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만 해도 임재범은 기이한 행적과 수많은 루머로 뒤덮인 가요계의 전설로만 알려져 있었다. 11월 29일 <김승우의 승승장구>(이하 <승승장구>)에 출연하기 전만 해도 그의 열렬한 팬이 아닌 이상 임재범이 왜 수없는 잠적과 기행을 반복하는 이유를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로만 그를 가두어놓았던 것이다.

임재범을 향한 수많은 편견과 오해. 분명 그의 책임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날 방송을 통해 드러난 임재범은 본인 스스로 훌훌 털어나고 세상 사람들과 발맞춰 호흡하기 곤란한 상처가 곪아있었다.

 <승승장구>에 출연하여 자신의 힘겨웠던 과거와 앞으로의 다짐을 진심어린 토크로 풀어낸 임재범

<승승장구>에 출연하여 자신의 힘겨웠던 과거와 앞으로의 다짐을 진심어린 토크로 풀어낸 임재범 ⓒ kbs


임재범은 1985년 헤비메탈 록 그룹 '시나위' 보컬로 가요계에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애초부터 그의 시작은 로커였고, 앞으로도 로커로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어했다. '록'에 대한 그의 남다른 열정은 영국에서 함께 '록'을 해보자는 김도균(현 백두산 기타리스트)의 엽서 한 장에 준비하던 솔로 활동마저 포기하게 만들 정도였다.

김도균과 함께 록의 본고장 영국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현실은 임재범이 오롯이 로커로 살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결국 머리를 짧게 깎고 발라드 가수로 변신한 임재범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스포라이트를 받게 되지만, 록을 배신했다는 동료 로커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주변의 싸늘한 시선과 스스로를 향한 분노와 억에 결국 그는 자기 스스로를 조절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지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결단을 내린 후 돌아간 세상에서 재발견 된 임재범

 <승승장구>에 출연하여 자신의 힘겨웠던 과거와 앞으로의 다짐을 진심어린 토크로 풀어낸 임재범

<승승장구>에 출연하여 자신의 힘겨웠던 과거와 앞으로의 다짐을 진심어린 토크로 풀어낸 임재범 ⓒ kbs


그렇게 수십 년을 방황한 끝에 임재범은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다행히도 많은 이들은 다시 돌아온 호랑이 임재범을 따뜻하게 반겨주고, 격려해줬다. 허나 음악 외에는 세상과 소통하는 법에 서툰 임재범이었기에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도 있었다. <바람에 실려> 촬영이 끝난 이후 한 달 여 간의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본 끝에 임재범이 내린 결론은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였다.

그는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 출중했지만, 자신의 목소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더욱더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그만큼 로커로서 대중들에게 더 나은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욕망도 있었고 돈과 명예, 성공에도 큰 관심이 있었다. 그래미상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다만 로커라는 자존심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을 '아닌 척' 했다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 못했다는 '한'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억압감이 고스란히 기행과 잠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오랜 고민과 자성의 시간을 가진 끝에 이제는 자기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틀에 벗어나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세상과 소통하는 훌륭한 로커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생애 첫 토크쇼인 <승승장구>에 출연하여 그 어느 때보다 세상과 소통하고픈 진심을 보여준 흔적이 역력했다. 본의 아니게 대중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부분에 대해서 사과도 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자세도 보여주었다.

그에게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이를 통해 대중들은 거침없는 호랑이 임재범의 이면에 가려진 솔직 담백한 또 다른 모습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아픈 상처와 극복의지를 드러냈기에 그의 아팠던 과거와 남다른 꿈에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승승장구>였다. 이제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어 한결 편안한다는 그의 고백처럼, 앞으로도 대중들의 가슴을 울리는 훌륭한 로커로 오랫동안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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