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고의 강타자였던 알버트 벨과 마법 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던 오마 비즈켈, 로베르토 알로마 키스톤 콤비가 활약하던 90년대 클리블랜드는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였다.

 

이 기간 동안 클리블랜드는 매니 라미레즈, 짐 토미를 비롯해 무수히 많은 스타플레이어가 거쳐 갔고 1995년부터 2001까지 7번의 시즌 중 6번의 지구 우승을 따내며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의 독보적인 팀으로 군림했다.

 

 90년대 영광을 함께한 클리블랜드의 홈구장 프로그레시브필드

90년대 영광을 함께한 클리블랜드의 홈구장 프로그레시브필드 ⓒ 클리블랜드 홈페이지

화끈한 공격력과 준수한 투수력을 동시에 겸비했던 클리블랜드의 경기력은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으기 충분했고 1995년 6월부터 2001년 4월까지 455경기 연속 매진 기록이라는 금자탑을 수립하는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선수들의 이적이 시작된 2002 시즌부터 클리블랜드는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팀의 상징 선수였던 짐토미마저 필라델피아로 이적시켰고 관중 수마저 급락했다.

 

반면에 미네소타 트윈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대대적인 리빌딩과 대형 선수 영입에 성공하며 중부지구의 새 강자로 떠올라 클리블랜드의 추락이 상대적으로 더욱 크게 느껴졌다.

 

C.C사바시아와 클리프 리의 존재

 

90년대 영욕을 뒤로하고 다소 무모한 팀 개편에 들어갔던 클리블랜드는 2007년 리그 최고 성적(96승 66패)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타선에선 빅터 마르티네즈와 트레비스 해프너가 각각 114, 100타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자 역할을 해줬고 C.C 사바시아와 파우스토 카르모나가 19승씩을 책임진 투수진도 뛰어난 활약을 했다.

 

그중에서도 이닝이터, 완투형 좌투수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던 사바시아는 2007년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08시즌엔 클리프 리가 눈부신 호투를 선보이며 리그를 뒤흔들었다. 무려 22승 3패를 기록하는 동안 평균자책점 2.54에 완투 4번, 완봉 2번을 달성한 리의 활약은 팀 내에서 독보적이었다.

 

그 어느 선발 투수도 10승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고 200이닝은 물론이고 100이닝 이상을 기록한 투수마저도 귀했던 2008시즌의 클리블랜드 투수진은 붕괴 그 자체였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빛났던 리는 사이영상을 무난히 수상해 전 시즌 사바시아에 이어 클리블랜드가 2년 연속 사이영상 위너를 배출하는 데 중심에 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사바시아와 리가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활약한 두 시즌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이 두 선수의 활약 대비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몸값을 클리블랜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밀워키와 필라델피아로 두 선수를 트레이드 시키며 유망주를 받아와 새로운 리빌딩에 들어가는 절차를 밟아나갔다. 클리블랜드는 빅터 마르티네즈와 라이언 가코를 각각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로 보내는 등 전면적인 팀 로스터 개편작업에 들어갔고 그 중심엔 추신수가 존재했다.

 

추신수가 리빌딩의 중심에 들어있는 것은 아이러니?

 

2006년 당시 클리블랜드 소속이었던 벤 브로사드와 트레이드 되었던 추신수는 당시만 해도 팀 내에서 중용 받지 못하던 선수였다. 에릭 웨지 감독은 트롯 닉슨과 데이빗 델루치, 제이슨 마이클스 같은 경험 많은 노장 선수들을 자주 기용했고 추신수는 부상과 재활이 겹치며 벤치를 자주 지켰다.

 

 추신수의 원맨팀이 되어버린 클리블랜드

추신수의 원맨팀이 되어버린 클리블랜드 ⓒ 클리블랜드 홈페이지

하지만 사바시아 트레이드가 맞물리며 로스터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클리블랜드가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트레이드 시킨 이른바 '빅 세일'기간 동안 외야 자리를 다퉜던 벤 프란시스코가 클리프 리 트레이드 패키지로 필라델피아로 팀을 옮겼고 노장 선수들도 하나둘씩 팀을 떠났다.

 

워낙 좋은 모습을 보였던 추신수에 대한 믿음으로 외야 선수들의 정리가 시작된 것이지만 실제 클리블랜드가 정말 기대했던 선수들은 사바시아와 리를 보내면서 받아온 유망주 들이었다.

 

하지만 두 번의 트레이드로 무려 8명의 유망주를 받아온 클리블랜드에 대한 평가는 현재 최악이다. 8명 중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루 마슨과 맷 라포타 정도고 이 둘의 성적은 기대와 정확히 반비례하고 있다. 카를로스 카라스코, 제이슨 냅과 같은 유망주 투수들의 마이너리그 기록도 사바시아와 리를 주고 받아온 선수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하다. 현재 겪고 있는 클리블랜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오히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저스틴 매스터슨(보스턴과 빅터 마르티네즈 트레이드)이 선발 투수로 그나마 계속해서 던져주고 있고 벤 브로사드 트레이드로 받아온 추신수가 폭발적인 활약을 해주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클리블랜드의 외로운 인디언...추신수의 활약

 

13일(한국시간) ESPN에서 올 시즌 팀에서 나홀로 외로운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는 플레이어 9명을 선정했고 추신수가 9위에 올랐다. 주전 선수들의 대거 부진 속에 안타(35), 득점(17), 타점(19), 볼넷(21), 출루율(0.442)에서 모두 팀내 1위에 올라있는 추신수의 활약이 독보이지만 그것이 팀의 성적을 이끌긴 힘들다는 것이 주요 요지다.

 

 13일 추신수의 나홀로 활약상을 전한 ESPN

13일 추신수의 나홀로 활약상을 전한 ESPN ⓒ ESPN 홈페이지

오픈시즌 수술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즈모어와 올 시즌 이름값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페랄타와 해프너 등의 활약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클리블랜드의 성적은 계속해서 표류하는 난파선처럼 하락할 것이다.

 

추신수가 지난 시즌부터 보여줬던 독보적인 모습은 뛰어나고 그것은 동료 선수들의 부진 속에 더욱 빛을 발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팀 성적이 상승하지 않는 이상 그 빛이 오랫동안 지속되긴 힘들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 뛰는 모습이 추신수 본인에게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와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이너리그의 대표적 유망주인 카를로스 산타나(C)와 로니 치즈홀(3B), 닉 해가든(P) 등 팀에 큰 활력소가 될 선수들이 콜 업을 기다리고 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추신수 트레이드가 클리블랜드의 미래를 책임질 만한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되어버린 현재, 클리블랜드가 90년대 영광을 재현 할 수 있을지 너무나 중요한 시간이 되버렸다.

 

추신수가 나홀로 플레이를 펼치는 클리블랜드의 모습은 장기적 안목에서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최근 조사에서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비인기 구단으로 선정된 클리블랜드의 경쟁력이 있는 모습이 팀은 물론이고 추신수 본인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2010.05.13 17:02 ⓒ 2010 OhmyNews
클리블랜드 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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