 사회에도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어른' 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성장통을 겪는 이강훈의 다음이 기대된다.

브레인 신하균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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