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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스타로 이름을 얻은 배우가 자신의 이미지를 비슷하게 소모하면서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가 있다. <트와일라잇>시리즈의 로버트 패틴슨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그가 <트와일라잇>시리즈 성공이후 출연한 저예산영화 <하우 투 비>,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 등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여기에 한 작품 더한다면 <리멤버 미>가 될 것이다. 만약 이 작품에 로버트 패틴슨이 나오지 않았다면 한국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었을지 조차 의문인 영화다. 영화완성도면에서 제대로 된 기본적인 품격조차 갖추지 못한 작품이라 더 그렇다.

앨리(에밀리 드 라빈)와 타일러(로버트 패틴슨)는 첫 데이트를 한다. 음식점에 마주 앉은 두 남녀 중 앨리는 상처가 있다. 이유는 지하철 역에서 강도를 당해 그녀의 엄마가 죽었기 때문. 오랜 시간이 흘러 여대생이 된 앨리지만 그날의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타일러 역시 정상은 아니다. 그는 가짜 대학생 노릇을 하고 있다. 엄마는 이혼했고 아버지는 재력이 있지만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유일하게 자신을 아껴주던 형은 자살했다. 분명 앨리와 타일러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이런 앨리와 타일러가 서로 좋아하게 되는 것은 한 사건을 통해서다. 타일러가 패싸움을 하다가 앨리의 아버지인 경찰 닐에게 모욕을 당한다. 너무 화가 난 타일러는 의도적으로 닐의 딸인 앨리에게 접근한다. 처음엔 닐에게 당한 화를 앨리에게 풀기 위해서 접근한 타일러지만 점점 그녀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로맨스 분위기가 점점 무르 익어가는 것. 영화에서 모든 것을 마무리 짓는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리멤버 미>는 두 캐릭터가 아픔을 가지고 있기에 이후 이야기를 잘 만들어간다면 저예산영화의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로버트 패틴슨의 티켓파워를 생각한다면 더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무엇 하나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마무리되는 것 같은 황당한 느낌을 준다. 특이한 속사정을 가지고 있는 두 캐릭터를 내세워 만들어 낸 것이 황당한 마무리를 보여주는 인생과 삶에 대한 관조적인 자세이기 때문이다.

로맨스가 확 치고나가야 될 시점에 이야기가 미지근하게 전개된 것은 마지막 사건 때문이다. 영화는 초반, 정말 지루할 정도로 두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주가 되어야 할 시점에서도 가족 간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맞물리는 것도 마지막 사건과 관련된 것. 이 작품은 마지막 사건을 알게 되면 영화에 대한 모든 감정이 다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리뷰에서 언급할 수 없지만 정말 황당할 정도의 마무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결국 영화에서 핵심이 되던 불안 요소들이 모두 사라져버린다. 문제는 아무리 반전으로 넣어 놓은 마지막이지만 너무 뜬금없단 것이다. 마치 길거리를 지나가다 10층 옥상에서 떨어진 화분을 맞고 죽을 정도의 확률.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정도의 확률이 얼마나 일어나겠는가? 이런 비현실적인 반전과 결말 때문에 안 그래도 지루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완전히 힘을 잃어버리고 만다.

결국 <리멤버 미>를 통해 남는 것은 애매모호한 캐릭터들이 보여준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1년 3월3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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