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명동 신세계 문화홀에서 열린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자회견이

12일 오후 명동 신세계 문화홀에서 열린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자회견이 ⓒ 성하훈


영화 한 편을 보면서 좋은 배경음악을 듣게 되면 그 감동이 몇 배가 된다. 더구나 널따란 호수가 시원하게 펼쳐진 야외극장에서 영화와 음악이 어우러지면 느낌은 또 다르다. 여기에 유명 가수의 콘서트가 바로 이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영화와 음악, 라이브콘서트, 멋진 호수가 펼쳐진 휴양지. 지방 소도시의 영화제가 주는 매력은 다양하다. 한 번 가 본 사람들은 그 맛을 쉽게 못 잊게 되고 또다시 발걸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마니아들도 많이 생겨났다.

음악으로 관객을 유혹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가 12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주요 상영작과 발표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영화제에는 모두 26개국 101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50여 개 팀의 음악공연이 펼쳐진다. 지난해 24개국 84편이 상영된 것에 비해 규모가 커졌다.

이와 관련, 오동진 집행위원장은 "공연 횟수까지 포함시키면 북미 최대의 영화제인 캐나다 토론토 영화제에 버금간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보기에 제천영화제가 콘셉트와 주제의식이 강하고 젊거나 작은 영화제로 인식되고 있는데, 올해는 내용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겠다"면서 상영편수 확장이 그런 노력 중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개막작 <뮤직 네버 스탑>, 아픈 사람이 음악 통해 치유되는 영화

 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뮤직 네버 스탑>

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뮤직 네버 스탑>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대를 모은 개막작으로는 짐 콜버그 감독의 미국 영화 <뮤직 네버 스탑>이 선정됐다. 아버지와 다투다 집을 나간 아들이 뇌종양으로 뇌가 손상돼 기억을 상실한 상태에서 음악을 통한 치료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영화에 대해 "1960~80대 미국 문화를 관통하는 음악을 담고 있다"면서 "아픈 사람이 음악을 통해 치유되는 긍정적 작품"이라고 밝혔다. 제천영화제가 개막작은 주로 음악적 감동이 큰 영화를 선정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간판으로 걸린 <뮤직 네버 스탑>이 어느 정도의 울림을 줄지 기대된다.

제천영화제가 이전에 개막작으로 내걸었던 <원스><솔로이스트> 등은 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돼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었다. 하나같이 명품 음악들로 인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제 측은 "올해 전 세계에 있는 수준 있는 음악영화들을 거의 다 모아놨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2009년 타계한 아르헨티나의 민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가 마지막 음반을 녹음하면서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가수들을 만나는 모습을 담은 <메르세데스 소사 :칸토라>를 비롯해 최근 개봉한 음악영화 남다정 감독의 <플레이>, 흥행신화를 새로 쓰고 있는 <써니> 등도 상영작 목록에 담겨 있다.

영화 상영 직후 음악 콘서트가 이어지는 '원 썸머 나잇'의 출연진도 화려하다. 밴드 강산에, 브로콜리너마저, 리쌍, 스윗소로우, 김창완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노브레인 등이 청풍호반 야외무대에서 열정적인 라이브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마니아 영화제보다는 대중 영화제 성격 강화"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포스터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포스터 ⓒ 제천국제영화제

제천영화제가 내세우는 음악영화는 영화제의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멜로나 액션 호러 공포 등등 영화 장르가 무척이나 다양한데 그중에서 음악영화는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원래 존재했던 장르라기보다는 새롭게 형성된 분야인데, 국제적으로도 음악영화제는 그리 흔치 않다.

영화 음악이 뛰어난 작품이나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이 범주 안에 포함된다. 제천영화제는 이 부분의 선구자 역할을 해 왔다. 음악영화라는 특별한 콘셉트는 지방 중소도시의 영화제가 짧은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올해는 이런 장점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영화제 지역 기여도 문제로 폐지설이 나오고 프로그래머와의 갈등 등 내우외환에 시달렸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분위기가 여유로워졌다.

