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버팔로스는 15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과 박찬호의 소감을 전했다.

오릭스 버팔로스는 15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과 박찬호의 소감을 전했다. ⓒ 오릭스 버팔로스 홈페이지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박찬호(38·오릭스 버팔로스)가 공식경기에서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박찬호는 15일 오사카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정규시즌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방문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2이닝 6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1볼넷 3실점으로 잘 던졌다. 팀이 2-3으로 지면서 패전 투수가 되긴 했지만 박찬호는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해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투구 수가 83개에 그칠 정도로 완급 조절도 훌륭했다.

변해야 산다

지난해까지 박찬호는 미국프로야구에서 뛰었다. 1994년 LA 다저스를 시작으로 2010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까지 무려 17년을 메이저리거로 지냈다. 20대 파릇파릇한 청년이던 그는 이제 어느덧 30대 후반의 야구선수가 됐다. 운동 능력이 전성기와 비교해 크게 떨어질 시점이다. 가장 먼저 떨어진 건 구속이었다.

살 길은 제구력에 있었다. 30대 초반까지 박찬호는 공은 빠르지만 제구력은 나쁜 전형적인 강속구 투수였다. 박찬호는 다저스 시절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던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주로 선발 투수로 나서서 1067이닝에 482개의 볼넷을 내줘 9이닝당 볼넷이 4.1개나 됐다. 그러나 구원 투수로 보직을 바꾸면서 제구력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242.1이닝에 88개의 볼넷을 내줘 9이닝당 볼넷이 3.3개로 줄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박찬호는 볼넷을 단 한 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대부분 공이 낮게 깔렸고 스트라이크존 끝에 살짝 걸친 공도 많았다. 2이닝에 한 개꼴로 볼넷을 내주던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일본에서도 통했다

일본에서 뛰는 투수들은 포크볼을 대부분 구사한다. 둘째와 가운뎃손가락 사이에 공을 끼워 넣고 던지는 포크볼은 아래로 크게 떨어져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한다. 박찬호와 맞대결을 펼친 라쿠텐의 다나카 마사히로는 원바운드로 들어오는 포크볼을 가끔 구사하면서 9이닝 2실점 완투승의 발판을 다졌다.

박찬호도 포크볼을 던질 줄은 알지만 실전에서 쓸 정도로 익숙하진 않다. 대신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커터), 투심패스트볼(투심)이 위력적이다. 오른손 타자를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이들 구종은 꺾이는 각도가 조금씩 달라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커터와 투심은 빗맞은 타구를 유도해 땅볼을 이끌어 내는데도 효과적이다.

 박찬호는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구원투수로 뛰었다.

박찬호는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구원투수로 뛰었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메이저리그에서도 재미를 봤던 구종은 일본에서도 통했다. 박찬호는 고비마다 커터로 땅볼을 유도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처리하기 어려운 타구는 일본야구가 자랑하는 탄탄한 수비의 도움을 받았다. 슬라이더의 위력도 여전했다. 박찬호를 상대한 라쿠텐 타자들은 타석에서 한참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계속 헛손질했다.

남겨진 숙제

이날 박찬호의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3km, 평균구속은 시속 130km대 후반에 그쳤다. 전성기와 비교해 시속 10km 이상 차이가 났다. 투심을 섞어 쓴다고 하더라도 일부 타자들에겐 만만하게 보일만큼 너무 낮았다. 박찬호가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잘 던진 공이 그래서 배트에 맞아 나가기 일쑤였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일본에서는 타자들이 훨씬 간결한 스윙을 한다.

구속이 지금처럼 잘 나오지 않는다면 제구력에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일본 투수들은 구속보다 제구력을 더 미덕으로 삼을 정도로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난 공을 좀처럼 던지지 않는다. 박찬호가 제구력이 나아졌다고 해도 다른 일본 투수들에 비해 더 훌륭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구속의 회복 없이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다.

보크도 풀어야 할 숙제다. 박찬호는 정지동작 없이 투구동작에 들어가는 경우가 잦다. 일본 심판은 이 부분을 엄격하게 지적하고 있다. 시범경기와 연습경기에만 6개의 보크를 기록한 박찬호는 이날 경기에서도 4회말 보크 판정으로 2루 주자를 3루로 보냈다. 보크는 주자들이 한 누씩 더 갈 수 있어 자칫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모든 문제는 프로야구선수로 18년째를 맞이한 박찬호의 경험에 해법이 있다. 매우 급할수록 오히려 침착해지는 게 경험의 힘이다. 경기가 끝나고 박찬호는 "재미있었다"고 했다. 긴장감마저도 즐기는 베테랑 선수의 면모가 그대로 묻어난다. 박찬호는 낯선 땅 일본에서 새로운 도전을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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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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