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에 대항할 팀은 삼성 라이온즈로 정해졌다.

삼성 선수들의 환호와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눈물이 엉켜 있는 와중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발 빠르게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시리즈 출전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삼성에서는 플레이오프에서 활약이 미미했던 프란시스코 크루세타와 백업포수 채상병이 빠지고, 오랜 부상을 이겨낸 구자운과 2005년 한국시리즈 MVP 출신의 '돌부처' 오승환이 새로 합류했다.

SK의 한국시리즈 출전 명단에는 다소 의외의 인물도 있다. LG 트윈스와의 4-3 트레이드를 통해 SK에 합류한 우타 외야수 안치용이다.

전국대회 3관왕 이끌던 '초고교급 타자'의 길었던 슬럼프

 안치용은 프로입단 7년 만에 데뷔 첫 홈런을 때려 냈다.

안치용은 프로입단 7년 만에 데뷔 첫 홈런을 때려 냈다. ⓒ LG 트윈스

1997년 신일고 3학년 시절 안치용은 '초고교급 타자'로 명성이 높았다. 신일고는 '에이스' 봉중근(LG)과 현재윤(삼성), 안치용, 김광삼(LG)으로 이어지는 핵타선을 앞세워 전국대회 3관왕의 금자탑을 세웠다.

안치용은 LG에 고졸우선지명을 받았지만, 프로 직행 대신 연세대 진학을 택했다. 같은 해인 1998년 곧바로 프로행을 택한 배명고의 정현택(은퇴)은 LG로부터 2억 8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그러나 안치용은 대학 진학 후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고, 2002년 LG에 입단할 때에는 1억 3천만 원의 계약금 밖에 받을 수 없었다(1억 3천만 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안치용의 고교시절 라이벌이자 고려대 진학을 택했던 박용택은 프로 입단 당시 3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안치용은 프로 적응도 쉽지 않았다. 안치용은 프로입단 후 6년 동안 고작 105경기에 출장했다. 때려낸 안타는 고작 15개였고, 홈런은 단 1개도 없었다.

그렇게 한물간 선수로 야구팬들의 기억속에서 잊히고 있던 안치용은 프로 7년째이던 2008년에서야 처음으로 이름값을 해냈다. 101경기에 출장해 타율 .295, 109안타, 7홈런, 52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린 것이다.

LG팬들은 최하위로 추락한 팀에서 홀로 맹활약한 그를 '난세의 영웅'이라 불렀다. 고교시절의 천재 타자는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하는 듯했다.

'약속의 땅' SK서 생애 첫 포스트 시즌 출장 기회 얻어

 안치용은 한국시리즈에서 SK의 비밀병기가 될 수 있을까?

안치용은 한국시리즈에서 SK의 비밀병기가 될 수 있을까? ⓒ SK 와이번스

그러나 안치용의 전성기는 가혹할 정도로 짧았다. LG는 2009 시즌을 앞두고 '국민 외야수' 이진영을 영입했고, 2008년 부진에 빠졌던 '쿨가이' 박용택이 타격왕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엔 넥센 히어로즈로부터 이택근을 영입하고 일본에 진출했던 '적토마' 이병규까지 복귀하면서 안치용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말았다.

결국 안치용은 투수진을 보강하고자 하는 구단의 뜻에 따라 최동수, 권용관, 이재영과 함께 SK로 트레이드되고 말았다.

정든 고향팀을 떠났지만, 결과적으로 안치용에게 있어 SK는 '기회의 땅'이 됐다. 지난 7월 30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왼손등 부상으로 한달 넘게 결장했던 안치용은 지난 9월 1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복귀한 후, 11경기에서 .389(18타수 7안타)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고심 끝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안치용을 포함시켰다. LG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을 입은 선수 중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된 선수는 안치용이 유일하다,

SK 외야진에는 국가대표 김강민을 비롯해 '가을동화' 조동화, '리틀쿠바' 박재홍 등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정규시즌에서 삼성전 타율 6할(5타수 3안타)을 기록했던 안치용은 분명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재목이다.

고교시절 전국대회를 호령하던 '전직 천재타자' 안치용이 프로 데뷔 9년 만에 맞는 첫 번째 포스트시즌을 주목해보자.

프로야구 SK와이번스 안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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