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앞둔 영화<7광구>의 배우 하지원이 28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7광구 석유시추선에서 정체 모를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해준'역의  하지원이 포즈를 취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7광구>의 배우 하지원이 28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7광구 석유시추선에서 정체 모를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해준'역의 하지원이 포즈를 취했다 ⓒ 민원기


"집이 정전되었어요. 차가 못 들어가고 도로에서부터 걸어갔어요. 엄마가 촛불 켜고 샤워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시작은 비 얘기였다. 계속되는 폭우로 피해는 없었는지 특히 서초구 우면산 사태로 인근 지역까지 피해가 있었던 터라 더 염려가 되었다. "다행히 큰 피해는 안 입었다"고 그는 답했다. 걱정 어린 질문에도 환하게 답했던 배우 하지원을 지난 달 28일 늦은 오후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났다.

<7광구>는 하지원에서 하지원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액션을 하는 여자 주연 배우 하면 단연 1순위로 꼽히는 하지원. 영화에서 그가 맡은 차해준이란 인물은 배우 하지원이 보일 수 있는 액션의 정수를 고스란히 담아낸 인물이었다. 대중에겐 지상파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하지원 표 액션의 진수를 담아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드라마 방송 전 이미 하지원은 <7광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국내 액션 영화에서 첫 '여자 원톱'..."약해 보이기 싫었다"

 괴물과 맞서는 이클립스호 대원들을 연기한 배우 오지호, 하지원, 박정학, 안성기(좌로 부터).

괴물과 맞서는 이클립스호 대원들을 연기한 배우 오지호, 하지원, 박정학, 안성기(좌로 부터). ⓒ CJ E&M영화부문


"지금도 어리둥절해요. 제가 나온 영화지만 정신없더라고요. 언론시사회 때 보고 VIP시사회 때도 봤는데 부족한 곳 몇 군데를 감독님이 바로 기술 작업 들어가더라고요. 저도 어제 후반 작업 하는 곳에 다녀왔어요. 가서 봤는데 '이걸 보여드려야지' 했다니까요. 괴물이 더 어흥! 하고 튀어나오고 더 징그러워질 거예요(기자에게 "그쵸? 그래야 좋지 않겠어요?"). 배우들의 감정도 더 잘 나오도록 해야죠."

영화 얘기를 꺼내자 하지원은 매우 상세하게 소감과 바뀔 곳을 언급했다. 그만큼 작품에 적극 임했다. <7광구> 얘기만으로 몇 시간이고 대화할 수 있다는 기세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7광구를 배경으로 한다. 7광구는 1978년 한일공동개발구역(JDZ)으로 설정되면서 우리에게 산유국이라는 부푼 꿈을 갖게 했던 실존 구역. 영화는 7광구의 석유를 탐사하던 시추선 '이클립스호' 안에서 미지의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하지원은 영화에서 변이에 변이를 거치는 괴물을 끝까지 상대해야 하는 차해준 역을 맡았다.

- 블루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잖아요? 혼자 쇼하는 느낌 아니었어요?
"블루스크린은 처음이었어요. 처음엔 힘들고 적응 안 됐는데 하다 보니 공부도 많이 됐고 연구도 한 것 같아요. 동영상 콘티가 있어서 아예 모른 채로 찍지는 않았어요. 상상으로 공간 만들어 가며 연기했어요. 그래서 에너지 소비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개봉을 앞둔 영화<7광구>의 배우 하지원이 28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7광구 석유시추선에서 정체 모를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해준'역의  하지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소 로봇이나 인형 미니어처를 모으는 게 취미라는 하지원. 차기작품이 탁구와 관련됐기에 그동안 만들었던 근육을 빼느라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 민원기

- 상대가 보이지 않아 직접적 교감이 없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요?
"그래서 괴물이 가슴 속에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였어요. '저 쪽에서 괴물이 입 벌리고 있다' 이런 식이었죠. 물론 우리도 시선 처리에 문제 있어서 녹색 탈을 쓴 '그린맨'이 오기도 했어요. 그분이 실제 괴물처럼 연기하며 시선을 끌었는데 감독님이 "너 연기가 제일 낫다"고 했어요(웃음)."

