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빈 단장의 실화를 그린 영화 <머니볼>

빌리 빈 단장의 실화를 그린 영화 <머니볼> ⓒ 소니픽쳐스, 머니볼


영화 <머니볼>(감독 베넷 밀러)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빌리 빈' 단장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그는 만년 하위였던 오클랜드의 단장이 되어 기존 단장들과는 다른 파격적인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며 결국 오클랜드 팀을 명문 구단으로 탈바꿈시킨다. 그의 운영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저비용 고효율의 유망주를 키워 그들을 팀의 주력 선수로 만들어냈고 그것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만약 당신이 빌리 빈이라면 아니 빌리 빈이 아니라 한 야구팀의 단장이 되었다면 이번 SK 와이번스의 스토브리그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물론 우리나라는 단장의 역할이 미국과는 달라 감독이 되었을 경우를 가정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SK 와이번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 선수 2명을 영입하였다. LG 트윈스로부터 조인성,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로부터는 임경완이었다. 또한, FA를 선언한 이승호와는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끝내 그를 롯데 자이언츠로 보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SK와 롯데는 서로 보상선수를 영입하게 되어 KBO의 빈약한 규정이 도마에 오르기도 하였고 서로 퉁치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SK는 롯데가 임경완의 보상 선수로 지명한 임훈을 리턴픽하지 않았다. SK는 이승호의 보상 선수로 허준혁을 선택하였다. 투수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 명단을 투수 위주로 꾸려 어쩔 수 없이 임훈을 롯데에 보상 선수로 넘겨주었으나 얼마든지 다시 데려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SK는 그러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대출 광고를 패러디해서 롯데가 임훈을 데려가자마자 "갚아야지, 갚아야지"라는 소리를 SK가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이만수 감독도 이번 캠프 때 임훈이 가장 눈에 띄게 성장했다고 하면서 임훈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임훈은 군 문제도 해결을 하였고 나이도 젊은데다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이미 은퇴한 김재현이 자신의 야구 장비를 임훈에게 주고 가면서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하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SK와 이만수 감독의 의외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SK와 롯데는 2대 2 맞트레이드를 한 꼴이 되었다. 빌리 빈의 관점에서 이 트레이드를 평가하자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우선 임경완은 정대현의 공백을 일정 부분 메워줄 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많고 정대현처럼 마무리 역할을 맡기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반면 롯데로 간 이승호는 임경완에 비해 나이도 젊고 좌완이라는 이점이 있다.

이만수 감독은 허준혁을 지명한 후 내년 시즌 후 정우람이 군 입대를 하기 때문에 좌완이 부족해서라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그럴 거면 허준혁보다는 이미 검증된 이승호를 잡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허준혁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군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았고 올 시즌 1군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준혁을 선택하면서 다시 데려오지 못한 임훈의 경우를 생각하면 SK로서는 더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SK는 주전 외야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 SK의 외야를 든든히 지켜준 이는 바로 임훈이다. 임훈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알토란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내년 시즌에도 부상 당한 조동화의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박재홍은 노쇠한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임훈의 부재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보면 SK는 롯데와 불균형 트레이드를 하고만 꼴이 되었다. 물론 이는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지표로 판단한 것뿐이지만 그래도 SK 팬들은 안타까움을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SK가 이런 우려를 딛고 이번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보여줄지, 그래서 그것이 빌리 빈 못지 않은 혜안이었음을 증명할지 그 결과는 내년 시즌에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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