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원씨(30)는 2006년 일본 도쿄에 자리를 잡았다. 한때 음악에 심취했었고 지금 역시 음악 없이 인생을 논할 수 없는 그는 신접살림 역시 도쿄 에도가와구에 차렸다. 일본 최대 록 페스티벌이자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서머 소닉'과 요즘 보기 드문 메탈음악 축제인 '라우드 파크'를 너무도 사랑했던 그였다. 특히 일본의 엘르 가든, 미스터 칠드런에 열광하며 한국의 보아에 푹 빠져있기도 했다고.

 콘서트를 위해 일본을 찾은 라디오헤드. 그 포스터의 사진이다. 브릿팝의 대표주자 격인 라디오헤드는 아직까지 한국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노씨가 일본 공연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런 거물급 팀을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

콘서트를 위해 일본을 찾은 라디오헤드. 그 포스터의 사진이다. 브릿팝의 대표주자 격인 라디오헤드는 아직까지 한국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노씨가 일본 공연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런 거물급 팀을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 ⓒ 노경원


5년 넘게 도쿄에 머물다 대지진으로 인해 최근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일본 내 한류 열풍을 최전선에서 바라봤다. 일본에서 돈을 벌며 살아야 했기에 일본인 친구가 꽤 많았던 그는 지인들이 한국어 공부에 관심을 보이고 한국 드라마가 화제에 자주 올랐을 때 한류를 체감했다고 털어놨다.

한류 분명히 있다 "드라마 중심으로 한류 열풍 시작"

그는 배용준을 필두로 이병헌·송승헌·현빈 그리고 장근석에 이르기까지 한국 드라마 스타들이 대거 주목받던 것을 직접 목격했다.

"친구 중 일부는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현빈 팬이 되어 한국으로 곧장 날아가기도 했어요. 특히 2010년 <미남이시네요>가 일본에서 방영되면서 한류에 별로 관심 없어 하던 친구들도 장근석이나 정용화, 이홍기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주말 이른 오전 시간인데도 신오오쿠보에 위치한 한류백화점엔 사람들로 가득하다.

주말 이른 오전 시간인데도 신오오쿠보에 위치한 한류백화점엔 사람들로 가득하다. ⓒ 이선필


그가 바라본 한류의 중심엔 한국 드라마가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노씨는 최근 드라마를 통해 상승세인 장근석에 대한 일본 현지인들의 반응을 잘 알고 있었다.

"멋있으면서 귀엽다는 반응이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외모는 꽃미남인데 행동은 또 그와 다르잖아요. 아무래도 일본사람들에겐 그런 모습이 신선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선 다소 눈살 찌푸릴 수 있는 튀는 행동도 '귀엽다'고 반응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꽃미남 외모와 갭이 있는 행동이 신선했던 것 같아요."

특히 그는 장근석의 도쿄돔 공연에 대한 의미를 전해주었다. 노씨는 "'나 도쿄돔을 내 팬들로 가득 채울 정도로 열성팬이 있는 스타야'라는 건데 그만큼 인기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일본에서 웬만한 인기 있는 아티스트 중에서도 도쿄돔에서 콘서트 할 수 있을 정도의 티켓 파워를 가진 이는 몇 프로 안 될 거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음반 판매량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란다. 그만큼 관객을 모을 수 있는 힘이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이었다.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109백화점의 전경. 좌측으로 한국 아이돌 그룹인 애프터스쿨의 포스터가 걸려있다. 얼마 전엔 동방신기 포스터가 중앙 전면에 걸리기도 했다.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109백화점의 전경. 좌측으로 한국 아이돌 그룹인 애프터스쿨의 포스터가 걸려있다. 얼마 전엔 동방신기 포스터가 중앙 전면에 걸리기도 했다. ⓒ 이선필



4년 전 일본 도쿄로 유학을 온 김명화씨(가명·30) 역시 "한류의 시작이자 중심은 드라마였다"고 전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일본인 친구들이 자신에게는 물론 어디서든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한류를 실감했다. 드라마 얘기도 빠지지 않는단다. 김씨는 "요즘 들어 일본 방송에서 더욱 한국 드라마를 자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까진 <역전의 여왕>이 방영됐고 조만간 <하이킥> 시리즈도 해준다고. 특히 이번 주부터 이연희·최강창민·주상욱 등이 출연한 <파라다이스 목장>도 방영한다고 한다.

"일본인 회사원 친구도 원빈과 장근석이 멋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배우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많아요. 요즘은 김태희가 일본 드라마에 나오는데 예쁘다고 다들 난리죠."

김씨가 짚은 일본 내 한류의 특징은 '다양한 취향'이었다. 한국에선 톱스타가 아닌 이들까지 일본에선 많은 팬들이 따르고 있단다. 그는 "공유나 믹키유천에 푹 빠진 사람들도 있고, 우리나라에선 크게 인기가 없는 아이돌 그룹도 여기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현재의 현상을 설명했다.

 일본 최대 서점이자 비디오 대여점인 츠타야, 그중에서도 시부야 점 내부 모습. 천장엔 카라의 포스터가 잔뜩 걸려있었다. 이 포스터의 반대편엔 일본 유명 뮤시션 중 하나인 쿠보타 토시노부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일본 최대 서점이자 비디오 대여점인 츠타야, 그중에서도 시부야 점 내부 모습. 천장엔 카라의 포스터가 잔뜩 걸려있었다. 이 포스터의 반대편엔 일본 유명 뮤시션 중 하나인 쿠보타 토시노부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 이선필


지금은 좋다고 하지만..."너무 속 보이는 장사 아닌지"

일본에 장기간 거주하면서 한류를 직접 바라보고 겪었던 노씨와 김씨는 함께 우려스러운 점도 털어놓았다. 노씨는 "한류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니 내심 뿌듯하다"면서도 "여기에 편승해서 무조건 '일본에 진출해보자'는 마구잡이식 진출은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그는 "'일단 팔고보자'는 식의 드라마나 콘텐츠 수출도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우려하는 점은 일본에 돈을 벌기위해 온다는 말을 한국 사람들이 듣는 것이었다.

최근에 혐한에 대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점도 그가 우려했던 게 일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그가 시청했던 한 일본 다큐멘터리에는 한국 연예계 관계자가 "한국보다 일본이 더 대우해줘서 일하기 편하다"고 말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노씨는 "일부 사람이지만 젊은이들까지 한류를 많이 좋아하고 TV에서도 한국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 "배우들은 까딱하면 팬 미팅이라고 하고, 가수들은 툭 하면 '일본 데뷔'라면서 눈에 보이게 돈을 밝히는 모습은 일본 사람들이 싫어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화씨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현재까지 일본에 머물고 있는 그는 "너무 장사 속이 보이게 안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면서 "그게 보이니 문제다"고 지적했다. 팬 미팅을 일본 전역 투어로 하면서도 터무니없이 가격이 비싼 경우가 대표적인 예였다.

김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또 누가 와?' '저들도 일본 진출하는 거야?' '왜 이렇게 우리나라에 많이 와?'등의 질문을 받을 때면 가끔 난감해진다"면서 긍정적으로 "일본 시장이 한국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대답은 해주지만 "같은 한국 사람이 볼 땐 속이 너무 보인다"고 따끔하게 짚었다.

한류 장근석 공유 도쿄 배용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