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만수 감독대행이 이끄는 SK는 23일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경기에서 박정권의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롯데 자이언츠를 8-4로 제압했다.

이로써 SK는 '야신' 김성근 감독 없이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저력을 발휘하며 명문팀의 입지를 완전히 굳혔고, 롯데는 4년 연속으로 가을야구 징크스에 울게 됐다.

양 팀 합쳐 5명의 선발 투수가 올라온 총력전

 정우람은 플레이오프 2경기에 등판해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정우람은 플레이오프 2경기에 등판해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 SK 와이번스

22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5차전은 남부지방에 내린 비 때문에 하루 연기가 됐다. 이로 인해 24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한국시리즈의 일정도 하루씩 뒤로 밀려 나고 말았다.

비 덕분에 하루의 휴식이 더 주어진 송승준은 1회초 SK 타선을 단 8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롯데는 1회말 공격에서 김주찬의 3루타와 전준우의 2루타를 묶어 가볍게 선취점을 올렸다.

선취점을 내준 후 조급해진 이만수 감독대행은 2회말 김광현이 선두타자 강민호에게 11개의 공을 던지며 볼넷을 내주자마자 곧바로 투수를 브라이언 고든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고든은 1사 2루에서 조성환의 타구를 더블플레이로 연결시키며 위기를 탈출했다.

송승준은 롯데의 우완 에이스답게 3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특히 3회초 정근우를 견제구로 잡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송승준은 2차전에서도 6회 박재상을 견제구로 잡아낸 적이 있다.

하지만 2회 1사 2루, 3회 2사 3루의 기회를 무산시킨 롯데는 조급해졌고 경험이 많은 SK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SK는 3회 1사 후 최정의 안타로 만든 1사 1루의 기회에서 박정권이 송승준의 4구째를 잡아 당겨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송승준은 홈런을 맞은 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5회 2사까지 잘 막아 냈지만, 양승호 감독은 좌타자 임훈의 타석에서 에이스 장원준을 투입했다. 비 때문에 이틀의 휴식이 있었다곤 하지만 4차전에서 52개의 공을 던진 투수가 5차전에 곧바로 등판하는 것은 정상적인 투수 운용 방식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불펜이 익숙하지 않은 장원준 카드는 무리수였다. SK는 2사 후 임훈, 정근우, 박재상의 연속 3안타로 귀중한 추가점을 올렸다. 4차전의 영웅이었던 장원준은 5차전에서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연속 3안타를 맞은 후 강판됐다.

롯데가 자랑하는 원투펀치 송승준과 장원준이 마운드에서 내려가자 롯데는 자멸하기 시작했다. 롯데의 세 번째 투수 크리스 부첵이 초구부터 폭투를 던져 3루 주자 정근우를 불러 들였고, 스코어는 순식간에 4-1로 벌어졌다.

롯데는 5회말 2사 후 김주찬의 2루타로 기회를 잡았지만, 손아섭이 SK의 세 번째 투수 박희수에게 루킹 삼진을 당하면서 기회를 무산시켰다. SK는 6회초에서 박정권이 연타석 투런 홈런을 때려 내면서 4차전 선발 투수 부첵을 강판시켰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면 1년 내내 롯데에게 아낌 없는 성원을 보내준 팬들을 볼 낯이 없다. 롯데는 6회말 공격에서 전준우,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의 연속 4안타로 순식간에 3점을 따라 갔다.

2만8500여 명의 관중으로 가득 들어 찬 사직구장은 다시 들썩였지만, 롯데의 반격은 여기까지였다. 롯데는 6회말 무사 2루, 7회말 무사 1루에서 득점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롯데로서는 7회 1사 후 전준우의 잘 맞은 타구가 김강민의 호수비에 걸린 것이 아쉬웠다.

SK는 8회초 공격에서 안치용과 김강민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했고 남은 6개의 아웃카운트를 7회에 등판한 정우람이 효과적으로 막아 내면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박정권, 가을만 되면 '괴물 타자'로 변신하는 미스터 옥토버

 가을의 박정권은 그 어떤 거포보다 무서운 타자로 변모한다.

가을의 박정권은 그 어떤 거포보다 무서운 타자로 변모한다. ⓒ SK 와이번스


올해로 프로 입단 8년이 지난 박정권의 통산 성적은 타율 .268 63홈런 250타점에 불과하다. 3할을 때린 시즌은 단 한 번(2009년 .306)에 불과하고 30홈런 시즌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진 거포도 아니다.

올 시즌에도 박정권의 성적은 .252 13홈런 53타점. 조동화, 박재홍 등 외약수들의 줄부상으로 1루수와 우익수를 오가며 팀을 위해 희생한 공로는 크지만 중심타자로서는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평범한 박정권이 가을만 되면 전혀 다른 선수로 변신한다. 2007년 한국시리즈부터 올 시즌 KIA 타이거즈와의 준플레이오프까지 박정권의 포스트 시즌 통산 성적은 78타수 33안타(타율 0.423) 6홈런 25타점. '가을 정권'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맹활약이다.

박정권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21타수 8안타(.381) 3홈런 6타점 2도루로 '가을 사나이'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정권이 홈런을 친 두 경기에서 SK가 모두 승리했을 정도로 영양가도 높았다.

4차전까지 14타수 2안타로 부진했던 박재상도 5회초 3-1을 만드는 천금 같은 우전 안타를 터트렸다. 박재상은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공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SK의 보물 같은 선수다.

SK는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며 프로야구 30년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1986년부터 89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해태 타이거즈는 5년째이던 1990년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게 패해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반면에 롯데는 4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지만, 4년 연속 시리즈 패배라는 뼈 아픈 기록을 세우게 됐다. 롯데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19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한 팀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 박정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