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표정만큼이나 늘 한결같은 활약을 펼친 양준혁

한결같은 표정만큼이나 늘 한결같은 활약을 펼친 양준혁 ⓒ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 한국 프로야구를 빛낸 최고의 스타. 도루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통산 기록 1위에 자리한 선수(2135경기 출장, 7332타수, 2318안타, 351홈런, 1389타점, 1299득점, 3879루타, 4사구 1380개).

하지만 이 기록만으로 양준혁을 설명할 수 없다. 은퇴식의 테마였던 'BLUE BLOOD in No.10' 이라는 말처럼 그는 푸른 피가 흐르는 영원한 라이온즈맨이었다. 또한 1루까지 최선을 다해 전력 질주하던 그의 모습은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

지난 19일 열린 SK와 삼성의 경기는 그 중요성도 상당히 컸다. SK와 삼성은 1위 경쟁 중이었고, 양 팀 선발은 에이스인 김광현(SK)과 차우찬(삼성)이었다.

김광현은 이 경기 전까지 삼성전에서 3승1패 방어율 1.69를 기록했고, 차우찬은 SK전에서 3승 방어율 0.78을 기록중이었다. 경기의 중요성과 양준혁의 은퇴 경기라는 점 때문에 한국시리즈 이상의 열기를 방불케 했던 대구 구장은 뜨거웠다. "한국시리즈도 이 정도의 열기는 아니었다" 라는 삼성 관계자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경기는 수준 높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김광현이 7.2이닝 4안타 2볼넷 8탈삼진을 기록하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SK가 삼성에 3-0으로 승리를 거두며 매직 넘버를 1로 줄였다. 삼성 선발 차우찬은 7.1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고, 이어 등판한 윤성환이 이호준에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자신이 남긴 주자가 자책점으로 처리되어 2실점이 되고 말았다.

양준혁은 3개의 삼진과 하나의 내야땅볼을 기록했는데, 김광현에게 삼진 3개를 당했다. 이날 경기 전 김광현은 삼진 3개를 잡아내겠다는 각오를 보였는데 (김광현은) 그 각오대로 양준혁의 타석 뿐만 아니라 매 이닝 혼신의 힘을 다해 투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광현은 자신의 프로 데뷔전에서 양준혁에게 첫 홈런을 허용했는데, 양준혁의 은퇴경기에도 선발로 나오게 됐다. 9회 말 송은범을 상대로 2루 땅볼을 친 양준혁은 1루까지 최선을 다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환호와 박수를 이끌어내면서 그의 마지막 타석을 마무리했다.

"신인(神人)이면서 신인(新人)처럼 달리던 모습 영원히 기억할게요"
경기 종료 후 그의 은퇴식이 시작될 무렵 비가 내렸다. 비와 눈물이 함께 어우러지며 양준혁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아버님과 함께했던 시구와 시타, 5회 말이 끝난 후 이루어졌던 그에 대한 많은 시상들이 있었지만 경기가 끝난 후 화려하게 이루어진 공식 은퇴식이 이날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그의 야구 인생은 꾸준하게 달리며 최고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위기에서도 지속적인 변화와 노력을 통하여 자신을 더욱 발전시켜왔다. "신인(神人)이면서 늘 신인(新人)처럼 달리던 당신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라는 한 팬의 응원 문구와, "1루까지 열심히 내달린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양준혁의 말은 그의 야구인생을 대변하고 있었다.

한국 야구사에 있어 너무나 중요한 경기가 막을 내렸다.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은 양준혁의 혼이 어우러진 곳이다. 그가 이루어낸 많은 기록들, 대구 팬들과 함께 했던 영광, 그가 내달린 다이아몬드의 그라운드, 그리고 올 시즌 그가 대구 팬들에게 선물한 올스타전 역전 홈런 등.

한국 야구사의 진정한 전설은 바로 양준혁이었다. 올 시즌 유달리 많은 스타급 선수들이 은퇴했는데, 양준혁을 비롯해 은퇴한 선수들의 뒤를 이어 새로운 스타들이 한국 프로야구를 빛냈으면 한다.

자신에게 준 사랑을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나누어 주라는 그의 고별사가 귓가에 아른거린다.

덧붙이는 글 양준혁 은퇴 경기는 삼성의 전설이기도 한 이만수 SK 코치가 함께했기에 더욱 더 뜻깊은 자리였다. 한국 프로야구의 중요한 거목인 김응용 삼성 사장과 김성근 SK 감독이 함께했고, 삼성의 전설들이 함께한 영광의 자리. 화려하면서도 중요했던 양준혁 은퇴 경기는 너무나 많은 의미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양준혁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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