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Walt Disney Pictures

이제 해적하면 누구나 딱 떠올리는 한 인물이 있다. 엉뚱한 말투와 생각, 그리고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를 가진 잭 스패로우.

그는 저주받아 달빛을 받으면 살아 있는 해골로 변하는 해적들과 맞서 싸운 적이 있었다(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

또한 심해의 괴물 크라켄과 그 괴물을 지배하는 데비 존스라는 해적과도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다(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

동료들의 도움으로 저승에서 빠져나와 해적 무리들과 서로 믿지 못하는, 어려운 싸움도 해나갔다(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그랬던 그가 이제는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전에 있던 동료들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한다. 그리고 좀 더 흥미로운 모험을 준비하고 있다.

전편들에서 이어져 온 새로운 악역도 등장하고, 잭 스패로우의 오래된 연인도 등장한다. 반가운 얼굴 바르보사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젊음의 샘을 찾아 떠나는 모험담이다.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다.

젊음의 샘을 찾아서!

잭 스패로우는 어느 한 술집에서 누군가 자신을 사칭해 선원들을 모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술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찾아낸 사람은 잭 스패로우의 오래 전에 헤어진 연인, 안젤리카(페넬로페 크루즈).

안젤리카는 자신의 아버지인 검은 수염(이안 맥쉐인)이 어떠한 예언에 의해 얼마 살지 못함을 알고, 젊음의 샘을 찾기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녀는 젊음의 샘 위치를 아는 잭 스패로우를 강제로 배에 태운다.

젊음의 샘을 찾는 검은 수염, 그리고 그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안젤리카 사이에서 잭 스패로우는 하는 수 없이 젊음의 샘을 찾는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젊음의 샘에 가기 전에 필요한 의식 도구들을 먼저 찾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그러나 젊음의 샘을 노리는 사람은 검은 수염뿐만이 아니었다. 검은 수염에 의해 외발이 된 바르보사(제프리 러쉬)가 역시 젊음의 샘을 찾고 있었고, 더불어 스페인 쪽에서도 젊음의 샘을 찾고자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모험다운 모험을 시작하는 잭 스패로우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Walt Disney Pictures


잭 스패로우가 돌아왔다. 어눌한 듯한 말투와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 그리고 특유의 제스처 그대로다. 뜬금없는 말과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당혹케 하는 것도 그대로이며, 묘한 코드의 유머도 그대로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줄곧 봐왔던 관객이라면 너무나도 반가운 얼굴일 터. 그런 그가 이번에는 새로운 모험을 들고 찾아왔다. 이번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시리즈 중에서 1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와 많이 닮아있다.

다소 난해했던 3편과는 달리, 이번 그의 모험은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처럼 목적이 뚜렷하다. 젊음의 샘을 찾아 나서는 것. 그리고 그 샘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미션들을 수행해야 한다.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찾아나서다가 마지막 젊음의 샘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관객들은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3편이 다소 배신과 권력 다툼에 초점을 맞추고, 잭이 데비 존스의 저승에서 나올 때의 난해함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철저히 어드벤처로 채워졌다.

헤어진 인연들, 그리고 새로운 인연들

다만 전편들과 차이가 있다면 잭 스패로우의 기존 동료들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즉 윌 터너(올란도 블룸)와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가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잭의 연인 안젤리카(페넬로페 크루즈)가 등장한다.

여기에서 이번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전 시리즈들과 다른 색깔을 갖는다. 전편들의 경우는 잭이 주인공이지만,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의 역할 또한 작지 않았다. 오히려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의 역할이 더 컸다면 컸다.

그러나 그들이 사라지면서 이번 편에는 잭 스패로우의 역할이 무척이나 커졌다. 안젤리카가 등장하지만,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가 했었던 역할만큼이나 독립적인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전편의 그들이 주조연이었다면 안젤리카는 철저히 조연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다분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잭 스패로우, 그리고 윌 터너, 엘리자베스가 이끌던 큰 두 줄기의 이야기로 흘러간 전작들과 달리 이번 편에서는 거의 한 줄기의 이야기에서 몇 개의 가지만 쳐지는 형식이다.

그래서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잭 스패로우의 팬들에게는 그가 완전한 주인공이 되었다는 점이 반가울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큰 등장인물 둘이 빠지고, 다소 약한 캐릭터 하나가 새로이 들어오면서 시리즈는 약간 힘이 빠진 듯이 느껴진다.

시리즈 중 제일 카리스마 약한 검은 수염 아쉬워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Walt Disney Pictures


굳이 다시 말하자면,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철저히 어드벤처에 초점을 맞춘 단순한 이야기로 돌아온 것은 반갑지만 다소 약해진 캐릭터들의 힘은 아쉽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저주를 받아 달빛 아래에서는 해골로 변하는 바르보사나 크라켄을 조종하는 데비 존스와 같은 악역도 물론 등장한다. 실존 해적으로부터 탄생된 검은 수염은 이번 편의 새로운 악역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전작의 악역들에 비해서 약하다. 특별한 매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손으로 밧줄들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전작 악역들에 비해서는 보잘 것 없는 능력으로 보인다.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모습이나 딸에게 총을 겨누는 모습도 있지만 특유의 악역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겉으로는 앞장 서서 젊음의 샘을 찾아나서지만, 알고 보면 잭 스패로우를 따라다니는 역할에 그친다.

인어들의 공격 장면은 볼거리 중 하나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Walt Disney Pictures


큰 긴장감 없이 관객들을 편안하게 어드벤처로 이끄는 이번 편에서 극 중 인어들이 나오는 장면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될 것이다. 그녀들의 눈부신 몸매에서 흥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미모를 통해 사람을 잡아가는 설정이 더 흥미롭다.

그리고 이 부분이 가장 강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밧줄을 타고 날아다니고, 칼을 들고 멋진 액션을 펼치는 잭 스패로우보다 인어들이 양면성을 보여줄 때가 더 긴장감이 생긴다. 그리고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러브스토리는 다소 약해졌다. 기존의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가 없으니 러브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잭과 안젤리카로 이어진다. 영화는 러브스토리를 염두한 듯 잭의 오래된 연인 안젤리카를 세웠지만, 생각만큼 뜨겁지 않다.

친구도 아니고 앙숙도 아니며, 해적다운 뜨거운 사랑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들의 어중간한 관계만을 보여줄 뿐이다. 이를 또 의식한 듯 영화는 갑작스럽게 목사와 인어의 사랑을 넣지만 뜬금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어쨌든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반가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굵직한 어드벤처 영화, 그것도 시리즈로 계속되는 몇 안 되는 어드벤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묘한 매력을 지닌 잭 스패로우 선장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동료들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점에서 전작들이 '시즌 1'이었다면 이번 편부터는 '시즌 2'라고 해도 무방하다. 결말을 보더라도 이번 편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게임과 흡사하게 미션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목적지에 도달하는 내용의 흐름도 나쁘지 않다. 캐릭터들만 좀 더 보완을 하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애초에 사랑 이야기도 배제했더라면 나을 뻔했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최근 다양한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에도 보너스 영상이 기다리고 있다. 엔딩 크레딧이 시작될 때 성급히 극장 문을 나서지 말고, 기나긴 엔딩 크레딧이 끝나길 기다릴 것. 그러면 짧지만 흥미로운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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