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삼공사가 길고 긴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인삼공사는 1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0-2011 V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제압하고 지난 1월 8일부터 시작된 연패 행진을 7에서 마감했다.

 

문제는 GS칼텍스다. 이미 시즌 초반에 7연패의 늪에 빠진 바 있는 GS칼텍스는 또 다시 5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시즌 전적 3승 13패. 2할 승률마저도 무너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포포비치 영입과 장윤희 복귀로 대반격을 노리다

 

 어렵게 영입한 포포비치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어렵게 영입한 포포비치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 GS칼텍스

GS칼텍스는 7연패에 빠졌던 지난 1월 24일, 이미 특단의 조치를 두 가지나 취한 바 있다. 먼저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 제시카 실바를 퇴출시키고 크로아티아 국가대표 산야 포포비치를 영입한 것이다.

 

포포비치는 배구의 메이저리그격인 이탈리아 리그에서 활약하던 거물로 소속팀 페루자가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외국인선수 문제로 고민하던 GS 칼텍스에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또 하나의 조치는 코치로 있던 장윤희를 현역에 전격 복귀시킨 일이다. 장윤희는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와 LG정유에서 활약하며 슈퍼리그 MVP를 5번이나 차지했던 여자배구 최고의 슈퍼스타.

 

물론 40세를 훌쩍 넘긴 장윤희가 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해 주리라 기대할 수는 없지만, 패배에 익숙해지던 선수들 뒤에 92연승 신화의 주역이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거라 기대했다.

 

GS칼텍스는 포포비치가 합류한 후 첫 경기였던 1월 25일 인삼공사전에서 3-1로 승리하며 7연패의 사슬을 끊어 냈다. 팬들은 데스티니 후커가 합류한 후 파죽의 14연승을 달렸던 지난 시즌의 돌풍이 재현되리라는 성급한 기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GS칼텍스의 희망은 바로 다음 경기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1월 27일 현대건설전을 시작으로 16일 인삼공사전까지 내리 5연패를 당한 것이다.

 

어울리지 않았던 GS칼텍스와 포포비치의 궁합

 

 '왕년에 그렇게 어마어마했던 장윤희도 세월을 거스르진 못한다

'왕년에 그렇게 어마어마했던 장윤희도 세월을 거스르진 못한다 ⓒ GS칼텍스

포포비치는 이탈리아리그, 터키리그에서 활약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도 주공격수로 활약하는 선수다. 한마디로 '특급 외국인 선수'로 부족함이 없는 거물이다.

 

그러나 과연 포포비치가 GS칼텍스에 필요한 선수인가를 생각해 보면 물음표가 붙는다. 포포비치는 188cm의 좋은 신장을 가졌지만, 196cm의 세라 파반(한굿도로공사)만큼 압도적인 높이를 가진 선수는 아니다.

 

그렇다고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몬타뇨처럼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갖추지도 못했고, 30대 노장 선수인 현대건설 케니 만큼 노련하지도 못하다.

 

포포비치의 장점은 강력한 파워와 지치지 않는 체력인데, 포포비치의 낮은 높이는 이미 상대 수비에 간파됐고, V리그 여자부에서 시행하는 3세트 외국인 선수 출전 금지 조항 때문에 체력을 뽐낼 기회도 많지 않다.

 

장윤희 역시 복귀 후 3경기에 출전해 5득점 밖에 올리지 못했고, 믿었던 수비에서도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애초에 40대 장윤희에게 전력 상승효과를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GS칼텍스의 최대 약점은 수비, 그 중에서도 모든 공격의 출발점이 되는 서브 리시브는 고작 30.6%의 성공률로 독보적인 최하위다. 특히 남지연 리베로와 함께 리시브를 책임져야 할 김민지의 서브 리시브 성공률은 18.42%밖에 되지 않는다.

 

GS칼텍스가 분위기 반전을 위한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근 3경기에서는 이숙자 대신 시은미로 세터를 교체했고, 16일 인삼공사전에서도 김언혜(센터), 양유나(레프트), 나현정(리베로)을 주전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0-3 패배. 기대했던 반전은 없었다.

 

8경기를 남겨 둔 GS칼텍스는 3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행 티켓이 사실상 좌절됐고, 2번 남은 인삼공사전을 모두 이기지 못하면 탈꼴찌 가능성도 희박하다.

 

2008-2009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이었던 GS칼텍스는 불과 2년 만에 연패 탈출이 지상과제가 된 꼴찌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이 언제나 들어 맞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2011.02.17 08:30 ⓒ 2011 OhmyNews
프로배구 V리그 GS칼텍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