지난 1월 그간 집행위원장으로 그간 영화제를 이끌어왔던 조성우 위원장이 물러나고 기자 출신 영화평론가 오동진 위원장이 새로 선임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오 위원장은 집행위원장이 된 후 "기존 마니아들뿐만 아닌 새로운 관객층이 늘어날 수 있도록 외연을 확장시키겠으며 상영관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는데, 올해 영화제가 '마니아 영화제 성격보다는 대중 영화제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겠고 방향을 정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제천영화제는 올해 청풍호반뿐만 아니라 시내에서 접근성이 좋은 관광명소 '의림지'도 야외 상영관으로 추가했다. 또한 향후 5~6개까지 상영관을 확대하겠다면서 200석 규모 컨테이너 극장 구축 등의 청사진을 내놨다.

영화제 폐지 시사했던 시장 "그때는 뭐가 뭔지 몰랐었다"

 지난해 6회 영화제 APN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식에서 수상자인 봉준호 감독, 이병헌, 손예진씨, 씨네2000 이춘연 대표 등과 기념 촬영하고 있는 최명헌 제천시장

지난해 6회 영화제 APN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식에서 수상자인 봉준호 감독, 이병헌, 손예진씨, 씨네2000 이춘연 대표 등과 기념 촬영하고 있는 최명헌 제천시장 ⓒ 성하훈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영화제의 지역 기여도가 적다는 문제 등으로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던 최명헌 제천시장의 시각이 바뀐 것도 영화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영화제를 한때 위기 상황으로 몰기도 했던 최 시장은 올해 기자회견에서는 "작년에는 취임 한 달밖에 안 된 상태에서 뭐가 뭔지 몰랐었다"며 "영화제에 대해 더욱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영화제가 갖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실감했기 때문 아니겠냐"는 것이 영화제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해 이병헌 손예진 등의 톱스타 배우들이 영화제 기간 중 제천을 찾으면서 이들과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눈 시장이 영화제를 보는 인식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 행사장에서 손예진씨 옆에 앉았던 시장이 상당히 흐뭇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제천영화제가 존속되면 다 손예진 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었다.

영화제 측과 프로그래머의 갈등은 해결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리 깔끔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해 제천영화제 측은 정우정 프로그래머가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공식 프로그래머로 참여한 것을 들어 상근직에서 비상근직으로 전환했고 업무에 배제시켰다. 이로 인해 영화제 스태프의 신분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영화제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당시 정 프로그래머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의 결정에 따라 영화제가 끝난 후에 업무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 계약 만료 후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사실상 해고됐는데, 이 부분도 소송을 제기해 지난 5월 초에 다시 복직했다. 그렇지만 내부 협의 끝에 올해 영화제에 참여하지 않고, 이번 8월 말 영화제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일러 연출 방은진 감독 "고창석 의외로 날렵해"

 제천영화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이윤지 정겨운 씨와 최명헌 제천시장(좌) 오동진 집행위원장(우)

제천영화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이윤지 정겨운 씨와 최명헌 제천시장(좌) 오동진 집행위원장(우) ⓒ 성하훈


한편 영화제 홍보대사로는 배우 정겨운 이윤지씨가 선정됐다. 정겨운씨는 "음악 없이는 못 다니는 편이고 영화도 좋아한다"며 "영화제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다"며 선정 소감을 밝혔다. 이윤지씨는 "제천국제영화제 홍보대사 제안을 받고 5초 만에 바로 결정했다. 저한테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음악과 영화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홍보대사가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영화 상영 전 선보이는 트레일러 필름은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방은진 감독이 연출했다. 변희봉과 고창석이 식당 주인으로 변해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 들어가 있는데, 무협 활극 형태로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방은진 감독은 "평소 액션영화를 찍고 싶어 이번 트레일러에 담았다"면서 건강이 안 좋아진 변희봉 선생이 액션 연기에 대해 망설였으나 수차례의 설득해  카메라 앞에 세울 수 있었고, 전화 한 통으로 섭외한 고창석 씨는 의외로 매우 날렵해서 혼자서 쉽게 구르기를 잘했다고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오는 8월 11일 개막하며 16일까지 7일간 청풍호반과 제천 시내 TTC 복합 상영관 등에서 개최된다.

 영화 상영과 라이브 콘서트가 함께 펼쳐지는 제천영화제 야외상영관 청풍호반

영화 상영과 라이브 콘서트가 함께 펼쳐지는 제천영화제 야외상영관 청풍호반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영화 오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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