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쇼가 있었다면 <무한도전> '하하TV'가 '유재석TV'에 밀려 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19일, 20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슈퍼주니어의 월드투어 콘서트 '슈퍼쇼4'(SUPER SHOW 4)는 쇼 버라이어티 그 이상이었다.

2005년 데뷔한 슈퍼주니어는 어느덧 7년 차 가수다. 10명이 넘는 멤버로 가요계에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은 "저래서 노래 한 소절이라도 부르겠느냐"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슈퍼주니어는 팀 활동은 물론이요, 예능 및 드라마를 통해 멤버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LED 스크린과 어우러진 무대, DVD 보는듯한 착각

 슈퍼주니어의 월드투어 '슈퍼쇼4' 중

슈퍼주니어의 월드투어 '슈퍼쇼4' 중 ⓒ SM엔터테인먼트


공연장을 찾은 1만여 명의 팬들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슈퍼주니어의 영상이었다. H.O.T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평화의 시대>(2000)를 연상케 했다. 이어 등장한 '진짜' 슈퍼주니어는 'SUPERMAN'(슈퍼맨) '오페라' 'Twins'(트윈스) '갈증'에 록 버전으로 편곡한 '미인아'까지 강렬한 오프닝 무대를 선사했다.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전력질주를 하는 듯했다. 6m 높이의 분수 쇼와 레이저 효과에 무빙 스테이지, 와이어, 크레인 등도 총출동했다. 오죽하면 첫 인사가 "오늘 공연 여기까지"였을까.

예능에서 단련된 리더 이특은 "이 시대 최고의 리더는 누구다?"라는 자화자찬 물음으로 "이 시대 최고의 댄스곡은 뭐다?"를 외쳤던 성시경의 '모다시경'을 패러디했다.

 소속사 후배 f(x) 빅토리아 엠버 설리와 함께 꾸민 'Oops!!'

소속사 후배 f(x) 빅토리아 엠버 설리와 함께 꾸민 'Oops!!' ⓒ SM엔터테인먼트


누군가는 팀을 떠나고, 또 누군가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갔기에 '슈퍼쇼4'에서는 9명의 모습만 볼 수 있었다. 데뷔곡 'Twins'에서는 함께하지 못한 멤버들의 공백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슈퍼주니어는 영리하게도 빈자리를 댄서로 가득 채웠다. 소속사 후배인 f(x) 빅토리아 엠버 설리와 함께한 'Oops!!'(웁스)에서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대체복무 중인 희철이 영상으로 깜짝 등장해 반가움을 안겼다.

'막내들의 반란' 려욱과 규현의 성인식

 '슈퍼쇼4'에서 각자의 개성이 담긴 무대를 선보인 규현과 이특, 예성, 은혁(왼쪽 위부터)

'슈퍼쇼4'에서 각자의 개성이 담긴 무대를 선보인 규현과 이특, 예성, 은혁(왼쪽 위부터) ⓒ SM엔터테인먼트


'슈퍼쇼4'에서는 막내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피아노와 하모니카 연주까지 직접 해낸 규현은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를 열창했다. 최근 MBC <라디오스타> MC를 꿰차며 차세대 예능인으로 발을 내디딘 규현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골반을 돌렸다. 이에 질세라 려욱은 마룬5의 'Move like jagger'를 선곡해 복근을 공개하고 여성 댄서와 끈적끈적한 댄스를 이어갔다. 반전은 있었다. 려욱은 분장 쇼를 펼친 '어느새 우린'에서 골룸으로 변신, 폭소를 자아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배우 강소라와 가상 결혼 생활을 하는 이특은 색소폰을 불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까지 하는 개인 무대에서 꽃을 들고 그녀에게 향했다. 와이어를 타고 공중을 날아 무대에 도착한 이특은 강소라를 불러내 장미꽃과 커플링을 전하며 프러포즈를 했다. 포옹도 잊지 않았다. '내 남자의 비즈니스'라지만 뒤로 보이는 '박정수(이특의 본명)는 우리의 운명'이라는 팬들의 플래카드가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다.

 슈퍼주니어의 월드투어 콘서트 '슈퍼쇼4' 중

슈퍼주니어의 월드투어 콘서트 '슈퍼쇼4' 중 ⓒ SM엔터테인먼트


'돈돈!'에서 잠시 SMP(SM엔터테인먼트의 뮤직 퍼포먼스를 일컫는 말)로 향했지만 슈퍼주니어는 트로트 앨범을 발매했던 슈퍼주니어-HAPPY와 중화권에서 활동하는 슈퍼주니어-M, 그리고 보컬 중심의 슈퍼주니어-K.R.Y까지 각종 유닛을 기반으로 '헤쳐모여'를 반복하며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했다. '우리들의 사랑'에서는 LED 스크린에 슈퍼주니어의 데뷔 초기 모습이 등장했다. 때마침 떨어진 풍선 덕에 공연장은 펄 사파이어 블루(슈퍼주니어의 상징색)로 물들었고 이특 등은 눈물을 흘려 뭉클함을 더했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도 함께 눈물지었다.

와이어, 크레인에 이동카까지...'찾아가는 서비스'

 슈퍼주니어 월드투어 '슈퍼쇼4' 중

슈퍼주니어 월드투어 '슈퍼쇼4' 중 ⓒ SM엔터테인먼트


영하의 날씨에도 1만여 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 팬들은 기본이요, 일본과 태국, 대만, 유럽에서까지 '슈퍼쇼4'를 보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슈퍼주니어는 가까운 곳에 자리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이동카를 타고 2층과 3층 사이 통로를 바쁘게 누볐다.

'슈퍼쇼4'는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슈퍼맨' 가사처럼 '규모도 최고, 스케일도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겠다"는 말 그대로였다. 전 세계로 뻗어갈 '슈퍼쇼4'는 '우리가 이 정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슈퍼주니어의, 슈퍼주니어에 의한, 슈퍼주니어를 위한 공연이었다.

'슈퍼쇼4'는 12월 일본 오사카를 거쳐 대만, 태국,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 미주로 이어진다.

슈퍼주니어 팬이 아니라고? 그래도 괜찮다. '아이돌 공연'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으면 된다. 단, 응원법 정도는 익혀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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