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포스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포스터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처음 한적한 소도시 제천에서 영화제가 개최된다고 했을 때,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 또 하나의 행사가 생겨나는구나 싶을 뿐이었다. 사실 소도시의 영화제는 그 시작이 미약했다. 주목도도 높지 않았다. 음악영화라는 장르도 생소하게 여겨지는 콘셉트였다.

제천이 승부할 수 있었던 것은 작품성이었다. 더구나 좋은 음악과 어우러질 때 그 감동이 배가 되는데, 제천은 이러한 장점을 잘 살려냈다. 어느 해던가 작품이 좋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음악영화가 신선하다는 것이었다.

개봉을 앞두고 2007년 3회 때 개막작으로 내세웠던 <원스>가 영화제를 통해 한마디로 대박을 치면서 제천의 안목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잇따른 음악영화의 선전은 영화팬들의 관심도 높여 놨다.

작품성 있는 음악영화, 영화팬들을 사로 잡다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2009년 5회 영화제에 처음 발을 내디뎠는데, 이거 음악영화가 이토록 매력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음악영화하면 뮤지컬 형식으로 만든 <사운드 오브 뮤직> 정도가 떠오르는데, 영화제를 통해 접한 다양한 형태의 음악 다큐멘터리와 단편, 영화 음악 등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마니아층도 형성됐다. 영화팬들에게 제천은 8월 반드시 들러야할 기본 코스가 됐다.

상영관도 단 한 곳뿐이라 단조롭고, 행사장 간 거리가 멀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위는 피곤함을 안겨주는 등 인프라가 약한 것은 제천의 약점이지만 영화가 이 모든 것을 다독여줬다. 영화 속 감미로운 음악은 마약처럼 짜증을 잊게 했다. 음악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영화는 그 곳에 다 모여 있었다.

억압적 체제에 맞서 민중들의 저항 운동이 진행되고 있던 나라를 방문한 재즈 음악가가 연주회 도중 민중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위기 상황으로 몰리던 다큐멘터리와, 음악을 바탕으로 이념 대립 속 현대사의 아픔을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한 작품 등은 제천을 통해 특별하게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었다. 

형식적인 음악영화가 아닌 실제적인 음악영화를 위해 뮤지션들을 직접 배우로 출연시킨 작품들과, 인디밴드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단편, 거장 지휘자의 삶을 조명한 다큐 등은 올해 제천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인상 깊은 메뉴들 중 하나였다.

음악이 넘쳐나는 영화관, 환호하는 관객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지난 11일 개막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지난 11일 개막했다.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영화제 기간 중 거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인디밴드들의 야외 공연

제천영화제 기간 중 거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인디밴드들의 야외 공연 ⓒ 성하훈


지난 11일 개막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개막 다음날인 12일 찾은 제천은 비로 인해 선선해진 날씨 덕분인 듯 폭염과 함께 했던 예년에 비하면 한결 나아진 환경이다. 상영관 주변으로는 음악이 넘쳐나며 음악영화제의 특별한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영화 상영에 이어 유명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이 이어지는, 청풍호반에서 펼쳐지는 '원 썸머 나잇(One summer night)'은 젊은 관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12일 저녁에는 영화 상영이 끝난 직후 유대얼 감독의 단편 음악영화 <듀오>에 출연한 뮤지션 배우가 영화 속 공연을 라이브로 펼쳐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영화보다는 음악이 영화제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것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집단 플래시몹을 펼쳐 거리에 있던 관객들을 환호하게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상영관 주변에서 열리는 인디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도 지나던 이들의 발을 붙잡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영화제라고는 하는데 음악을 내세우고 있는 특성 때문인 듯 영화보다는 음악 열기가 강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음악영화제의 특색을 맘껏 뽐내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졌다.

영화인들뿐만 아니라 음악가들이 참여가 많다는 것은 제천영화제에서 도드라지는 부분이다. 가수들과 인디밴드, 작곡가 등등 음악적 인사들이 대우받으면서 영화제의 한 부분을 음악인들이 채우고 있었다.

13일 야외에서 진행된 '인디언수니'의 공연에는 수많은 관객들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노래를 음유하는 가수의 공연에 모여든 관객들은 열띤 반응을 보였다, 극장 로비에서의 미니 콘서트도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관객들 덕분인지 풍성해 보였다. 대중성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올해 영화제의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음이 엿보였다.

영화제 통해 영향력 키우는 오동진 집행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오동진 집행위원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오동진 집행위원장 ⓒ 성하훈


음악영화가 풍성한 제천에서 올해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다. 지난 1월부터 새롭게 영화제를 이끌게 된 오동진 집행위원장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영화전문기자로 영화평론가로 활동해 오던 그가 영화 행정 쪽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사업이나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영화제 일에 관여했던 예전 위원장과는 달리 오 위원장은 영화제에 상근하면서 모든 사안을 일일이 챙기고 있다.

