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비행기에 탑승하여 이륙을 준비하고 있는 이화선씨

지난 15일 비행기에 탑승하여 이륙을 준비하고 있는 이화선씨 ⓒ 이정환


모델과 카레이서. 네이버 인물정보에서 '이화선'을 검색하니 그랬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봤다. 2001년 데뷔 이후 방송 6건, 영화 4건에 출연했다. 아직 '배우'란 꼬리표는 붙어 있지 않았다. 배우로서 주목받은 적이 없어서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2007년 <색즉시공2>에서 보여줬던 노출은 확실히 파격이었다. 한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뻣뻣 웨이브'에 멈춰있어 더욱 그렇게 느꼈나 보다. 카레이서로서 프로필 또한 뜻밖이었다. 그냥 '폼생폼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데뷔 6년 만에 프로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번에는 비행기 조종에 나섰다고 한다. 2010 경기국제항공전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아예 경비행기 조종 면허까지 따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처음 '굳이, 왜?'에서 시작한 물음표는 '오버 아냐?'로 끝이 올라갔다. 이화선(30)씨를 인물 탐구 대상에 올린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색즉시공2>로 춘사영화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지속 가능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탐구 질문은 이것이다. 왜 계속 '무한도전'을 하는가. 단순히 '생존' 때문에? 안산시 시화호 인근 비행장에서 '이화선의 무한도전'을 두 차례 지켜본 것도 그래서였다.

훈련 비행 80분 끝에 첫 만남, 이미 단독 이륙은 성공

 배우 이화선씨

배우 이화선씨 ⓒ 이정환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5일. '설마'했는데 진짜 배우고 있었다. 당초 훈련 예정시간을 20분이나 넘겨서야 '땅'으로 내려왔다. "오늘 처음 바퀴가 땅에 닿는 데 성공했다. 조금 있으면 착륙에도 성공할 것 같다"거나 "교관님한테 칭찬 받을 때가 제일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이미 '단독 이륙'은 성공한 상태, 김영환 교관은 진도가 빠른 편이라고 했다. 이화선씨는 "교관님이 겁이 없다, 침착하다고 했다"면서 "칭찬 받을 때가 가장 즐겁다. 평소에는 '되게 덜렁덜렁'한데(웃음), 진짜 위급하거나 다급해지면 오히려 침착해지는 성격"이라고 했다.

그랬던 이씨도 개막일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30일 개막 비행을 앞두고 다시 만난 이씨는 "방금 건강 등 비행 전 필요한 각종 체크를 받았다. 진짜 비행사가 된 기분"이라면서 "떨린다"는 말을 반복했다. 물론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주목을 받으면 더 잘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개막 비행. 행사장 주위를 선회하던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무사히 착륙하는가 싶더니 약간 기우뚱했지만,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에 성공했다. 무사히 비행을 마친 이씨의 목소리는 약간 들떠 있었다. "멋있었죠? 좋았어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동승했던 김 교관은 "98점"을 줬고, 제자 역시 "재미있었다. 기체도, 나도 멀쩡하니 좋은 착륙 아니냐"고 소감을 밝혔다.

- 홍보대사만 해도 되지 않았어요? 왜 굳이 면허까지 취득하려고 하나요.
"대학교 신입생 시절, 남자 선배들 농구하는데 응원하다가, 막 졸라서 같이 뛰기도 했어요. 지금도 지방 촬영 가면 스태프분들 족구 많이 하잖아요. 같이 막 해요. 처음 제의 받았을 때도, '어? 비행기?' 쉽게 체험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결정했어요. 물론 부모님 설득하는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웃음)."

- 당연하죠. 비행기까지 조종하겠다고 나섰으니까요.
"제발 위험한 것 좀 그만 하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워낙 고집이 세거든요. 하기 싫은 건 또 죽어도 안 하구요. 요즘에는 앞으로도 계속 비행기를 탈 것 같은 느낌이 드셨나봐요. 엄마가 그러세요. 너, 행사 끝나면 타지 말라고, 행사까지만 타라고(웃음)."

