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 박준범 감독

▲ 도다리 박준범 감독 ⓒ 무비조이(MOVIEJOY.COM)

부산 장편 극영화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그리고 편견 역시 있었다. 영화란 감독의 예술이기도 하지만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이기도 하다. 따라서 감독이 아무리 많은 의미를 부여해도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이 그 작품에 대해 알아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이런 부분에서 접근하자면 부산 장편 극영화의 경우 만드는 감독에게만 의미 있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는 지금까지 한편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부산 장편 극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준 첫 번째 작품을 이번 '메이드인부산 작가전'에서 만나게 되었다. 바로 박준범 감독의 2007년 작 <도다리>이다. 처음 이 작품을 소개 받고 DVD로 몇 번 감상할 것을 권해 받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편견과 불신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었다. 부산에서 잘 만들었다고 소개 받은 작품 중에서도 실망한 영화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렇게 차일피일 미룬 것이 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정식 상영본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나니 왜 많은 극영화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부산 장편 극영화로 박준범 감독의 <도다리>를 첫 손가락에 뽑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도다리>는 2007년 그의 첫 장편 데뷔작인 동시에 7000만 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독립영화였지만 10억 원을 들여 제작한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특히 부산 사투리로 이루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낯 간지럽거나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 자신이 부산토박이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극 구성이 너무나 잘 되어 있었다.

 

<도다리>는 세 명의 친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상연(박상연), 청국(김준영), 우석(김우석)은 둘도 없는 친구사이다. 하지만 처해 있는 처지들이 안타깝다. 세 명 모두 돈 때문에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 20년 동안 장기불황에 시달리면서 젊은이들이 일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최근 그 어떤 대도시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세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런 부산의 현실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도다리>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은 캐릭터가 완벽하게 영화를 뒷받침 해주고 있단 점이다. 부산에서 첫 장편을 만든 박준범 감독이 GV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캐릭터가 있는 듯 없는 듯 만드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확고히 하면서 이야기가 따라오는 방식으로 만들고 싶었단 이야기를 했는데 영화는 그런 부분에 완벽하게 부합하고 있다. 영화에서 세 캐릭터들이 보여준 강렬한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정도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최고의 파괴력이다.

 

그리고 <도다리>는 그 어떤 부산 극영화보다 세련된 작품이다. 관객들에게 기승전결이 충분히 납득될 만큼 빈틈없이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부산 극영화들이 감독 자의식에 묻혀서 관객들의 감정을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면, <도다리>는 관객들이 영화를 함께 즐기면서 작품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을 같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실제 국도예술관에서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이 2007년 작임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호응과 함께 감독에게 대부분 사인을 받아갔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에 얼마나 관객들이 빠져들었는지 알 수 있다.

 

헛되이 이름이 나는 법이 없음을 이번 <도다리>를 통해 다시 느꼈다. 늦게라도 이런 작품을 극장에서 정식 상영본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도다리>를 연출한 박준범 감독의 GV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이 GV는 국도예술관 정진아 프로그래머가 진행하였으며 지난 26일 이루어졌다.

 

"도다리, 물고기지만 다른 취급 받는 것이 영화 캐릭터와 비슷해"

 

도다리 박준범 감독

▲ 도다리 박준범 감독 ⓒ 무비조이(MOVIEJOY.COM)

-[정진아] 왜 제목을 '도다리'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도다리란 물고기가 생긴 건 그래도 물고기로서의 기능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생김새가 다른 일반적인 고기와 달리 생겼다는 것이 문제인데요.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도 사회부적응자나 완전히 무능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나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영화에 나온 정도의 인물만 되어도 무능력자나 낙오자로 취급을 받고 그런 입지에 있을 수밖에 없는 청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인물들이 도다리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정진아] 영화 제목이 영화 중반부에 낚시 가서 도다리가 잡히는 장면에서 나오던데요. 감독님이 의도하신 것입니까?

"강하게 의도를 한 것입니다. 저 나름대로는 재치있게 만들고 싶단 생각도 있었고요. 제목이 꼭 앞이나 뒤에 나와야 한다는 것도 깨고 싶었고요. 그리고 도다리가 잡힐 때 나오는 것이 물고기에 대한 설명도 하고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정진아]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도로에서 슬리퍼 벗겨지는 장면 역시 의도하신 건가요 아님 우연히 얻은 장면인가요?

"명확하게 의도를 했습니다. 시나리오 상에서 설정을 하고 촬영을 했습니다. NG가 한 번 나서 두 번째 장면에 완성됐습니다. 그래서 잘 보시면 첫 번째 촬영 때 떨어져 있는 슬리퍼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진아] 2007년에 영화가 완성 된 후 4년 만에 영화를 다시 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느낌과 아쉬움 점은 무엇입니까?

"굉장히 민망하고 부끄럽고 그렇습니다. 아쉬운 점은 다 아쉽습니다."

 

-[정진아]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계신 것이 있으신가요?

"제가 초고가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도다리>에 나온 배우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니까 배우들이 좀 돈 되는 시나리오를 적었으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관객 큰 웃음)."

