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브레인>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이강훈

▲ KBS <브레인>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이강훈 ⓒ KBS


방영되기 전부터 캐스팅과 관련된 잡음으로 말이 많았던 <브레인>이었다. KBS 월화 드라마 <브레인>이 방영되기 까지 알게 모르게 여러 사람들이 거쳐갔단 말들도 그만큼 많았다. 동시간 대 타 방송국 드라마들을 의식한 탓인지 해당 드라마의 주연배우는 좀처럼 쉽게 결정지어지지 못했다. 시청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침 한쪽에선 김수현이란 스타작가의 작품이 있었다. 또 다른 쪽에선 50부작 사극이 버티고 있었다. 시청률이란게 어느새 드라마 성패의 가늠자가 되어 버린 현실에서 감히 누가 섣부르게 <브레인>의 '독배'를 마시려고 했겠는가? 

여기에 또하나. 그동안 드라마의 주인공은 해당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의 차지가 아닌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배우의 것이었다. 연기력과는 별개로 스타성이 있다는 이유로 혹은 제작비에 기여한다는 등의 이상야릇한 이유들이 받아들여졌던 게 우리 드라마의 현실이었다.

여느 상황을 배제하고서라도 시청자 입장에서 <브레인>에 신하균이 입성한 것은 손을 들어 환영할 일이었다. 이미 충무로 바닥에서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가 아니던가. 브레인의 주인공에 적임자라는 건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기대대로 현재까지 신하균은 기대에 부응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밥맛'이야 이강훈...그래도 자꾸 안쓰럽네?

KBS <브레인> 천하대를 나온 무서운 신예 의사 이강훈(신하균 분)

▲ KBS <브레인> 천하대를 나온 무서운 신예 의사 이강훈(신하균 분) ⓒ KBS

천하대 대학 병원 조교수 자리를 노리고 있는 뇌신경외과 전문의 이강훈은 참 미운 사람이다. 자기가 천하대 출신에 똑똑하고 잘 났다는 것만 믿고 그렇지 못한 주변 후배들은 안하무인에,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같은 그 답게 환자를 대하는 데 있어서도 얼음 왕자 그 자체다.

반면 그의 사다리가 되어 줄 과장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띠며 굴종한다.입 한 마디로 '밥맛' 그 자체다.

그런데, 이제 4회까지 진행된 '브레인'을 보며 알게 모르게 이강훈을 마음 졸이며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윤지혜(최정원 분)처럼 그의 패악에 분노하기 보다 자꾸만 안쓰러움이 솟아오르는 건 어쩐 일일까?

이강훈은 전형적인 현대 우리 사회에 등장한 개천의 용이다. 스스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용답게 그는 승천하길 원한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자리잡고 있는만큼 그 모습은 더욱 처절하게 보인다.

그는 도움을 주려 하는 장유진(김수현 분)의 마음도 매몰차게 거절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가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강훈은 이 시대 성공 담론의 충실한 신봉자라고도 할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 틈에 그의 편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건, 우리 역시 그 처럼 가진 거 없는, 그래도 이 시대의 화두 성공이란 것에 자유롭지 않는 또 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밀랍으로 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려는 것 마냥 그가 위태해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나 뜨거운 세상 앞에 날개가 녹아버려 나락으로 떨어질까 걱정이 되서일 게다.

이미 우리는 이 세상의 태양이 너무 뜨거워 보통의 존재가 날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일찌기 포기하면서도, 여전히 날아야 한다는, 즉 성공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는 경우가 많다. 이강훈이 자신의 보잘 것없는(?) 날개로 세상을 날아오르려는 모습이 그래서 시청자들의 공감과 함께 안쓰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신하균은 이강훈은 미워할 수만은 없게 '얄밉게' 잘 표현해내고 있다. 이리하여 <브레인>은 또 하나의 본방사수 드라마로 발돋움 해가고 있다.

브레인, 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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