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의 사진을 내걸고 역전승을 자랑하고 있는 맨유 누리집(manutd.com) 첫 화면

루니의 사진을 내걸고 역전승을 자랑하고 있는 맨유 누리집(manutd.com) 첫 화면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명장의 눈은 분명히 달랐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판단은 분명히 옳았다. 아무리 상대가 리그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태였지만 0-2로 뒤진 상태에서 출발한 후반전 45분의 경기 운영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거기는 그들의 안방 업튼 파크였다. 하지만 믿기 어려운 역전 드라마가 마지막 30분 동안에 만들어졌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는 우리 시각으로 2일 밤 8시 45분, 런던에 있는 업튼 파크에서 벌어진 2010-2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와의 방문 경기에서 골잡이 웨인 루니의 해트트릭 활약에 힘입어 4-2로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며 리그 1위(19승 9무 3패 66점, 68득점 32실점) 자리를 굳게 지켜냈다.

 

박지성의 왼발 슛, '아깝다!'

 

두 개의 심장을 자랑하는 미드필더 박지성은 부상을 딛고 일어나 97일만에 맨유의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 섰다. 비록 64분 정도만 뛰고 베르바토프가 들어오면서 다시 벤치로 물러났지만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라이언 긱스가 왼쪽 측면에서 주로 움직일 때 박지성은 루니와 역할을 나눠 보조 골잡이 역할을 했고 대런 깁슨과 마이클 캐릭을 뒤에 두고는 공간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그러던 중 박지성에게도 골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루니가 오른쪽 끝줄 앞에서 넘겨준 공을 웨스트햄 수비수가 걷어내자 골문 정면 13미터 지점에서 잡아 놓고 힘껏 왼발 슛을 골문 안으로 보냈다.

 

아쉽게도 이 공은 웨스트햄 문지기 로버트 그린의 정면으로 뻗어가는 바람에 막히고 말았지만 100일 가까이 흘러간 공백을 느끼지 못하게 할 만큼 박지성의 존재감을 말하는 장면이었다.

 

이렇게 그가 다시 힘차게 뛸 수 있다는 사실은 팀으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다. 앞으로 이어지는 경기 하나하나가 구단 역사에 큰 획을 그을 것들이기 때문이다. 오는 7일 런던(스탐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지는 첼시 FC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첫 경기부터 시작하여 FA컵 준결승(17일, vs 맨체스터 시티 FC)에 이르기까지 숨 고를 틈도 없을 지경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으로서는 속으로 트레블(정규 리그, 챔피언스리그, FA컵 3관왕)을 꿈꾸고 있을 지도 모른다.

 

페널티킥 2실점, 맨유의 우울했던 전반전

 

축구장에서 골 좀 넣는다는 사람들이 꿈꾸는 것 중의 하나가 한 경기에서 세 골을 성공시키는 해트트릭일 것이다. 그런데, 이 해트트릭 중에서도 순도 높은 '진짜 해트트릭'이 있다. 중간에 하프 타임이나 다른 선수들의 득점이 끼어들지 않고 혼자서 내리 세 골을 몰아넣는 것이다.

 

태어난지 17개월에 접어드는 아들 카이를 대를 이어 축구선수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아버지 웨인 루니는 바로 이 경기에서 믿기 어려운 '순도 100% 해트트릭'을 이뤄냈다. 더구나 팀이 0-2로 뒤지고 있던 시점이라 그의 발끝은 더욱 빛날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방문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운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구한 페널티킥 두 개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박지성의 절친 에브라가 경기 시작 10분만에 핸드 볼 반칙을 저질러 첫 번째 실점의 빌미가 되었다. 상대 골잡이 칼튼 콜의 넘겨차기를 막으려다가 배구 경기 블로킹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오른손을 펴서 공을 막아버린 것. 그로부터 15분 후에는 또 다른 수비수 비디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번에도 칼튼 콜의 역할이 컸다. 맨유 벌칙구역 왼쪽 모서리 밖에서 공을 몰기 시작한 콜은 맨유 수비수 네마냐 비디치를 앞에 두고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공을 몰고 나가는 순간에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반칙이 선언된 지점이 벌칙구역 표시선 바로 위였기 때문에 애매했지만 리 메이슨 주심은 재고의 여지 없이 11미터 지점을 손 끝으로 가리켰다.

 

여기서 마크 노블의 두 번째 골이 만들어지면서 2-0으로 앞서기 시작한 웨스트햄 팬들은 대어를 다 낚은 듯 기뻐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후반전 중반까지 이어졌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던 그들은 당연히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맨유의 골잡이 웨인 루니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어 버렸으니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의 오른발 끝이 순도 100%의 황금처럼 빛났지만 퍼거슨 감독의 훌륭한 후반전 전술 변화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다.

