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각) 2011 AFC 아시안컵 이란과의 8강전은 한국팀에게 많은 수확이 있었다. 연장전에서 벼락 같은 왼발슛으로 이란의 골망을 흔들었던 윤빛가람은 또 한명의 스타 탄생을 알렸고, 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된 이용래의 활동량은 '캡틴' 박지성을 능가했다.

또한 좌우 풀백으로 활약한 이영표와 차두리는 각각 노련미와 체력을 바탕으로 공수를 완벽하게 조율하며 조별 예선에서 6골을 폭발시켰던 이란의 공격력을 무력화시켰다.

그러나 '옥에 티'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대표팀 부동의 중앙 수비수 이정수의 경고였다. 이정수는 '경고누적'으로 한일전으로 치러질 4강전에 출전할 수가 없다.

'투샷투킬'의 미친 결정력을 자랑하는 '골 넣는 수비수'

 '헤발슛'으로 유명한 이정수는 경고누적으로 일본과의 4강전에 출전할 수 없다.

'헤발슛'으로 유명한 이정수는 경고누적으로 일본과의 4강전에 출전할 수 없다. ⓒ SBS 화면캡쳐


안양 LG,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 삼성 등에서 활약했던 이정수는 2008년 A매치에 데뷔한 늦깎이 선수다. 1980년 1월 8일생으로 79년생들과 동년배인 이정수는 한국 나이로 서른 살에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비록 대표팀 합류는 다소 늦었지만, 이정수는 184cm의 신장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대인마크로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 자리를 차지하며 남아공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이정수를 더욱 널리 알린 무대였다. 이정수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에서 각각 골을 성공시키며 '골 넣는 수비수'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나이지리아전에서는 헤딩을 시도한 공이 다리에 맞고 들어가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 장면은 '해발슛', '동방예의지국 슛' 등의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정수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단 두 차례 슛을 시도해 두 골을 성공시키는 '미친 결정력'을 선보였고, 월드컵이 끝난 후 연봉 22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카타르의 알사드로 이적했다.

경고 누적으로 결장할 이정수의 대안은?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이정수는 조광래호의 핵심 수비수였다. 이미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뛰어난 기량을 검증 받았고, 대회가 열리는 카타르에서 뛰고 있어 유럽파나 K리거들처럼 따로 시차나 기후에 적응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정수는 바레인과의 첫 경기부터 이란과의 8강전까지 노련하게 수비진을 조율하며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정수는 일본과의 4강전에 출전할 수 없다. 경고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바레인과의 첫 경기에서 경고를 받은 이정수는 이란과의 8강전에서도 경고 한 장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4강전에 올라가면 그간 받았던 경고가 소멸되지만, 퇴장을 당하거나 경고가 누적된 선수는 이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요르단과의 첫 경기에서 천금 같은 동점골을 성공시킨 후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퇴장을 당한 일본의 핵심 수비수 요시다 마야가 한국전에 나올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정수를 제외하면 한국의 남은 중앙 수비 자원은 4명. 일단 이란전에서 이정수와 호흡을 맞춘 황재원은 4강에서도 중앙 수비 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두 번의 실수를 저지른 곽태휘에게 세 번째 기회가 찾아 올까

두 번의 실수를 저지른 곽태휘에게 세 번째 기회가 찾아 올까 ⓒ SBS 화면캡쳐


불의의 부상으로 남아공행 티켓을 놓쳤던 곽태휘는 제공권을 장악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세트피스상황에서의 득점력도 갖췄다. 그러나 이번 대회 조별예선에서 두 경기에 출장해, 두 경기 모두 패널티킥을 허용하는 파울을 범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던 조용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제공권을 장악하는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남아공 월드컵을 비롯해 A매치 40경기 출장에 빛나는 풍부한 경험은 대표팀 수비수들 중 단연 최고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신예 홍정호의 깜짝 기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A매치 경험(4경기)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부상으로 낙마한 대표팀 '부동의 원톱' 박주영의 대체 선수로 뽑힌 수비수인 만큼 조광래 감독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홍정호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사실 한일전은 누가 출전하든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 대표팀에서는 '젊은 피'에 속하는 기성용조차 "한일전은 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큼 선수들의 의지도 남다르다.

이정수는 경고 누적으로 한 경기 출장 징계를 받았다. 한일전만 결장하면 다음 경기는 출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부디 이정수의 복귀전이 허탈한 3-4위전이 아니라 51년 만에 '왕의 귀환'에 도전하는 결승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시안컵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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