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이하 <일밤>)이 음악에 '올인'할 기세다. <일밤>은 그간 임재범을 전면에 내세운 <바람에 실려>와 유명 가수들의 경연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로 1부와 2부를 각각 구성해왔다. 두 코너의 주제어는 '음악'이었다.

<바람에 실려> 종영 이후 <일밤>에서 새롭게 내놓은 프로그램은 '뮤직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룰루랄라>다. 역시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음악'이다. <나가수>가 오랜 기간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한 <일밤>의 구세주로 등장한 이후, <일밤>은 계속해서 음악에 기댄 예능을 만들고 있다.

 11일 첫 방영된 <우리들의 일밤>의 새 코너 <룰루랄라>는 뮤직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다.

11일 첫 방영된 <우리들의 일밤>의 새 코너 <룰루랄라>는 뮤직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다. ⓒ MBC


하지만 <일밤>에서 내놓은 신상 <룰루랄라>는 11일 방송 첫 회 시청률 3.8%(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라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이는 지상파 방송사의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보기에는 한없이 초라한 성적표로, 마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시청률을 보는 듯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제작진이 의도한 기획과 이를 받아들인 대중 사이 커다란 '간격'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착한예능 콤플렉스' 음악과 예능 사이에서 헤매다

무엇보다 <일밤>의 '착한 예능 콤플렉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껏 <일밤>의 예능은 대체로 착했다.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려 고군분투했으며, 스타의 이야기 속에 일반인의 사연이나 시청자를 등장시켜 '전파의 공공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청률과 공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재미가 빠졌다는 것이다.

<룰루랄라>에서 제작진은 산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태교 콘서트'를 내세워 저출산 문제를 꼬집으려 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왜 우리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겪는지를 담아내지 못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과 사교육, 집값 등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저출산 문제의 본질로 다가갈 수 없다.

<룰루랄라>는 저출산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서 설명을 그치고, 산모들을 위한 태교 콘서트를 준비하는 모습에 상당 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일반인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산모들의 초음파 검사 장면과 인터뷰를 담아냈으며, 예능적 웃음을 지키기 위해 임산부 요가교실을 찾아가 요가를 배웠다.

 <룰루랄라> 1회에서는 재미를 담보하기 위해 태교 요가교실을 찾았다.

<룰루랄라> 1회에서는 재미를 담보하기 위해 태교 요가교실을 찾았다. ⓒ MBC


예고편을 보니 남편들의 합창과 감동한 산모들의 눈물이 다음 주 전파를 탈 예정이다. 웃음과 재미, 시청률과 공익, 스타와 일반인,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으려는 '착한 예능'의 절정 판을 보는 듯했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마땅히 '웃음'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일밤>은 착한 예능을 실현하기 위해 정작 가장 큰 무기인 재미를 놓쳤다. 오히려 음악을 책임져야 할 조PD나 김건모가 웃음을 담당할 정도였다. 그마저도 유쾌한 웃음은 아니었다. 김건모는 시종일관 '나가수 립스틱 사건'을 들먹이며 희화화되었고, 조PD는 충분히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었던 음치 신랑들을 조련하는 과정에서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말았다.

예능의 다양성 위해 '룰루랄라'를 응원한다

하지만 이런 약점과 비판에도 <룰루랄라>가 충분히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그동안 리얼 버라이어티와 오디션 프로그램이 양분해 왔던 주말 예능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승자를 정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변형 곡인 <나가수>의 선전은 아이돌 음악이 점령하던 대중음악에 다양성을 불어넣었다. 이제 음악은 예능이든 어디든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소재가 되었다.

 <룰루랄라>의 음악 담당 김건모와 조PD

<룰루랄라>의 음악 담당 김건모와 조PD ⓒ MBC


너무 음악에만 기대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KBS 2TV <불후의 명곡2>가 '짝퉁 나가수'라는 오명을 벗고 나름의 색깔을 찾아가는 것을 볼 때 여전히 대중들은 '음악'을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대중음악이 지나치게 아이돌 중심으로 흘러온 반작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현실은 '음악'에 관대하다.

준비는 끝났다. 지금이야말로 음악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발전할 수 있는 적기다. <바람에 실려>는 '임재범 효과'를 누리기 위해 급조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본격 '뮤직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룰루랄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앞으로 어떤 테마로 어떤 콘서트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착한 예능 콤플렉스를 버리고, 다양한 게스트를 섭외한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태교 콘서트를 준비하며 임신 경험이 있는 여자 게스트를 아무도 섭외하지 않았다는 것은 제작진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테마와 관련 있는 스타를 섭외하여 웃음에 집중하고, 콘서트 자체는 메시지와 감동에 주력한다면 <일밤>이 그토록 추구해왔던 착한 예능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는 다양한 예능을 재밌게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이카루스의 추락)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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