특히 오 위원장은 개막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영화제를 키워내겠다는 뜻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상영편수와 영화제 기간, 상영관 등의 규모를 늘려나가겠다는 것이었다. 국내 다른 영화제들은 일정한 규모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몸집을 불리겠다는 제천의 방향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규모를 늘리는 것은 가장 중요한 예산을 비롯해 여러 부분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간단치 않은 일이다.

오 위원장을 주목하는 것은 그가 글쟁이로서의 역할을 내려놓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는 일부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평가와 영화계 인사들에 대한 인터뷰 등 영화기자와 평론가로서의 역할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우파 영화계 인사들이 G20 영화제를 기획했을 때는 이를 비판하며 현안의 중심에서 여론을 이끌기도 했다.

펜의 영향력과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역할을 통해 영화계 영향력을 계속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인 듯, 영화계 정치가가 다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사석에서 영화진흥정책 기구의 수장 희망을 나타낸 적이 있다. 물론 근 시일이 아닌 미래에 대한 희망사항이었지만, 제천영화제가 그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제천영화제는 지난 6월 공금 횡령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8년~2010년까지의 회계장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영화제 관계자들은 주변의 모함이 있었건 것 같고, 감사를 몇 차례씩 받았던 사항이라 특별하게 문제될 것이 없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조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에서 복잡하게 작용할 사안이라는 시각도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상처받은 여배우의 자존심...김부선씨 홀대 논란

배우 김부선씨가 제천영화제에 참석했다 봉변 수준의 홀대를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김부선씨는 12일 늦은 시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제천영화제 후기를 통해 개막식장과 1시간 거리의, 거울도 없고 냉방기구도 없는 민박집에서 머무르며 다른 참석자들과 비교해 심한 차별을 받았다며, 서운한 감정을 나타냈다.

그는 "전날까지 힘들게 영화촬영을 하다가 방문했는데, 영화인들 축제 같은 영화제가 영화인이 아닌 사람들까지도 극진히 예우하면서 자신만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제천영화제 관계자는 "11~12일은 청풍영상위원회에서 김부선씨를 초청한 것이고, 영화제는 13일부터 숙소와 일정을 맡기로 했었는데, 김부선씨가 불편한 마음에 12일 서울로 올라가셨다"면서 "영상위 쪽에서 일처리를 깔끔하게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풍영상위원회 황선형 사무국장은 "영화제 기간 중인 12일 한국영상위원회 발족식이 있었는데, 개막식 날인 11일에 모여 관계자들이 함께 놀았다"면서 "배우들도 함께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아 초청을 했고 김부선씨와 다른 여배우가 참석한 것이고, 사전에 행사와 관련에 대해 설명드렸으며 김부선씨도 동의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런 불찰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영화제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숙소는 펜션이었으며, 영상위 관계자들을 비롯해 수 십 명이 묵었고 김부선씨 요청에 따라 몇 차례 방을 바꿔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부선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행사가 별개였다고 하지만 처음에 제천영화제 사무국장이라고 밝히면서 연락이 왔고 영화제 쪽에서도 오동진 위원장이 공식적인 초청 의사를 밝혀 왔기에 응한 것인데, 메이크업 장소도 없고 개막식 레드카펫 의상 준비를 화장실 거울을 보면서 하려니 여배우로서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저녁에 영화 상영 후 이어지는 강산에 콘서트를 볼까도 생각 했었지만 사무실까지 티켓을 받으러 오라는 데다, 티켓을 구해준 분들과 식사도 한번 같이 해야 한다고 해 기분이 상해서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청풍영상위원회에서 초청을 했다고 해도 제천영화제 측에서도 나를 초청한 이상 다른 참석자들처럼 제대로 챙겨야 했던 게 맞다"면서 여배우로서의 자존심이 크게 상처를 입었다고 불쾌해 했다.

하지만 청풍영상위 황 사무국장은 "제천영화제 사무국장이라고 밝힌 적도 없고, 공연 티켓은 오기 힘들다고 하셔서 현장에서 따로 배려해 드리려고 했으며, 티켓을 구해준 분들과 식사를 같이 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없다"면서 김부선 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 국내 영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김부선씨는 영화제니 영상위니 거기가 거기려니 하고 간 것인데, 문제는 청풍 영상위 쪽에서 영화제 초청과 별개로 SNS를 활용해 사적으로 그냥 여배우라고 초대했다는 것이고, 이런 경우 배우들에게 최소한의 어떤 준비를 해줘야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의 아마추어 진행이 문제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돌발 사건이긴 하지만 김부선씨는 어디가 됐건 불러주니 고맙다고 응한 거고, 청풍영상위 쪽은 펜션에 재워주고 대절버스 태워주는 걸로 할 일 다 했다는 건데 게스트에 대한, 더욱이 여배우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그 배경 인식이 참 나쁘다고 본다"면서 "매니저라도 있고, 톱스타 여배우가 갔다면 이런 식의 대우를 했겠느냐"고 덧붙였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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