- 원래 '깡'이 세요?
"네. 유치원 때 수련회 많이 다니고, 초등학교 때도 계속 아람단이었는데요. 시골 가면 밤마다 공동묘지 갔다 오자고 친구들 다 깨웠어요. 놀이동산 가서 바이킹 연달아 7번 탄 적도 있고요. 엄마가 강하게 키워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

기록상으로는 얌전한 모범생인 줄 알았는데…. 그의 프로필을 떠올리니 그랬다. 중고등학교 때 반장을 여러 번 했고(가수 이효리씨와 고등학교 2·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고 한다), 숙명여대에 진학해서 장학금을 받은 적도 있다. 공무원 집안에서 성장해서일까. 행정고시도 준비했다고 한다.

"여자라고 깔보면 더 발끈" 행정고시 준비하기도

 비행기에 탑승한 이화선씨가 각종 계기를 점검하고 있다

비행기에 탑승한 이화선씨가 각종 계기를 점검하고 있다 ⓒ 이정환


"경제학과를 들어간 것도 그래서였어요. 스스로 회사원 체질은 아니라고 느꼈거든요. 자아가 매우 강한 편이에요. 여자라고 깔보면 더 발끈해서 오기도 부리고요. 그럼 그나마 남녀 차별 덜 받고, 한 만큼 얻을 수 있는 일이 뭘까, 행정고시를 봐야겠다 생각했죠. 일찍 시작한 만큼, 포기도 빨랐지만(웃음)."

- 프로필이 '범생이'에 가깝던데요.
"대학생 때까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생이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영화관 가 본적도 없고, 아무튼 탈선이란 것을 제 스스로 안 하고."

- 아, 영화관 가는 게 탈선이란 건가요?
"(웃음)그렇게 생각할 정도였어요. 딸만 둘인데, 제가 장녀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네가 우리 집 기둥이고 아들이란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어요. 그래서 몸에 배어 있다고 할까, 뭐든 하면 저도 모르게 책임감이 발동하는 것 같아요. 남이 하는 게 못 미더워서 그냥 내가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내가 뭘 하겠다고 하면 부모님이 많이 믿어주시는 편이에요."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아닌가. 2006년 이화선씨는 카레이싱 도중 차가 두 바퀴 반을 구르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당시 어머니도 그 광경을 직접 봤다고 했다. 사고를 목격하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 우셨다고 했다. 그런데도 비행기 조종이라…, 이제 '아픈' 질문을 던질 차례였다.

"작품은...배우라면 평생 가져가는 고민"

 배우 이화선씨

배우 이화선씨 ⓒ 이정환

- 작품 활동을 보니까 드라마·영화 등 10편에 출연했더군요. 상대적으로 배우 활동에서 부각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까, 이번에 경비행기 조종에 나선 것도 연예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그런 계산이 작용한 건 아닌가요.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게 당연히 보시겠죠. 부모님이나 저를 잘 아는 사람을 빼고는요. 실제로 본업에 더 충실해야지, 왜 쓸데없이 다른 걸 그렇게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런데 내가 하고 싶다고, 작품을 고르고, 그런 위치는 아직 아니잖아요. '완전' 대선배님도 너만의 고민 아니다, 평생 가져가는 고민이라고 하셨어요."

- 혹시 누구신지?
"감우성 선배님이요. 배우들이 사실 빈 시간이 많잖아요. 저도 물론 공백기가 있었고요. 그럴 때 행동은 안 하고, 생각만 하다 보면, '난 진짜 안 되나? 난 왜 이럴까?',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술을 못 마시거든요. 그렇다보니 속을 털어놓기도 힘들고…. 그런데요. 레이싱 가면, 차 밖에 모르는 사람들, 참 순수하거든요. 열정 가득한 그런 모습에 자극을 많이 받아요. 물론 언제나 최우선 순위는 일이에요. 하지만 또 얼마든지 일과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어떻게 쪼개 쓰느냐의 문제죠. 특히 배우로서 내가 작품을 골라서 할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공백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고 봐요."