 

왼쪽 수비수 긱스?, 퍼거슨 감독의 놀라운 전술 변화

 

0-2로 뒤지고 있던 후반전 중반에 이르기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은 사실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들이 못했다기보다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중원 압박이 매우 잘 이루어진 탓이었다.

 

'긱스-박지성-깁슨-캐릭' 등의 미드필더가 공을 주고받으며 나름대로 공간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때로는 공 줄 곳이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안방 선수들의 움직임은 민첩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선수 교체를 통해 큰 결단을 내렸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에브라를 빼고 '작은 콩(치차리토)' 에르난데스를 공격수로 들여보내며 파격적인 포메이션 변화를 꾀했다. 전설 라이언 긱스를 에브라가 뛰던 왼쪽 수비수 자리로 내리고 박지성을 왼쪽 측면으로 보냈다.

 

64분에 박지성이 나가며 베르바토프가 들어온 뒤에는 또 한 번 달라졌다. 루니가 왼쪽 측면으로 벌어지면서 새로운 투 톱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가 만들어졌다. 맨유의 중원은 그러는 과정에서 좌우의 폭을 조금씩 넓힌 것이었다. 경기의 중요한 전환점은 그렇게 찍혔다.

 

역시 여러 명의 중원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폭 넓게 공을 돌리며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러다보니 웨스트햄 미드필더들은 부담스러운 하중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 공이 측면과 가운데로 드나드는 과정을 빼놓지 않고 따라다닌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웨인 루니의 황금 오른발

 

가로 세로의 패스 줄기를 적절히 섞어가며 공을 돌리던 맨유 선수들은 상대 벌칙구역 밖에서 직접 프리킥을 얻어냈고 이 공을 루니가 그림같은 오른발 감아차기로 꽂아넣었다. 수비벽을 살짝 넘어들어간 공은 문지기 그린이 손을 쓸 수도 없이 제대로 휘어들어간 것이었다. 믿기 어려운 역전 드라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8분 뒤에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발렌시아가 오른쪽 측면에서 찔러준 공을 받은 루니는 훌륭한 첫번째 터치를 통해 상대 수비수 업슨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오른발 슛을 골문 왼쪽 구석으로 보냈다. 그린으로서는 이 공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3-2 펠레 스코어 역전 드라마가 만들어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딱 5분 뒤에 파비우의 재치있는 드리블이 페널티킥을 만들어낸 것. 전반전에 페널티킥 두 개로 일그러졌던 그들의 얼굴에 웃음 꽃이 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루니의 오른발 끝이 황금보다 더 빛나는 해트트릭 축구화로 변했다.

 

84분에 긱스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이 굴러들어가 에르난데스의 밀어넣기 추가골이 된 것은 그야말로 덤이었다. 아마도 맨유 선수들은 업튼 파크에서 거둔 이 역전승의 기쁨을 7일 스탐포드 브리지까지 이어가고자 할 것이다. 런던에서의 좋은 느낌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 2010-2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결과, 2일 밤 8시 45분 업튼 파크(런던)

★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 2-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득점 : 노블(11분,PK), 노블(25분,PK) / 웨인 루니(64분), 웨인 루니(73분,도움-발렌시아), 웨인 루니(79분,PK), 에르난데스(84분)]

◎ 웨스트햄 선수들
FW : 칼튼 콜(68분↔피키온), 뎀바 바, 게리 오닐(83분↔오빈나)
MF : 히츨스페르거, 파커, 마크 노블(83분↔로비 킨)
DF : 웨인 브리지, 업슨, 다 코스타, 야콥센
GK : 로버트 그린

◎ 맨유 선수들
FW : 웨인 루니(88분↔나니)
MF : 라이언 긱스, 박지성(64분↔베르바토프), 깁슨, 캐릭, 발렌시아
DF : 에브라(46분↔에르난데스), 비디치, 스몰링, 파비우
GK : 쿠슈착

2011.04.03 09:59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0-2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결과, 2일 밤 8시 45분 업튼 파크(런던)

★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 2-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득점 : 노블(11분,PK), 노블(25분,PK) / 웨인 루니(64분), 웨인 루니(73분,도움-발렌시아), 웨인 루니(79분,PK), 에르난데스(84분)]

◎ 웨스트햄 선수들
FW : 칼튼 콜(68분↔피키온), 뎀바 바, 게리 오닐(83분↔오빈나)
MF : 히츨스페르거, 파커, 마크 노블(83분↔로비 킨)
DF : 웨인 브리지, 업슨, 다 코스타, 야콥센
GK : 로버트 그린

◎ 맨유 선수들
FW : 웨인 루니(88분↔나니)
MF : 라이언 긱스, 박지성(64분↔베르바토프), 깁슨, 캐릭, 발렌시아
DF : 에브라(46분↔에르난데스), 비디치, 스몰링, 파비우
GK : 쿠슈착
박지성 축구 해트트릭 웨인 루니 프리미어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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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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