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줄거리가 들어 있습니다.

영화 <화장사> 포스터  영화 <화장사> 포스터

▲ 영화 <화장사> 포스터 영화 <화장사> 포스터 ⓒ 201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주인공 '민츄'는 고인의 얼굴을 매만져주는 '화장사',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장례메이크업 전문가'다. 기존의 화장사들과는 달리 위생과 안전을 강조하며, 이는 고인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대하는 유족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변하는 실력 있는 화장사다.

장례식의 모든 것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장례지도사 동료들 이외에는 달리 만나는 사람도 없고, 그들에게도 최소한의 말만 하는 민츄에게서는 젊은 여성 특유의 생기나 활력을 느낄 수 없다. 집에는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편찮은 어머니가 누워 계시고, 허구한 날 고인을 만나며 사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러나 고인에게 화장을 해줄 때는 다르다. 대화하며 소통한다. 물론 마음 속에서이긴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자살한 여성의 시신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는 고등학교 시절의 담임선생님 '첸'이다.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으로 화장해 드리겠다는 민츄의 말에 선생님의 남편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당신이 그의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을 어떻게 알겠느냐면서.

민츄는 정성을 다해 선생님을 화장해 드리고, 남편은 만족과 감사를 표한다. 그렇다면 민츄는 첸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영화는 죽음이 일상인 공간에서 시작해 아내의 자살로 고통스러워하는 정신과 의사인 첸의 남편과 사체검안서를 작성해준 선배 의사, 자살 사건에 의혹을 가지고 뒷조사를 하는 경찰의 이야기가 섞여든다. 그러면서 민츄와 첸의 사연이 드러난다.

영화 <화장사>의 한 장면  장례메이크업 전문가인 주인공 민츄

▲ 영화 <화장사>의 한 장면 장례메이크업 전문가인 주인공 민츄 ⓒ 201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홉 살의 나이차가 나는 담임 첸과 제자 민츄는 사랑하는 사이. 두 사람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장래를 약속하고, 서로 입을 맞추며, 몸에 함께 문신을 새겨넣는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이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었을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새로운 삶을 꿈꾸던 두 사람은 그 벽을 넘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렇게 화장사와 시신으로 만나게 된 것. 민츄와 헤어져 결혼을 한 첸은 끝내 남편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첸의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얻지 못해 괴롭다. 뱃속의 아이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내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남편의 고통은 아내의 죽음 이후에도 그 끝을 알 수 없다.

나이 어린 연인인 민츄를 믿는다고 했던 첸, 그것이 어떤 뜻이었는지를 민츄는 뒤늦게 깨닫게 되고 첸의 남편에게 그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첸은 당신을 선택했고 노력했다, 그러니 당신은 그를 믿었어야 한다고.

그러나 정말 믿음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었을까. 죽은 첸은 말이 없고, 뒤에 남겨진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두 사람이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가며 존재의 의미를 캐고 있을 뿐이다.

영화 <화장사>의 한 장면  사랑하는 사람들은 같은 곳을 바라본다...

▲ 영화 <화장사>의 한 장면 사랑하는 사람들은 같은 곳을 바라본다... ⓒ 201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랑하는 사람들은 같은 곳을 바라본다...그러나 사랑이 끝나고 눈길을 돌리면 현실은 '잊는 것도 용기'라며 여기서의 삶을 들이민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에게 마지막 얼굴의 기억을 남기고는 세상을 떠난다. 그 시기가 다 다를 뿐이다.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리엔이츠(연혁기)' 감독은 "대만에서 개봉 당시 사제간의 동성애를 중심으로 놓고 보는 시각이 두드러졌었는데, 나이라든가 어떤 특정한 잣대로 사랑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 영화를 통해 생명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엔이츠 감독은 또한 "고인의 몸을 통해 산 자에게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화장사의 입장에서 영화를 풀어나갔다"면서, "화장사라는 직업의 이면은 어떻게 보면 산 자에게 '화장'이 아닌 한꺼풀 벗겨내는 '클렌징(cleansing)'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어떤 사람들이 이 일을 하는 걸까,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을까, 묻게 되는 직업 중 하나인 화장사. 죽음 이후에 시작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삶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떠난 사람에 대해 그 누구도 그를 제대로 안다고 자신 할 수 없다는 것을 늘 실감하며 사는 일은 삶의 숨겨진 진리에 한 발짝 다가선 것일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영화, 죽음을 말하다> 기사입니다.
화장사 죽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장례메이크업 장례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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