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엔(tvN) <코미디 빅리그>는 개그맨 11개 팀이 1억원의 상금을 놓고 웃음 대결을 벌이는 코미디 서바이벌 프로다.

티비엔(tvN) <코미디 빅리그>는 개그맨 11개 팀이 1억원의 상금을 놓고 웃음 대결을 벌이는 코미디 서바이벌 프로다. ⓒ 코미디 빅리그


그야말로 오디션과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의 춘추전국시대다. MBC <나는 가수다>나 <위대한 탄생>을 비롯해 엠넷 <슈퍼스타K 3> 등 여전히 대세는 음악을 주축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한편으로는 아나운서나 연기자를 선발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제 코미디도 서바이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개그계의 '나가수'로 이야기되고 있는 tvN의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가 그것이다.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연출해왔던 김석현 PD가 tvN으로 둥지를 옮겨, 9월부터 선보인 <코빅>은  여타 지상파 코미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고군분투하며 <개콘>의 아성에 도전중이다.

경쟁에서 뒤쳐진 웃음은 통 편집

<코빅>은  '재미있는 TV'라는 기치 아래 채널 나름의 색깔을 고수하고 있는 tvN의 개국 5주년 야심작이다. 가창력 뛰어난 가수들의 오페라 도전기 <오페라 스타>와 연기자 오디션 <코리아 갓 탤런트>로 단련된 서바이벌·오디션 포맷을 과감하게 코미디 프로에 접목시켰다.

매회 11개 출연 개그팀의 순위를 매긴 뒤 10주 후의 누적점수 1등에게 1억 원 상금을 주는 설정으로, <코빅>제작진은 계절별 시즌제를 예고했다. 한마디로 서바이벌의 경쟁 포맷에 오디션 프로그램의 상금이 합쳐진 <코빅>은 최근 예능계의 인기요소들을 죄다 끌어왔다고 할 수 있다.

 매주 하위권으로 선정된 4팀은 재방송에서 편집된다.

매주 하위권으로 선정된 4팀은 재방송에서 편집된다. ⓒ 코미디 빅리그


하지만 <코빅>이 다른 서바이벌·오디션 프로그램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매주 하위권으로 선정된 4팀이 재방송에서 편집된다는 점이다. 공개 녹화현장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박한 평가를 받은 코미디는 재방송 전파를 탈 수 없다. 관객과 시청자의 웃음을 개그 원동력으로 삼는 희극들인에겐 무엇보다도 가혹한 벌이다.

더군다나 재방송이 생명인 케이블 프로그램 아닌가. CJ E&M이 tvN을 제외하고도 15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기의 척도와 상관없이 출연 개그맨들에게 치명적이다.  

 <코빅> 출연 중인 11개 팀.

<코빅> 출연 중인 11개 팀. ⓒ 코미디 빅리그


거기다 지상파 3사 출신 스타급 개그맨 다수가 경합을 펼치기 때문에, 이들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만만찮다. 시즌 첫 번째 경합 중인 11팀은 '옹달샘' (유상무, 유세윤, 장동민), '갈갈스'(박준형, 정종철, 오지헌, 윤석주), '아메리카노' (김미려, 안영미, 정주리), '4G'(박휘순, 윤성호, 양세형, 김기욱) 등이다.

제아무리 인기 코미디언이라도 웃기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에서 <코빅>엔 예외가 없다. 명성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갈갈스'만 봐도 그렇다. 지난주 7회 방영으로 앞으로 3번의 대결만 남겨둔 현재 '갈갈스'의 누적 점수는 3점으로 하위권이다. (높은 점수 순으로 옹달샘 30, 아메리카노 18, 아3인 18, 졸탄 12, 꽃등심 11, 개통령 8, 요시모토군단 4, 갈갈스 3, 개종자 1, 비포에프터 0, 4G 0)

 <코빅>에서 지상파 3사 출신 개그맨들이 팀을 이뤄 10주간 경합한다.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 윤석주의 '갈갈스'.

<코빅>에서 지상파 3사 출신 개그맨들이 팀을 이뤄 10주간 경합한다.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 윤석주의 '갈갈스'. ⓒ 코미디 빅리그


대결이 무의미할 정도로 벌어진 웃음의 간극

새로운 도전과 실험의 결실 <코빅>과 개그프로그램의 지존 <개콘>. 다른 장르에 비해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코미디 프로들 중 <개콘>이 지상파에서 유일하게 생존하면서 <코빅>의 비교대상으로 자주 거론된다. <개콘>과 차별화한 <코빅>의 승부처는 일종의 흥행 장치로 도입한 '경쟁'과 예상을 뒤엎은 팀이 선전할 때의 '드라마'에 있다.

인지도는 떨어져도 콘텐츠가 좋아 상승세인 몇몇 팀이 그 드라마의 주인공인데, 독보적 위치의 '옹달샘'과 '아메리카노'를 맹추격중인 '꽃등심'이 대표적이다. 답보상태의 시청률 때문에 MBC 개그프로에서 쫓겨난 이국주, 전환규 커플 '꽃등심'은 지난주 대결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코빅>은 명성과 상관없이 좋은 개그 소재로 경합에서 선전하는 팀틀의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한다. 지난 7회 대결에서는 '꽃등심'이 우승을 차지했다.

