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골잡이 유병수가 대구 수비수들 사이에서 쓰러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순간 ⓒ 심재철
나무에 물이 오르는 계절처럼 그도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인천 골잡이 유병수는 FA컵 32강 득점 기록(4월 21일, 안산 할렐루야 1-2 인천 FC)까지 포함하여 최근 세 경기에서 여섯 골을 연거푸 뽑아내고 있다.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4일 낮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0 K-리그 9라운드 대구 FC와의 안방 경기에서 유병수의 페널티킥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정말 부러웠던 대구 FC의 선취골 장면
방문 팀 대구 FC는 수비진과 미드필더들의 간격을 잘 유지하여 실속 있는 경기를 펼쳤다. 그러다보니 안방 팬들 앞에서 2연승을 노리고 들어온 인천의 공격은 무기력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 전반전, 인천 MF 도화성의 중거리 슛 ⓒ 심재철
전반전 유효 슛 기록(인천 1, 대구 2)으로도 그 답답함은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에 마음이 조급해진 인천 선수들은 무턱대고 공격만을 생각하다가 후반전 시작 후 2분만에 보기 좋게 먼저 한 방을 얻어맞았다.
축구에서 역습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준 대구의 선취골 장면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대구 선수들은 정확하면서도 빠른 패스 네 개로 인천의 수비수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특히, 골잡이 안델손이 미드필더 황일수에게 밀어준 연결은 자연스럽게 탄성이 터져나올만큼 완벽했다. 왼쪽 빈 곳에 조형익이 더 좋은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인천 수비수들을 더 효율적으로 따돌리기 위해 오른쪽으로 뛰어가는 황일수를 이용한 것이었다.
속된 표현을 빌리자면 상대 수비수들을 완벽하게 털어버리는 장면 바로 그것이었다. 인천 수비수들은 역습에 임하는 대구 선수들을 따라 움직이기는 했지만 패스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유병수의 세 경기 연속골 행진
실점 장면을 통해서도 느끼며 보고 배울 점이 많았는데도 인천 선수들은 흉내내지 못했다. 패스의 수준을 높이며 상대 수비수들을 흔들어놓아야 했지만 무리한 드리블과 무모한 띄워주기가 더 많았다.
그나마 골잡이 유병수의 유효 슛 세 개가 작은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결국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말았다. 87분, 상대 선수 넷(최호정-양승원-방대종-오주현)을 차례로 따돌리는 장면은 욕심이 지나치다 싶기도 했지만 정말로 유병수의 강심장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1m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유병수는 미련없이 오른발로 강하게 때려넣었다. 지난 달 7일 광주 상무와의 2라운드 안방 경기에서 상대 문지기 김지혁의 발 끝에 걸린 페널티킥 실수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하고 있던 그였기에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아무리 페널티킥 골이었지만 K-리그 데뷔 2년차 열병을 앓던 유병수는 세 경기 연속골(4.18 vs 포항, 4골 / 4.21 FA컵 vs 안산 할렐루야, 1골 / 4.24 vs 대구, 1골)기록을 이어가며 그 걱정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시즌 첫 무승부 기록을 남긴 두 팀은 이제 5월 일정으로 넘어간다. 인천은 다음 달 1일 저녁 퍼플 아레나로 들어가 대전 시티즌과 만나고 대구는 그 다음날 낮에 강원 FC를 대구시민운동장으로 불러들인다.
▲ 전반전, 인천 MF 코로만의 왼발 띄워주기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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