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틸컷

▲ 상하이 스틸컷 ⓒ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상하이>는 존 쿠삭(폴 솜즈), 공리(애나), 주윤발(앤소니) 등이 주연을 맡은 작품. 한국 포스터에 주윤발 얼굴이 더 크게 인쇄되어 나왔지만 실제 이 작품에서 존 쿠삭과 공리 다음으로 큰 배역은 <인셉션>에 얼굴을 비춘 일본 국민 배우 와타나베 켄(다나카 대좌)이다. 존 쿠삭이 친구의 죽음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의 중심에 와타나베 켄이 존재하고 있다. 물론 실제 존 쿠삭과 공동 주연이나 다름없는 공리는 영화의 가장 핵심 인물임에 틀림없다.

 

영화는 '진주만에 대한 거대한 비밀'이란 문구 때문에 전쟁블록버스터 혹은 숨 막히는 첩보전이 난무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그와 같이 거대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그냥 단순한 애증관계를 너무나 피상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더 높다. <상하이>는 한 여자를 향한 무한 애정이 영화 속 다른 이야기와 깊게 엮여 버리면서 결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폴 솜즈는 독일에서 기자생활을 했지만 알고 보면 위장 직업이다. 실제 그의 직업은 미국 첩보원. 그가 막 도착했던 1940년대 초반의 상하이는 중국을 놓고 세계열강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던 장소다.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일본과 독일, 그리고 이 국가들을 주시하고 있던 미국이 한 도시에서 얼굴을 숨긴 채 자신들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폴 솜즈가 도착하자 마자 자신과 함께 해군에서 같이 첩보원으로 넘어온 커너가 살해당한다. 폴 솜조는 누가 과연 자신의 친구를 죽였는지 알고 싶어 한다.

 

커너의 살해동기와 살해한 사람을 알아내기 위해서 그는 삼합회 보스 앤소니의 아내인 애나에게 접근해야만 한다. 그녀는 이상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여자다. 자신의 남편은 일본에 붙어서 이익을 챙기고 있다면 그녀는 일본에 반하는 저항군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애나가 데리고 있는 일본 여자가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폴 솜즈는 알게 된다. 왜 애나가 그 여자를 데리고 있는지 그리고 친구인 커너는 과연 누구에게 죽음을 당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애나에게 접근해서 비밀을 파 해쳐야 한다.

 

멜로도 아닌 것이, 첩보도 아닌 것이, 전쟁영화도 아니다

 

상하이 스틸컷

▲ 상하이 스틸컷 ⓒ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상하이>의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에 핵심은 존재하는데 그 핵심을 알고 나면 헛웃음이 나온다는 점. 다나카 대좌와 폴 솜즈, 여기에 애나와 앤소니, 그리고 죽은 폴 솜즈의 친구 커너까지,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조금은 이해되지만 심정적으로 무조건 받아들이기에 이야기 얼개와 짜임새가 부족하다. 스파이 첩보물의 기본 얼개를 초중반 가져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켜 놓고, 그 긴장감이 폭발해야 되는 순간에 밝혀진 사건의 열쇠가 너무 어이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특히 포스터 문구에 나와 있는 '진주만에 대한 거대한 비밀'이란 문구 때문에 실제 이 작품이 일본과 미국의 전쟁 발발 전의 숨 막히는 첩보전이라고 생각한 관객들이라면 <상하이>에서 보여준 마지막 결말은 재앙에 가까워진다. 진주만이란 전쟁의 발발을 다룬 첩보물이 아니라 진주만이란 사건을 끼워서 만들어 놓은 애정 로맨스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사실 별다른 의미도 없는 내용에 양념으로 끼워 넣은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이 되는 것처럼 비추어지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여기에다 포스터에 얼굴이 크게 나와 있지만 이 영화에서 주윤발의 역할은 비중 작은 조연 혹은 찬조 출연이라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다. 특히 마지막에 보여준 그의 행동은 오히려 영화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꺾어버릴 정도로 의미없어 보인다. 자신의 아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끔씩 나오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아내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공리가 맡은 애나는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인다. 여장부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상하이>에서 그나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제공해주고 있다.

 

결론은 <상하이>는 결코 첩보물도 액션물도 그리고 전쟁블록버스터도 아니다. 이 작품에서 보여준 것은 마지막 관객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드는 평범한 로맨스다. 한 남자의 로맨스로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끌고 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감독의 뛰어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로맨스 자체가 큰 파괴력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끌고 간 이야기가 힘이 없어져 버렸단 점에서 감독의 뛰어난(?) 능력도 아무 부질없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1년 1월27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1.27 11:08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1년 1월27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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