<코빅>은 명성과 상관없이 좋은 개그 소재로 경합에서 선전하는 팀틀의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한다. 지난 7회 대결에서는 '꽃등심'이 우승을 차지했다. ⓒ 코미디 빅리그


기존 코미디 프로그램도 경쟁을 통해 무대에 서지만 직접 관객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그날그날 현장의 관객을 얼마나 웃기느냐가 판가름의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개그 꼴지'들의 반란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하지만 <코빅>의 인기를 끌고 가는 간판은 역시 '옹달샘'. '기막힌 서커스'란 코너 제목으로 조련사 유상무의 진행 아래 유세윤과 장동민이 각기 동물 분장을 하고 나와 싸우는 콘셉트의 '옹달샘'은 경합 내내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11개의 팀 가운데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의 '옹달샘'은 꾸준한 인기로 현재 누적점수 1위를 기록하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11개의 팀 가운데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의 '옹달샘'은 꾸준한 인기로 현재 누적점수 1위를 기록하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 코미디 빅리그


이처럼 <코빅>은 인지도 없는 팀들이 선전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마련돼 있지만, 팀별 웃음의 간극이 너무 크다보니 경쟁다운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맹점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상위권과 하위권 팀들이 구사하는 개그의 품질은 높은 격차를 보여 대결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오죽하면 만년 우승팀 '옹달샘'이 지난주 선전한 '꽃등심' 팀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우리는 2위 해야 더 박수를 많이 받는다"라고 말했으랴. 1억 원의 주인공이 이미 예상되고, 박빙이 아닌 개그대결에 시청자는 풍부한 웃음도 서바이벌의 궁금증과 긴장감도 모두 잃었다.

 '간디작살' 등의 유행어를 남기며 선전하고 있는 팀 '아메리카노'.

'간디작살' 등의 유행어를 남기며 선전하고 있는 팀 '아메리카노'. ⓒ 코미디 빅리그


코미디 섭렵한 제작진이 없다면 제2의 <개콘>도 없다

결국 <코빅>의 성공여부는 서바이벌의 세부적인 규칙이나 조건 등 남다른 포맷 설정이 아니라, 개그의 품질 곧 '웃음'에 달려 있다. 제아무리 대세인 서바이벌이라고 한들 재미없는 웃음과 비교되지 않는 수준의 개그 격돌은 하나마나다.

웃음에 실패한 코너를 손꼽는 <개콘>과 달리 두각을 나타내는 몇몇 팀을 제외하곤 웃음 전멸인 <코빅>은 웃음 성공 팀을 손에 꼽는다. 같은 스탠딩 공개 코미디 프로이지만, 서바이벌 설정 상 제한된 시간 안에 관객의 웃음을 끌어내야 하는 경쟁을 펼치는 <코빅>은 1차원적 개그를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다.

 KBS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애정남'.

KBS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애정남'. ⓒ KBS 개그콘서트


<개콘>이 매주 동일선상에서 코너 각각을 관통하는 개그철학이 존재한다면, <코빅>의 각 팀은 웃음을 소비하는 개그다. 즉 지속적으로 흐름을 타는 개그보단, 그때그때 순간적 웃음에 의존하다 보니 개그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개그의 기본과 초심에 '웃음'이 있지만, 웃음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코빅>은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소비할 것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이는 비단 <코빅>에 한정된 문제라기 보단, 개그 장르를 제대로 섭렵한 진정한 코미디 대본작가나 연출자가 부족한 한국 개그계의 현실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유일한 성공 모범답안 <개콘>에서 보듯이, 한국 개그 프로그램은 웃음을 개그맨들 개개인의 역량에 의존해, 그들 간의 경쟁과 도제식 훈련으로부터 취사선택하고 있다. 같은 개그맨들인데도 KBS를 제외하고 여타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에 <개콘> 같은 프로그램들이 출현하지 못하고 만드는 족족 실패하는 이유다. SBS, MBC라고 제2의 <개콘>을 왜 안 만들고 싶겠는가. 웃음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개그맨들만큼이나 치열하게 고민하는 제작진이 필요하다.  

신통찮은 성적으로 한동안 간판 개그프로가 없었던 SBS와 MBC가 <웃찾사 2>와 <웃고 또 웃고>를 내보낼 준비 중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와 MBN 역시 개그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신인 개그맨을 선발한다고 한다. 600회 특집 이후 '봉숭아학당'을 내리는 등 <개콘> 역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통한 반란과 이변, 코미디 무대 최초의 서바이벌 요소를 도입한 <코빅> 또한 만만찮다. 말 그대로 조만간 '코미디 빅리그'가 펼쳐진다. 이들이 프로야구리그 순위 경쟁만큼 치열한, 진짜 '빅리그'가 되기 위해선 <코빅>에서도 지적했지만 '코미디'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던가? 웃겨야 복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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