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스틸컷

▲ 싱글맨 스틸컷 ⓒ ㈜스폰지이엔티


<싱글맨>은 콜린 퍼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이 작품으로 그는 2009년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과 2010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가 강렬했단 의미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콜린 퍼스가 연기한 조지는 완벽하다. 더 이상 이렇게 표현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의 표정연기를 보여준다. 왜 베니스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그에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조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게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있어서 유일한 안식처였던 짐(매트 구드)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는다. 짐이 죽은 후 조지의 삶은 예전 같지 않다. 그는 항상 악몽을 꾸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비관하기 시작한다. 이런 비관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바로 자살하기로 하는 것. 그는 자살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다 마친다.

그런데 이 무슨 우연이란 말인가? 그가 죽기로 결심한 그날 항상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던 케니(니콜라스 홀트)가 찾아온다. 너무나 외로웠던 조지는 죽기 전에 케니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이 하루가 그에게 또 다른 삶에 대한 의지를 가져다준다. 더 이상 짐의 죽음에 대해서 괴로워하지 않고 살아갈 자신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이렇게 느끼는 순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싱글맨>은 한 게이 남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반적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든지 외롭고 혹은 삶을 살아가면서 지쳐가기도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도저히 선택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영화 주인공 조지 역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지 정적으로 흐르는 이야기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각인 시켜준다. 어느 누구도 조지의 선택에 대해서 무조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단 것이다. 그만큼 콜린 퍼스 연기가 완벽했다.

첫 연출작 이 정도 완성도면 다음 작품 기대 된다

싱글맨 스틸컷

▲ 싱글맨 스틸컷 ⓒ ㈜스폰지이엔티


<싱글맨>은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다. 달리 표현하면 팝콘무비가 아니란 것이다. 이 영화는 보는 시선에 따라서 지루한 영화가 될 공산이 있다. 상당히 작가주의 성향이 강하고 예술성향이 강한 작품이다. 한국에서 이런 분류 영화가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흥행에 대해서 낙관할 수 없는 작품이란 이야기다. 그래도 이런 분류의 영화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만족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 이유는 콜린 퍼스가 보여준 뛰어난 연기가 분명 기반이 되지만, 그 이면에 톰 포드 감독의 잔잔하지만 뚝심 있는 연출력 또한 한몫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작품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면 <싱글맨>은 모든 부분에서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는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톰 포드 감독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자신이 원하는 작품 방향에서 물러서지 않고 뚝심 있게 연출했다.

이 작품에서 감독의 연출력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콜린 퍼스가 보여주는 표정 연기를 완벽하게 잡아내었다는 것. 조지가 지금 어떤 처지인지 배우가 대사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미지만으로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다 영화 미술에도 상당한 신경을 썼다. 영화 곳곳에 암시적인 부분을 통해 현재 조지 심리 상태가 어떤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콜린 퍼스의 뛰어난 연기력에 감독이 보여준 이런 섬세함이 맞아 떨어지면서 <싱글맨>은 예술영화나 작가주의 성향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톰 포드 감독이 이 작품으로 첫 데뷔를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또 다른 작가주의 감독 탄생을 목격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배우가 보여주는 심적 고통을 이미지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이렇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보통 연출력이 아니면 힘들다. 물론 정적인 흐름 때문에 무조건 만족할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지만 첫 데뷔작이란 것을 감안하면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감독이다.

작가주의 성향 영화나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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