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기적>의 주역들 포스터 촬영을 위해 낙원동 악기상가 앞에 모였던 이혁상 감독과 출연진. 개봉 4주차를 맞은 <종로의 기적>의 감독과 출연진은 '찾아가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등 관객들과 가깝게 만나고 있다.

▲ <종로의 기적>의 주역들 포스터 촬영을 위해 낙원동 악기상가 앞에 모였던 이혁상 감독과 출연진. 개봉 4주차를 맞은 <종로의 기적>의 감독과 출연진은 '찾아가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등 관객들과 가깝게 만나고 있다. ⓒ 시네마달


"<종로의 기적>은 오로지 극장에서만 볼 수 있다는데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은 꼭 챙겨보시고 혹시나 개봉 후에 다운로드나 DVD 등을 통해 봐야지 하고 기다리시는 분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다고 꼭 전해주세요."

지난 2일 개봉한 게이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 제작진과 배급사는 최근 DVD를 비롯해 IPTV, 온라인 다운로드 등 2, 3차 부가판권 사업을 일절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네 명 게이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은 <종로의 기적>은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기'를 유쾌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린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에다 성소수자를 그린 흔치 않은 소재임에도 개봉 3주차까지 4000여 명을 동원하며, 좋은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결정과 관련해 19일 오후 원승환 전 한국독립영화협회 배급지원센터 소장이 위와 같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트위터리안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리트윗(돌려보기)되고 있다. <종로의 기적>의 이번 결정은 예산이 넉넉지 않아 부가판권 시장에 기댈 수밖에 없는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영화 <종로의 기적> 측은 최근 공식블로그를 통해 "극장 개봉과는 또 다른 영역, 동시에 그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DVD, 온라인 서비스로까지 영화를 노출시키기에 현재로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입니다"고 밝혔다.

이어 "<종로의 기적>은 네 명의 주인공들 외에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직, 간접적으로 커밍아웃에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혁상 감독 "이런 상황 자체가 성소수자 다큐의 한계"

이와 관련 배급사 '시네마달' 홍보팀 김하나 팀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이혁상 감독과 주인공들 모두가 오랜 기간 심사숙고 한 것으로 안다"며 "영화 속에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얼굴을 비추기에 부득이하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 김 팀장은 "DVD는 둘째치더라도 IPTV나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는 회사 입장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한 번 파일이 돌면 불법다운로드 환경에 노출돼 일파만파 퍼질 수 있다, 출연자들의 인권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사실 주변에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개봉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관객들도 존재하고, 특히 적지 않은 성소수자 관객들이 '아웃팅'의 염려 때문에 극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 또한 <종로의 기적>을 통해 대중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이혁상 감독 또한 "커밍아웃 다큐멘터리다 보니 제작 당시에도 출연진들과 극장 개봉에 대해 합의를 봐야 했다"며 "이걸 확대 시킬 경우, 예상치 못한 아웃팅과 커밍아웃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출연자들을 먼저 고려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종로의 기적>을 공동 제작한 성적소수자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는 트렌스젠더와 레즈비언 등 역시 성소수자를 다뤘던 전작 <3xFTM>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역시 자의반타의판 극장개봉에 만족해야 했다.

이혁상 감독은 "결국 한국사회가 이성중심주의적인 사회라 민감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고, 또 그게 성소수자를 그린 다큐를 둘러싼 한계인 것 같기도 싶다"면서도 "아직 상영이 끝나지 않은 터라 확정은 아니다, 향후 좀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성소수자를 둘러싼 환경뿐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 또한 희망적으로 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종로의기적 다큐멘터리 성소수자 이혁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