 

"제 영화가 인간성 회복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도다리 박준범 감독

▲ 도다리 박준범 감독 ⓒ 무비조이(MOVIEJOY.COM)

-[정진아] 부산 극영화의 경우 연기자들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도다리는 연기자 분들이 정말 연기를 잘하셨는데요. 캐스팅은 어떤 것에 중점을 두셨나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제가 시나리오상에서 작성해놓았던 캐릭터의 인물에 잘 맞는지 그리고 그 역학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지 그런 것을 먼저 캐스팅의 기본으로 하였습니다. 두 명은 학교 동기이고 다른 한 명은 제 후배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배우 세 명 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연기에 대한 기본기가 잘 잡혀 있는 배우들이었습니다. 배우들이 그래서 연기를 잘해주었습니다.

 

배우들에게 제가 영화 찍으면서 주문했던 것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말하려고 하는 대사나 장면 자체가 자신 스스로 수긍이 되었다면 자연스럽게 해달란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애드리브도 정말 많이 있습니다. 제 생각으론 대사를 하는데 대사가 걸려서 연기에 영향을 미치면 좋은 연기가 아니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객질문] 영화 연출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영화가 인간성 회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도 사회 초년생으로 사회에 나와서 상처를 받잖아요. 하지만 그 상처를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소화해서 자신들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영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단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관객질문] 마지막 장면이 군대에서 나와 다시 텅 빈 친구 집을 방문하고 바닷가에 혼자 앉아 있는 장면이데요. 어떤 의도인지 궁금합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상연이가 친구들과의 관계나 추억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싶고 그 감정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친구들과의 사건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결국 혼자서 나아가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립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의도해서 마지막 장면에 그렇게 넣었습니다."

 

-[관객질문] 항상 사고만 치는 청국이가 친구들에게 외면당한 후 팬티만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 의도는 무엇인가요?

"사실 누구에게도 청국이가 이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를 자학하면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단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다음 영화는 실험적인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도다리 박준범 감독

▲ 도다리 박준범 감독 ⓒ 무비조이(MOVIEJOY.COM)

-[무비조이 ]부산 지역 독립영화 중에 이런 작품을 만날 것이라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다음 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다음 영화를 꼭 찍어보고 싶습니다. 다음 영화는 아마 실험적인 부분도 많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 '도다리'에서 많이 아쉬웠던 것은 장편을 찍으면 어떻게 하든지 배급을 반드시 해야겠단 부담과 의무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배급을 추진했다가 한 과정에서 좌절을 겪으면서 모든 것을 덮고 부산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부분이 가장 아직도 아쉽습니다. 제가 '도다리'에서 또 아쉬웠던 것은 장편영화를 할 때 상업적인 부분도 드러나고 작가주의 정신도 드러나는 그런 영화들을 찍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사실은 대중성과 상업성을 아예 배제를 했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다리'는 첫 장편이고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나서 그냥 묻혀 지고 싶지 않다는 그런 의지가 좀 강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영화의 작품성을 좀 많이 죽이지 않았는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진아] 촬영 장소 섭외를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를 하시는 분들이 어렵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촬영 장소 섭외는 허가 받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PD님이 많이 힘 드셨습니다. 그런데 PD님이 힘들다는 것을 거의 내색 하지 않으세요."

 

-[관객질문] 다음 작품도 부산에서 촬영하실 것인가요?

"다음 영화도 부산에서 100% 촬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도다리' 찍을 때는 첫 작품이라서 혈기왕성해서 좀 비효율적인 면이 많았는데요. 다음 영화는 효율적이고 실용적으로 더 잘 찍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객질문] 두 친구가 다툴 때 나오는 장면이 인적이 아주 드문데요. 특별한 상징성이 있습니까?

"공간에 대한 특별한 상징성은 없었습니다. 그 장면을 나타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을 찾았습니다. 사람이 없고 두 친구가 티격태격 할 수 있는 공간이 조용하고 앞이 탁 튀어 있는 그런 공간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 공간을 결정해서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캐릭터가 이야기에 매몰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다리 박준범 감독

▲ 도다리 박준범 감독 ⓒ 무비조이(MOVIEJOY.COM)

-[관객질문] 영화가 좀 투박해 보이는 면도 있습니다.

"도다리를 찍을 때만 해도 투박함에 대한 친근함이 있었습니다. 그런 투박함과 빈틈 속에서 관객들이 영화에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지금 다시 보니 영화를 조금 더 부드럽게 다듬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감성도 좀 세련되고 좋아졌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가 햇수로 벌써 4년이 되었는데요. 오늘 보니까 영화가 벌써 낡았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진아] 영화가 전부 부산 사투리로 욕을 많이 합니다.

"안 그래도 사투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리려고 했는데요. 욕이 정말 많습니다. 친구들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욕이란 것이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계가 정말 친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욕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조금 더 다듬고 싶었습니다. 핑계지만 촬영하는 동안 퀄리티를 내기 위한 시간에 쫓기다보니까 어느 정도 수준에서 OK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많이 아쉽습니다."

 

-[무비조이] 영화에서 가장 빛난 부분이 캐릭터란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 설정은 캐릭터 중심으로 잡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한테 친구란 의미가 상당히 큽니다. 그래서 저 영화 만들 때 나이에 한 번은 제 인생에 대해서 정리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 캐릭터 위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인물들이 스토리에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업영화들은 인물에 대한 심층적인 부분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토리에 따라서 허겁지겁 따라서 가는 경우가 많지 인물이 중심이 되어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은 변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1.28 10:47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도다리 박준범 무비조이 MOVIEJOY 메이드인부산 작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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