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에서 정재형이 진행해 온 월요일 인기 코너 <라비앙 호즈>가 24일로 막을 내린다.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에서 정재형이 진행해 온 월요일 인기 코너 <라비앙 호즈>가 24일로 막을 내린다. ⓒ 정재형 트위터, KBS


[기사수정: 10월 24일 오후 8시 59분]

월요일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던 '88학번 음악요정'의 마법의 주문 "뾰로롱"을 이제 들을 수 없다. 유희열이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하차를 준비하면서 인기 코너인 정재형의 <라비앙호즈>도 단 2회 만을 남겨두고 있다.

정재형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라비앙호즈>는 음악 이야기와 청취자의 사연이 어우러진 음악 토크쇼였다. (비록 음악보다는 진행자와 게스트의 치고받는 호흡이 돋보이는 만담의 비중이 컸지만) 월요일 야심한 시각에 입을 틀어막고 웃어야 하는 순간은 지나치게 자주 찾아오곤 했다. 특히 독서실 같은 곳에서의 청취는 금물이었다.

<라비앙호즈>는 프랑스 몽마르트 언덕에서 들려올 것 같은 청아한 음악과 함께 콧소리를 많이 넣은 정재형의 "봉수아"라는 다소 거만한 톤의 인사로 시작하곤 했다. 그리고 청취자들이 알아듣건 말건 유창한(?) 불어를 남발하는 자기 자랑이 이어졌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정재형이지만, 실상 '착신아리'보다 무섭다는 '재형앓이'가 창궐하는 근원지는 <라비앙호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온전한 매력은 유희열과의 '쿵짝'이 있기에 가능했다. 

'쿵짝'은 주로 정재형이 줄줄이 늘어놓는 잘난 체를 유희열이 깔끔하게 정리하는 식이었다. 이를테면, 1999년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으로 영화 음악을 시작했다는 정재형에게 유희열은 "작품은 기억이 나는데 음악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여인숙에서 아직도 테마 음악으로 쓰고 있다더라"고 되받아친다. 정재형이 작곡한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OST의 아름다운 선율을 함께 들으며 유희열은 "아줌마, 여기 등 쪽 마사지 좀 더 해주세요"라고 훼방을 놓았다. 바로 이런 합이 진지함과 익살스러움이 리듬감 있게 어우러지는 <라비앙호즈>의 매력이었다.

<라비앙호즈>는 웃기는 사람만이 아닌 뮤지션으로서 정재형의 면모도 엿볼 수 있는 코너였다. 유희열은 "의미 없는 시간"이라고 표현했지만 가요에 클래식을 접목했던 90년대 획기적인 그룹 베이시스 시절부터 영화 음악, 정규 앨범까지 살펴보는 긴 행보는 <라디오 천국>이기에 가능했다.

게다가 청취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읽으면서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17일 '미안해'를 주제로 하는 방송에서 정재형은 "일주일 내내 분식집에서 일하는 엄마를 위해 힘내라고 해주세요"라는 사연을 채 다 읽지 못하고 목이 멨다. "뾰로롱"은 그런 피곤한 월요일을 보낸 사람들을 위한 위로였다.     

<라디오 천국> 청취자에게도 웃음을 주는 인기 코너였지만, 여러모로 정재형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을 <라비앙호즈>는 31일 막을 내린다. 이제 문제는 마법의 주문 "뾰로롱", 유희열과 정재형의 유쾌한 만담 없이 월요일의 피로를 어떻게 풀 것이냐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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