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K-리그 챔피언 결정전 결과를 알리고 있는 프로축구연맹 누리집(kleague.com) 첫 화면

2010 K-리그 챔피언 결정전 결과를 알리고 있는 프로축구연맹 누리집(kleague.com) 첫 화면 ⓒ 한국프로축구연맹


추가 시간 3분도 거의 끝나갈 무렵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안방 팀을 이끌어온 넬로 빙가다 감독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좋은 선수들이 즐비한 클럽이었지만 K-리그 부임 첫 해에 이룬 성과로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넬로 빙가다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서울은 5일 낮 2시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0 K-리그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후반전에 터진 아디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제주 유나이티드를 2-1로 물리치고 첫 챔피언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최광보 주심, 너무 긴장했나?

6만명에 가까운 엄청난 관중이 들어온 2010 K-리그 마지막 경기. 이 결과가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긴장감이 넘치는 현장이었다. 벤치의 지도자들도 경기장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가장 냉정한 마음으로 이 경기를 운영해야 할 심판들까지 흥분했는지 경기의 재미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어리석음을 보이고 말았다.

첫번째 문제의 판정은 경기 시작 11분만에 나왔다. 안방 팀 미드필더 김치우의 낮게 깔리는 중거리슛이 터졌을 때 문지기 김호준이 이 공을 잡다가 떨어뜨렸다. 그리고 데얀의 밀어넣기가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가며 환호성이 터졌다.

하지만 제2부심의 깃발이 올라갔다. 공이 김치우의 발끝을 떠나는 순간에 데얀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는 판정이었다. TV 생중계 느린 화면으로는 온사이드로 보였지만 현장의 심판들이 그 정도까지 미세한 차이를 잡아낸다고 하는 것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방문 팀 제주 유나이티드가 산토스의 선취골에 힘입어 1-0으로 앞서고 있던 28분에 생겼다. 김진규가 넘겨준 공을 상대 벌칙 구역 안에서 잡은 정조국은 짧은 볼 터치로 더 좋은 슛 기회를 얻고자 했다. 이 순간 정조국보다 한 발 먼저 공을 처리하려던 방문 팀 수비수 마철준이 정조국의 발끝에 걸려 엉키며 넘어졌는데 오히려 최광보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고 말았다.

수비수 마철준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반칙을 당한 것은 오히려 자신이었는데 페널티킥까지 내주고 노란딱지까지 받았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제2부심이나 끝줄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추가 부심에게 의견을 묻고 판단했어도 될만한 일이었다.

이 판정이 내려진 직후 홍정호를 비롯하여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를 했지만 최광보 주심은 몸이 밀려나면서도 딱지 한 장을 꺼내들지도 못했다. 이후로 거칠어진 경기는 주심이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주심의 잘못된 경기 운영이 수많은 관중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경기였다.

문지기의 작지만 큰 실수, 승부를 가르다!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감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적잖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골문을 지켜야 하는 문지기에게 다가오는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경기에서 양쪽 골문을 지킨 두 문지기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경기의 흐름을 크게 바꿔 놓았다. 먼저 고개를 숙인 것은 안방 문지기 김용대였다. 상대적으로 큰 경기를 더 많이 뛰었던 그였기에 안방 팬들 입장에서는 의아할 정도였다.

26분, 수비수로부터 백 패스를 받은 김용대는 왼발로 길게 공을 걷어내려고 하다가 킥이 짧아 제주의 오른쪽 날개공격수 배기종에게 걸렸다. 여기서 현영민의 발에 맞고 가운데로 흐른 공이 산토스에게 굴러갔고 그의 왼발에서 뜻밖의 선취골이 나온 것. 부랴부랴 골문 앞으로 달려온 김용대가 왼쪽으로 몸을 날려봤지만 역동작에 걸리는 바람에 공은 자신의 손에 맞고 굴러들어가고 말았다.

이 골로 챔피언 결정전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최초로 정규리그 2위 팀의 우승이 실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밀려들었지만 그 생각은 3분도 지나지 않아 주심의 오심 하나로 사그러들고 말았다.

 아디

아디 ⓒ 한국프로축구연맹

정조국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1-1이 된 이 경기는 후반전에 들어가면서 더욱 긴장감이 커졌고 이번에는 반대쪽 문지기 김호준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73분, 역시 동료 수비수의 백 패스를 받은 김호준은 발 바닥으로 공을 세워놓지 못하고 상대에게 코너킥을 헌납하고 말았다. 여기서 올라온 제파로프의 왼발 킥이 아디의 이마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결승골이 된 것이었다. 문지기의 작은 실수 하나가 승부의 갈림길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광대뼈 부상을 털고 돌아와 짜릿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아디는 수비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커버 플레이 실력을 자랑하며 2-1이라는 점수를 끝까지 잘 지켜냈다.

78분과 추가 시간 2분 두 차례 모두 방문 팀의 공격형 미드필더 산토스가 빠져들어 왔지만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아디의 침착하고 빠른 가로채기가 연거푸 빛난 것. 골도 골이지만 수비면에서 이처럼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아디는 경기 종료 직후 이어진 시상식에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의 영광까지 거머쥐었다.

이렇게 끝난 2010 K-리그에서 기록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정규리그 1위에 오른 FC 서울은 이 경기 직전까지 안방에서 17연승을 기록중이었고 2008년 8월 27일 이후 제주와의 맞대결 기록에서 8경기 연속 무패(5승 3무)의 자신감이 있었다. 12월의 첫 일요일 낮에 경기장을 찾아온 5만6759명의 대관중 앞에서 그 기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었다.

덧붙이는 글 ※ 2010 K-리그 챔피언 결정 2차전 결과, 5일 낮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관중 : 56,759명)

★ FC 서울 2-1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정조국(29분,PK), 아디(73분,도움-제파로프) / 산토스(26분)]
- 1, 2차전 합산 4-3으로 FC 서울 리그 첫 우승.

◎ FC 서울 선수들
FW : 데얀, 정조국(31분-경고/57분↔최현태,77분-경고)
MF : 김치우(37분-경고/70분↔이승렬), 제파로프, 하대성, 최태욱(82분↔박용호)
DF : 현영민, 김진규, 아디, 최효진
GK : 김용대

◎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김은중
MF : 김영신, 오승범(74분↔구자철,81분-경고), 산토스, 박현범(31분-경고), 배기종(58분↔네코)
DF : 마철준(28분-경고), 홍정호(86분↔강민혁), 강준우(65분-경고), 이상호
GK :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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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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