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된 SBS주말드라마 <신기생뎐>의 한 장면

10일 방송된 SBS주말드라마 <신기생뎐>의 한 장면 ⓒ SBS


'신들린 연기'란 이런 것이다. 장군 귀신이 빙의된 시아버님은 신병을 고치러 온 보살에게 "당장 나가!"라고 호령하고,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이 '연속 콤보'로 점프한 뒤 눈에서 '녹색 레이저'를 발사하며 '스캔'을 시작했다.

그리고 도우미 아주머니의 몸에서 간암 덩어리를 발견해냈다. 이를 위태롭게 바라보던 부인은 걱정도 잠시, 내친김에 "나는 아픈 데가 없냐"며 스캔을 요청한다. <지구 용사 벡터멘>이 아니다. SBS 주말드라마 <신기생뎐>의 이야기다.

SBS 드라마 <신기생뎐>이 본격 샤머니즘 드라마로 등극했다. 10일 방송된 50회는 아수라(임혁 분)에게 장군신이 들어선 엉뚱한 모습을 선보였다. 우리 아버지도 아닌데 TV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오지만, 아수라가 레이저를 발사하는 장면을 '짤방용(잘림 방지용)'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구가 슬며시 고개를 들만큼 흡인력이 강했다. 비록 이야기와 어떤 개연성을 가졌는지 의구심이 드는 장면이었지만, 중견배우 임혁이 장군과 동자신을 넘나드는 연기만큼은 훌륭했다.

장군신이 나가기 무섭게 다섯 살 동자신이 들어선 아수라는 한 걸음에 양발을 두 번씩 구르며 경쾌하게 뛰는 취학 전 아동의 걸음걸이로 집을 나섰다. 신병을 고치러 가는 길이다. 그 모습을 보며 조신하게 "화이팅"을 외친 며느리 단사란(임수향 분)은 곧 숨죽여 흐느낀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이보다 웃길 수 없다.

'욕드(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도대체 왜 보는거야

 10일 방송된 <신기생뎐>에서 아수라(임혁 분)의 몸에 빙의된 장군 귀신이 등장했다.

10일 방송된 <신기생뎐>에서 아수라(임혁 분)의 몸에 빙의된 장군 귀신이 등장했다. ⓒ SBS


임성한식 막장에는 불륜이나 패륜을 소재로 삼는 것 외에 극의 개연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뜬금없는 에피소드의 비중을 키우거나 장르와 상관없이 언제든 미스터리 스릴러로 몰고 갈 수 있는 담대함이 있다. 처음에는 이 막무가내에 놀라 욕을 하지만 이 사람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지는 순간 어느새 TV를 보게 되고, 그런 식으로 임성한 드라마의 시청률은 담보돼 왔다.

2003년 <인어아가씨>의 마지막회 즈음 아리영의 죽음을 암시하면서 흰 옷을 입고 먼발치서 미소 짓는 모습을 그리거나, 2005년 <하늘이시여>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여러 등장인물을 죽였던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의 괴짜 감각을 몰라주는 시청자를 향해 임성한은 서운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8년 <아현동 마님>에서 30분이 채 안 되는 방송분량 중 20여분 동안 극의 전개와 상관없는 엽기 사극쇼를 펼치고 시청자의 항의가 일자 "추운 날씨만큼이나 시청자분들의 마음이 얼었네요"라는 글로 에둘러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신기생뎐>은 지난 6월 12일 방송에서도 할머니 귀신을 등장시키며, 때 이른 납량특집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잦은 귀신 출몰에 대한 시청자의 의견은 호불호가 명확하다. "작가의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ingyeooo)"는 반응부터 "무섭지는 않고 웃기다, <개그콘서트>는 긴장해야 할 거다(@lacrima00)"는  우호적인 반응도 여럿 있었다. 장군신에 빙의됐을 때 아수라가 자신을 '임경업'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실제 역사 속 인물인) 임경업 장군을 잡귀 취급한 것으로 느껴졌다"(@fmpenter)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은근히 막장인데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b급 막장의 깊은 장맛이랄까"(@Burnin2love)라는 의견도 있다. 극의 흐름과 상관없이 너무나 자주 출몰하는 귀신 탓에 논란이 일고 있지만 <신기생뎐>의 시청률은 오히려 고공행진 중이다. 동시간대 주말드라마 중 단연 1위다.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결과에 따르면 9일 방송은 23.6%를, 10일 방송은 24.7%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만 전통예술을 사랑하던 기생들의 문화를 현대극에서 살려내고자 했던 <신기생뎐>의 기획의도와 빙의는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오리무중이다. 그야말로 '신귀신뎐'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가운데, 지난 빙의 에피소드가 남긴 것은 아직까지 임혁의 신들린 연기 그 자체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귀신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며 마지막회까지 시청을 유도하기에 지금까지 임성한식 드라마의 괴짜 감성이 보여준 실체가 없다.

신기생뎐 임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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