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주영이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세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손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주영이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세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손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상대가 그리 강하게 대응하지 못해서 조금 싱거워 보일 정도였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우리 축구대표팀은 강팀의 조건을 맘껏 자랑했다. 이 정도라면 언제 어디서 다시 붙는다고 해도 그들에게 우리가 좀처럼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느껴질 것이다.

 

조광래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4-0의 완승을 거두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전망을 밝게 보여주었다.

 

새 주장 박주영의 특별했던 50번째 프러포즈

 

 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주영이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세번째 골을 헤딩 슛으로 성공시키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주영이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세번째 골을 헤딩 슛으로 성공시키고 있다. ⓒ 유성호

 

이제 AS 모나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린 골잡이 박주영. 그는 2005년 6월 3일 타슈켄트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경기에서 처음 국가대표가 되어 데뷔골까지 터뜨린 바 있다. 그리고 이날 경기가 50번째 경험이 되었다.

 

그런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이 넘겨주고 간 주장 완장이 조금 무거웠는지 전반전에는 온두라스 수비수들이 파 놓은 오프 사이드 함정에 자주 걸렸다. 원래 명석한 두뇌로 경기장의 구석구석을 꿰뚫어보는 시야가 좋은 선수이지만 뭔가에 홀린 듯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축구 실력은 믿고 기다리면 어김없이 발휘되는 것이었다. 역시 그는 박주영이었다. 전반전 끝무렵 그의 참모습이 멋지게 드러났다. 43분, 김보경으로부터 넘어온 공을 간결하게 이청용에게 연결해주는 장면은 보는 이들이 탄성을 내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박주영은 해결사로서의 기질도 뛰어나지만 그를 믿고 따르는 동료에게 큰 보탬이 되는 경기를 펼친다. 겸손하게 상대 수비수를 끌고 다니면서 더 좋은 공간을 동료에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바로 1분 뒤에 멋진 작품의 도우미 역할을 제대로 해낸 것이다.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이 경기는 더 볼 것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작품이 만들어졌다. 강팀의 여러가지 조건 중 시의적절한 '추가골'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를 잘 가르쳐주는 장면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청용과 기성용의 찰떡궁합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이 공이 골문 정면에 자리 잡고 있던 박주영에게 빠르게 굴러왔다. 거기서 박주영은 욕심 없이 공을 슬쩍 뒤로 내줬다. 상대 수비수가 바짝 달라붙어 있어서도 그랬지만 그 공을 받아 차는 공격형 미드필더 김정우가 골문을 대문짝만하게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게 밀어준 것이었다. 얼핏 보면 무척 싱거워보이는 슛 장면이지만 그 과정이 매우 아름답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멋진 도움을 기록한 새 주장 박주영은 후반전에도 변함없이 외로운 원 톱 역할을 맡았다. 떠오르는 골잡이 지동원이 들어온 74분 이후에 한동안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변신하면서 또 다른 조연이 된 박주영은 83분에 머리로 쐐기골을 꽂아넣었다. 그 누구보다 특별했던 50번째 프러포즈가 제대로 빛나는 순간이었다.

 

골잡이 넷을 바라보는 행복한 고민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정우가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헨드리 토마스와 볼을 다투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정우가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헨드리 토마스와 볼을 다투고 있다. ⓒ 유성호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정수가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정수가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유성호

이 경기 하루 전에 있었던 공식 기자회견에서 온두라스 대표팀을 이끌고 들어온 클라바스킨 감독은 자신들의 '수비력'을 특별히 언급하며 아시아 축구계에 온두라스 대표팀의 수비 실력을 입증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경기 결과가 말해주듯 그의 말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고 말았다.

 

온두라스 대표팀에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에서 뛰고 있는 마이노르 피게로아가 있어서 더 그렇게 수비력을 자랑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에는 더 출중한 골잡이들과 미드필더들이 모여 있어서 뛰어난 조직력을 자랑하며 그들의 수비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83분에 만들어낸 쐐기골은 우리 골잡이들의 활용폭이 얼마나 넓은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박주영도 그렇지만 바꿔 들어온 지동원은 더 유연하게 측면 공간을 활용했다. 그가 왼쪽으로 빠져나가서 오른발로 올린 공이 박주영의 머리에 맞고 온두라스 골문 왼쪽 구석에 떨어진 것. 단순한 투 톱 공격 방법이 아니라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우리 골잡이들은 미드필더가 되어 측면으로 빠져나가거나 뒤로 물러났기 때문에 비교적 쉬우면서도 완벽한 쐐기골을 얻어낸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추가 시간 2분이 지나면서 또 하나의 쐐기골이 이근호의 이마에서 나왔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보람이 있었던 것이다. 비록 승부의 긴장감이 풀어진 뒤였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근호, 박기동, 지동원'으로 짜여진 색다른 공격수들을 시험가동하는 중이었다.

 

이 마지막 장면은 마치 조광래 감독이 박주영의 단짝을 찾기 위해 행복하게 고민하는 듯 보여 흐뭇함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지동원은 이미 자로 잰 듯한 띄워주기로 새 주장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마지막 골을 넣은 이근호도 '바람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붙이고 싶은 듯 보였다.

 

여기다가 K-리그 상주 상무에서 골잡이 본능까지 자랑하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김정우까지 든든히 자리를 잡아주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세대 교체가 감독 뜻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정우가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정우가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이근호, 온두라스전 마무리 헤딩슛 골!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근호가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네번째 골을 헤딩 슛으로 성공시키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근호가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네번째 골을 헤딩 슛으로 성공시키고 있다. ⓒ 유성호

 조광래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온드라스와의 대표팀 축구 친선경기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온드라스와의 대표팀 축구 친선경기에서 붉은 악마들과 시민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유성호

덧붙이는 글 | ※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 25일 밤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 한국 4-0 온두라스 [득점 : 이정수(28분,도움-기성용), 김정우(44분,도움-박주영), 박주영(83분,도움-지동원), 이근호(90+2분,도움-기성용)]

◎ 한국 선수들
FW : 박주영(88분↔박기동)
MF : 김보경(56분↔이근호), 이용래(87분↔윤빛가람), 기성용, 김정우(87분↔조찬호), 이청용(74분↔지동원)
DF : 김영권, 황재원, 이정수, 조영철(80분↔최효진)
GK : 정성룡

2011.03.26 09:10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 25일 밤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 한국 4-0 온두라스 [득점 : 이정수(28분,도움-기성용), 김정우(44분,도움-박주영), 박주영(83분,도움-지동원), 이근호(90+2분,도움-기성용)]

◎ 한국 선수들
FW : 박주영(88분↔박기동)
MF : 김보경(56분↔이근호), 이용래(87분↔윤빛가람), 기성용, 김정우(87분↔조찬호), 이청용(74분↔지동원)
DF : 김영권, 황재원, 이정수, 조영철(80분↔최효진)
GK : 정성룡
박주영 지동원 축구 기성용 김정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