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박인영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서병원 영아병실에서 입양을 앞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한서병원을 찾는 탤런트 박인영은 1년째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탤런트 박인영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서병원 영아병실에서 입양을 앞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 이정민


"내가 편해야 아기도 편한 거예요. 자, 안아 보세요."

얼떨결에 태어난 지 3개월 된 승현이를 받아 안았다. 아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안아보는 건 처음이라 자세가 어정쩡하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이 선생님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저 뒤에서 함께 온 배우 박인영도 이 광경을 지켜보며 미소 짓고 있다.

아기 바라보는 눈엔 하트가 뿅뿅...박인영, 진짜 미혼 맞아?

지난 16일 오후 3시. 다른 때 같으면 사무실에서 기사를 쓰거나 기사 거리를 찾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날 나는 선배 기자와 함께 서울 역삼동의 한서병원 영아실에 있었다.

한서병원은 이웃 건물에 입주한 사단법인 대한사회복지회 소속의 병원이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은 대한사회복지회의 서울영아일시보호소 내 영아원에 있지만, 이 중에서 건강이 좋지 않은 아기들은 따로 한서병원 내의 영아실에 수용된다.

대중에겐 '이특 누나'로 잘 알려진 배우 박인영은 지난해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이곳에서 아기들을 돌봐 왔다. 이날 3시간 동안 함께 봉사를 하며 지켜본 박인영의 모습은 '연예인의 이미지 관리용 선행'이라는 프레임으로 보기엔 진정성이 뚝뚝 묻어났다.

 탤런트 박인영은 매주 목요일마다 한서병원을 찾아 입양을 앞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서병원 영아병실에서 탤런트 박인영이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뽀로로 좋아하니?" ⓒ 이정민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인 아기에게 '뽀통령' 뽀로로를 보여주며 주의를 돌리고, 보행기를 타고 영아실 곳곳을 누비는 현수를 쫓아다니며 밥을 먹이고, 그러면서도 아기를 능숙하게 안아 어른다. 아기를 바라보는 박인영의 눈에는 하트 모양이 '뿅뿅' 떠올라 있다.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눈치다. 이때만은 아기를 한 10명은 낳아 기른 것 같은 모습이다. "아기를 참 좋아하나 보다"라고 묻자, 박인영은 슬며시 웃는다.

"힘들어서 '이번 주는 쉬어야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신기하죠. 아기들 모습이 막 어른거리고, 환청도 들려요. 그럼 '그래도 가야지'라고 생각하게 돼요."

까만 눈동자가 날 바라보았을 때, 그 느낌이란

대체 얼마나 이곳의 아기들이 사랑스럽기에, 라고 생각하며 안고 있는 승현이를 빤히 바라봤다. 승현이는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좁아지는 병에 걸려 호흡이 고르지 못하다. 그래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가르릉'하는 소리가 들린다. 게다가 요즘 폐렴이 겹쳐 얼굴에는 열꽃이 발갛게 피어 있는 상태다.

그런 이유로 직접 안아서 등을 계속 도닥여 줘야 한다. 말이 '도닥이는' 것이지, 실제로는 '팡팡' 소리가 날 정도로 힘을 넣어 쳐야만 한다. 처음에 승현이가 너무 작아 상대적으로 큰 내 손으로 치면 아플까봐 살살 쳤더니, 이내 선생님이 "그러지 마시고, 좀 세게 치세요"라고 말한다.

할 수 없이 손에 힘을 좀 넣고, 등을 도닥이면서 계속 말을 걸었다. 물론 생후 3개월 된 갓난아기가 대답을 할 리는 없지만 이렇게 말을 걸어주면 아기가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렇게 한참을 했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승현이가 까만 눈동자를 나에게 딱! 맞추며 방긋 웃었다!

오오, 감격에 몸이 떨릴 정도다. 아기가 눈을 맞추며 방긋 웃는 그 모습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다.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했다. 입이 헤벌어졌다. 어느새 취재 따윈 까맣게 잊고, 승현이에게만 열중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탤런트 박인영은 매주 목요일마다 한서병원을 찾아 입양을 앞둔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1년째 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서병원 영아병실에서 탤런트 박인영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탤런트 박인영은 매주 목요일마다 한서병원을 찾아 입양을 앞둔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1년째 하고 있다. ⓒ 이정민


하품을 할 때도 조마조마...어느새 승현이는 잠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아기들의 식사 시간이 됐다. 보통의 가정에서는 아이를 안고 젖병을 물리겠지만, 이곳의 아기들은 요람에 누워 우유를 먹는다. 작년에 이곳에 들어왔다는 김 선생님은 이러한 방법이 '셀프 수유'라고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봉사자들이 많이 있으면 하나하나 안아서 먹일 수 있는데...그렇지 않아 이 방법을 자주 쓰다 보니 아기들이 익숙해졌어요. 슬픈 일이죠."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만해도 취재 때문에 이곳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지 않았는가. 이런저런 생각에 우유를 먹고 누워 있는 승현이만 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승현이가 켈룩거리며 우유를 토해 낸다. 그러잖아도 숨을 쉬기 어려운 승현이가 토사물에 더더욱 숨쉬기가 어려운지 금세 얼굴이 빨개진다. 재빨리 김 선생님이 다가와 이를 정리하고 기계로 코 안의 토사물을 빨아낸다. 순간, 당황했다.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승현이를 안고 얼굴을 쓸어주는 것뿐이었다.

