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28, 홍수환체, BNG스틸)이 천신만고 끝에 극적으로 승리했다. 이재성은 지난 2월 27일 문경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IBF 팬 퍼시픽 Jr.페더급 타이틀매치에서 필리핀의 레이 라스피나스를 2-0 판정으로 꺾고 동양 챔피언에 등극했다.

신인왕, 한국챔피언 출신의 이재성은 2008년부터 미국에서만 6경기를 치러 2승 1무 3패의 전적으로 귀국했다. 그 후 복귀전에서 체력적 부담감이 역력해 보였다. 이재성은 경기 초반 자신보다 신장이 작은 라스피나스를 원투 스트레이트, 이은 복부 공격으로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싱겁게 승부를 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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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이재성은 관중을 의식한 듯 주먹을 크게 휘둘렀고 가드가 내려오면서 라스피나스에게 역습의 기회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라스피나스는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이재성의 허술한 수비를 틈타 위력적인 훅으로 반격했다. 급기야는 7라운드에서 이재성이 다운 직전까지 큰 펀치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재성은 위험천만했던 고비를 넘기며 전열을 정비했다. 라스베이거스, 양키스타디움 특설링 등 큰 무대에서 뛰었던 이재성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장정구 이후 20여 년 만에 세컨드로 나선 홍수환은 이재성의 긴 리치를 이용한 왼손 더블잽으로 라스피나스의 역습을 봉쇄하며 착실히 점수를 챙기는 실리적인 전략을 꺼냈다. 그 결과 이재성은 경기 후반부인 8라운드부터 자칫 기울뻔했던 경기 흐름을 되찾아오며 차곡차곡 점수를 획득하며 2:0 판정승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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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훈련 중 당한 손목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주먹에 힘을 전혀 실을 수가 없기도 했지만 상대가 의외로 까다롭고 강해서 고전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12라운드를 끝까지 뛰어본 적이 없어 체력 안배를 의식하다가 스테미너가 남아 있는 채로 경기를 마쳤다. 이것도 경기 운영면에서 아직 서투른 면이었다. 4년 만에 고국에서 경기를 해보니 미국과는 달리 한국말로 작전 주문이 들어와서 경기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미국과는 달리 고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 만족스런 경기를 보여 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약점을 보완해서 다음에는 훨씬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 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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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치 못한 판정으로 빈축 산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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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이벤트 못지않은 관심을 끌었던 전 세계챔피언 김지훈(24,일산주엽체)과 김동혁(24,제주맥스체)의 라이트급 한국 챔피언 결정전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관중들의 빈축을 사고 말았다. 세계챔피언 문턱에서 2연패를 당하고 백의종군한 김지훈은 통산 전적 28전 21승(18K0) 7패로 3전 3승의 김동혁과는 비교조차 힘든 상대로 보였다.

하지만, 김지훈은 초반부터 서두르며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이에 반해 왼손잡이 김동혁은 충분히 예상했다는 듯 김지훈의 단조로운 공격을 효과적으로 피하며 매섭게 반격했다. 김지훈의 주특기인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철저히 대비한 듯 복부 공격으로 받아 쳤고, 기습적인 레프트 스트레이트 선제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김지훈의 한방은 끝내 터지지 않았고 김동혁은 끝까지 밸런스를 유지하며 경기 종료 공이 울렸다.

관중들은 치열한 경기를 펼친 두 선수에게 박수를 보냈고, 대 이변의 순간을 예상했다. 하지만, 2:1로 김지훈의 손이 올라가고 말았다. 앞선 외국선수와의 홈링 어드밴티지도, 챔피언과 도전자의 입장도 아닌 국내 선수끼리의 챔피언 결정전 판정으로는 의아한 결과였다.

관중들은 야유했고 김동혁은 못내 억울하다며 링에서 내려가길 거부했지만 메인이벤트 경기가 바로 시작하려는 순간이라 결국 링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라커룸으로 향하는 길에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김동혁 측은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경기 결과에 대해 KBC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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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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