- 영화에서 괴물이 상당히 영리하더라고요?
"사실 이 괴물도 사람이 건드려서 나온 거잖아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괴물이 사람에게 놀자고 나왔다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 증거로 괴물이 안성기 선배를 쉽게 안 죽이잖아요. 마지막 컷에서 감정 가는대로 찍으라고 해서 그러고 있었는데 괴물이 죽을 때 불쌍했어요. 걔 의지와는 상관없이 커졌고 우리가 결국 죽였잖아요. 나도 모르게 막 울었어요. 괴물과 눈빛교환 장면을 찍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 와, 그런데 온몸이 정말 근육이네요?
"근육을 통해 캐릭터가 느껴지도록 노력을 많이 했어요. 노출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서 있을 때 근육 있으면 태가 다르지 않나요? 단단해 보이잖아요. 웨이트를 열심히 했고 고기도 많이 먹었어요."

- 작품 하면서 아쉽거나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영화 마지막 혈투 장면에서는 대사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만큼 말이 아닌 다른 것들로 괴물에게 밀리지 않는 힘이 보여야 했죠. 메이크업은 물론이고 헤어 스타일 특히 머리 날리는 모양새까지 신경 썼어요. 표정, 서 있는 자세, 걷고 뛰는 모습까지도 남자배우들이 다 봐줬어요. 해준의 모습에서 여성성이 조금이라도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 국내 액션 영화 주인공으로 여성 원톱(혼자 이끌어가는)인 작품은 처음이죠?
"맞아요. 그래서 부담이 있었어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죠. 누가 맡든 앞으로 이런 캐릭터가 또 나올 수 있으니 내가 제대로 잡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처음이니까."

안젤리나 졸리보다 내가 더 귀여울걸?

 개봉을 앞둔 영화<7광구>의 배우 하지원이 28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7광구 석유시추선에서 정체 모를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해준'역의  하지원이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원은 <오마이스타> 창간 소식에 '지금 이 순간 상상한대로 이루어진다'라는 문구로 축하를 전했다. ⓒ 민원기

로맨스와 멜로에서부터 스릴러, 공포까지 배우 하지원이 맡아 온 작품은 그야말로 장르의 종합 세트다. 이 중에서도 특히 액션 부문은 하지원이라는 이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드라마 <다모>(2003)에서 <시크릿 가든>(2010) 그리고 <7광구>까지 그의 연기 인생에서 액션은 굵직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 하지원 하면 액션이 자연스레 연상되는데 액션 부문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음. 칼을 잡으면 그 느낌이 좋더라고요. 이상하게 받아들이진 마시고요(웃음). 잡으면 슬프기도 하고 정의에 불타기도 하고 그래요. 칼을 차고 숲 속을 달릴 때 느낌이 참 좋죠. 연기니까 캐릭터니까 칼을 집는다기보다 그 느낌 자체가 좋았어요."

-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혹시 헬스클럽을 차릴 생각 없나요?
"(웃으면서) 제가 운영능력이 없어서요. 아! 저번에 스트레칭 하려고 누워있는데 어떤 분이 '길라임씨! 사인 한 장 주세요' 하시더라고요. 드라마 끝났는데도요."

- 길라임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게 이제 좀 지겨울 때 되지 않았나요?
"저는 괜찮아요. 드라마 배역의 이름을 불러주는 건 큰 감동이죠. 제가 거기서 하지원으로 사는 게 아니잖아요? 저한테는 되게 행복한 일이죠."

- 종종 할리우드의 안젤리나 졸리와 비교되곤 하는데 안젤리나 졸리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굉장히 고민하면서) 음. 뭐가 있을까요? 졸리보다 귀여운 역할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어우, 죄송합니다!"

- 예전 인터뷰에선 팜므파탈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던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요?
"새로운 걸 해 보고 싶은데요. 지금은 탁구 중이라 정신없어요.(하지원의 차기작은 '탁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팜므파탈요? 아직 좋은 시나리오를 못 받았어요. 좀 섹시한 역할을 하고 싶기도 하고요."

하지원 7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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