- 미리 어떤 계산을 한 것은 아니란 말인가요?
"네. 제가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에요(웃음). 돈 받고 홍보대사 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이로 인해 요즘 기사도 많이 나오고 제가 거론되니까, 좋기야 하죠. 하지만 저는 그냥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에요. 항공전 홍보대사로 얼굴만 잠깐 비출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인상 깊게,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그래서 나온 답이 직접 비행기를 조종해 보는 거였어요.

레이싱도 그렇잖아요. 제가 프로팀에서 연봉까지 받게 될 줄 알았겠어요? 그 쪽에 감이 좋은지 어떤지 몰랐죠. 부딪쳐서 안 거죠.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왔던 '까르페디엠', 그 말을 가장 좋아해요. 현재를 즐겨라, 그대로 살려고 해요. '될까, 안될까, 해볼까, 말까' 고민만 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일단 해 보는 거죠."

그렇게 하다보니 사명감까지 생긴 걸까. 이씨는 "카레이서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발전에 스스로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런데 그보다 더 열악한 레저항공 현실을 알게 되니 역시 비슷한 사명감이 들더라. 나로 인해 사람들이 레저항공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역시 홍보대사다웠다.

"주위에 아이가 있는 분들한테는 꼭 오라고 권해요. 어른들도 어렸을 때 한 번쯤은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있었잖아요. 체험할 수 있는 여러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아이들과 함께 와서 그때도 돌아보고, 아이들에게는 꿈을 자극시켜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봐요. 좋은 추억들을 많이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허무하게 '곁'을 떠난 예인들이 많지 않은가. 그들 대부분 공백기에 안타까운 이별을 고했다. 그런 점에서 '이화선의 무한도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까르페디엠, 말 그대로 그 날을 붙잡기 위해 오늘을 즐길 줄 알아야 하니까. 인생의 공백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 시간을 축복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다.

"색즉시공2 출연, 후회 안 해" "'노출 배우' 이미지 두려웠을 뿐"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화선씨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화선씨 ⓒ 이정환


"우연찮게 슈퍼모델이란 타이틀이 생겼고 예능도 한참 했다. 그 때만 해도 모델이, 또 예능하던 사람이 연기를 한다면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나. 연기를 하고 싶어 한 순간에 예능을 접었다. 그랬더니 3년이란 공백이 생기더라. 그동안 현영 언니를 보면서 뭐든 하나에서 최고가 되야 한다는 걸 느꼈다. '어설프게 하다 말면 안 된다, 그러면 이도 저도 아니다'."

'네이버 프로필이 아직 모델과 카레이서 아니냐'란 말에 이어진 답이었다. 그래서 부록으로 남기려 했던 궁금증도 마저 풀어야 했다. <색즉시공2>로 주목을 받았는데, 공백이 왜 그렇게 길었냐 하는 것. 2년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이화선씨는 "<색즉시공2>때, 배우로서 일종의 도전을 한 것이었는데, 너무 노출만 이슈화되다 보니 다음 작품 행보가 힘들어졌다"며 "이후 노출 있는 작품이 계속 들어오더라. 나의 의도와 다르게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 섹시 이미지가 싫으냐고 묻자 이씨는 "그렇지는 않다. 색즉시공2 한 걸 후회하는 건 아니다. 그 작품으로 신인 여우상을 받으며 배우란 타이틀도 인정받았다"며 "다만 다음 작품에서도 연달아 노출하는 게 싫었다. '노출 배우'로 이미지가 각인되거나 굳어지는 데 두려움이 컸다"고 답했다.

현재 본인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는 "몸이나 마음 모두 건강함에서 풍겨나는 섹시함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섹시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색즉시공2를 통해 여자배우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이미지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배우 같다는 말보다는 한결같다거나 인간적이란 이야기가 더 듣기 좋더라. 신비주의는 아무래도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 아닌 것 같다"며 "나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이화선 배우 카레이서 비행 경기국제항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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