이내 승현이는 조그만 얼굴 전체를 구기며 하품을 한다. 졸린 모양이다. 하지만 하품을 할 때마다 얼굴은 다시 빨개진다. 숨을 쉬지 못해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황급히 등을 두드렸다.

얼마 후 아기는 잠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승현이를 요람에 뉘였다. 언제 그 조그마한 몸으로 열심히 병과 싸웠냐는 듯, 평화롭기 그지없는 얼굴이다. 자면서도 승현이는 요구르트 먹을 때 쓰는 작은 빨대만한 손가락을 꼼질꼼질 움직인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시간은 훌쩍 지나 저녁 6시가 되어 있었다.

 탤런트 박인영은 매주 목요일마다 한서병원을 찾아 입양을 앞둔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1년째 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서병원 영아병실에서 탤런트 박인영이 손가락으로 아이와 교감을 나누고 있다.

▲ 고사리 같은 손 탤런트 박인영은 매주 목요일마다 한서병원을 찾아 입양을 앞둔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1년째 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서병원 영아병실에서 탤런트 박인영이 손가락으로 아이와 교감을 나누고 있다. ⓒ 이정민


조그맣고 따뜻했던 아기들, 눈에 어른거리네

'3시간짜리 엄마'였지만, 어느새 정이 담뿍 들은 아기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 선생님과 이 선생님은 "아기들 예쁘게 잘 써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병원을 나서 박인영과 함께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오시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에, 박인영의 대답이 걸작이다.

"이제 매주 오셔야겠네요!"

그러잖아도,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승현이가 보고 싶다. 어디 승현이 뿐이랴. 글에 다 옮기지 못한 아기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함께 봉사한 박인영 소속사의 한 관계자가 "제 딸 삼을 거예요"라며 자랑스럽게 보여준 혜진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어디 찍을 테면 찍어 봐라'라는 눈빛을 보인 현수, 요람에 눕혀놓기 무섭게 다시 안아달라며 칭얼대던 동진이...품에 안아본 아기들 모두, 너무 조그맣고 따뜻하고 예뻤다. 아무래도 박인영이 말했던 것처럼 나도 다음 주부터는 '환청'에 시달릴 모양이다.

대한사회복지회 김혜은 과장, "공인의 선한 힘, 파급효과 크다"

봉사활동 전, 사단법인 대한사회복지회 기획홍보부의 김혜은 과장과 잠시 인터뷰를 했다. 김 과장은 "봉사자들의 손길 하나하나가 흩어지는 게 아니다. 아기들이 새로운 부모를 만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많은 이들이 봉사에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음은 김혜은 과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배우 박인영씨가 지난해부터 이곳을 찾는다고 들었다.
"꾸준히 오신다고 들었다. 사실 병실에서의 봉사가 영아원에서의 봉사보다 더 힘들다. 태어난 지 2~3일 만에 병실에 가는 아기들도 있어서, 봉사자들이 돌보기도 힘들고 (마음이 아파) 보기도 힘들어하시기도 한다. 그런데 미혼이 하다니...힘들 텐데 대단하다."

-아기들은 몇 명이나 있나.
"병실에는 10명 정도가 있고, 영아원 정원은 60명이다."

-작년에 조세현 작가와 연예인들이 아기들과 사진을 찍었다고 들었다.
"감흥이 컸다. 연예인들은 움직이면 돈인 건데 사진을 찍으면서 돈 한 푼 받지 않았다. 찍으면서 작가가 '오늘은 아기가 주인공이다'라고 말해도 다 수긍하고, '나는 안 예쁘게 나와도 아기는 예쁘게 찍어 달라'고 말하는 연예인들도 많았다."

-연예인의 선행이 퍼져나가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나.
"체감이 된다. 공인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한 힘은 파급효과도 크다. 신애라 씨가 입양을 결정했을 때 실제로 국내 입양 비율이 증가했다. 그동안 입양을 망설이던 분들이 신애라 씨를 보고 용기를 냈기 때문이다."

-연예인 선행에 대해 '이미지 관리 아니냐'는 편견도 있는데.
"지켜보면 그런 것 때문에 공개를 꺼리는 연예인들이 많다. 하지만 남에게 내보이려 봉사하는 분들은 없다. 다른 봉사자에 섞여서 정말 열심히 한다."

-봉사는 어떻게 하면 되나.
"한 번에 세 시간씩이다. 영아원은 일반 봉사자들도 있고, 기업에서도 많이 오는데 병원에는 자원봉사 문의가 별로 없다고 들었다. 02)552-1018(서울영아일시보호소)로 문의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스타>의 '오마이나눔기획'은 함께 하는 나눔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연예인과 취재하는 기자라는 구분 없이 함께 봉사에 나서는 '나눔취재'입니다. 사회단체 및 함께 하고픈 모든 분들의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박인영 이특누나 봉사활동 대한사회복지회 오마이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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