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노근리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 노근리사건 홈페이지


1948년 정부수립과 한국전쟁을 전후해 남한 전역에서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군인과 경찰, 미군, 우익단체에 의해 학살당했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무고한 생명들이 전쟁과 군사작전, 이데올로기에 의해 죽임당했다.

이런 민간인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은 그것이 전쟁이란 특수한 상황임에도, 반인륜 범죄이며 전쟁범죄임이 분명하다. 실제 1948년 국제연합은 민간인에 대한 집단학살을 국제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행한 자는 전시-평시를 불문하고 또한 통치자-공인-사인의 구별없이 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노사이드 조약을 채택했다.

(참조: 한국전쟁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http://www.genocide.or.kr/)

그런데 그동안 한국정부와 국회는 민간인 학살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꺼려왔다. 1960년 4.19직후 국회에서 학살사건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집단학살의 부분적인 피해접수와 현장조사가 이루어진 바 있으나, 국회와 정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후 5.16 군사쿠데타로 국회의 조사활동마저 중단되었다. 당시 발굴된 유골과 자료들은 군사정권에 의해 땅속에 도로 묻혔고, 그 후 유족들은 40여 년을 지워지지 않는 아픈 기억을 애써 지우며 살아야 했다. '빨갱이 가족'이란 멍에를 안고 부모와 형제-자매, 아이를 잃은 슬픔의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야 했다.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을 담은 영화 <작은연못>이 드디어 개봉한다.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을 담은 영화 <작은연못>이 드디어 개봉한다. ⓒ 작은연못


아프지만 꼭 기억해야 할 현대사,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이 가운데 60년을 기다려 온 영화 <작은 연못>이 오는 4월 15일 개봉한다. 8년여 동안의 제작기간 동안 한국의 쟁쟁한 배우들 142명과 스태프 229명이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이 영화는, 바로 한국전쟁 당시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을 그리고 있다.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은 한국전쟁 중 미군 1기병사단 7기병연대 예하부대가 1950년 7월 25일에서 29일 사이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의 경부선 철교에 접근하고 있던 한국인 피난민 중에 조선인민군이 섞여 있다고 의심해, 피난민을 철교 위에 모아 공군기로 기총소사하고, 달아나는 사람들을 쫓아가 무참히 사살한 사건이다.

* 노근리사건자료집 http://www.nogunri.net/public/public_02.html

 노근리 쌍굴다리

노근리 쌍굴다리 ⓒ 노근리사건 홈페이지


이 끔찍한 학살로 무고한 민간인 400여 명이 희생됐지만, 살인자들이 이 전쟁범죄를 은폐해오다 1994년 살아남은 피해자-주민이 책을 출판했고, 이것을 1999년 9월 9일 AP통신 한국인 기자가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주한미군이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2004년에는 사건의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 노근리사건 홈페이지 http://www.nogunri.net/

그리고 60년 전 시대의 아픔이자 불편한 진실을 한국의 뜻있는 영화인들이 어렵게 영화로 만들어 냈다. 그래서 투자자도 배급사도 거절한 영화 <작은 연못> 때문에 오랜만에 극장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영화 포스터만 봐도 눈물이 주르륵 멈추질 않는다.

우리는 숨겨진 비극을 마주할 용기를 내야한다.

 영화 '작은 연못'의 포스터만 봐도 몸서리가 쳐진다.

영화 '작은 연못'의 포스터만 봐도 몸서리가 쳐진다. ⓒ 작은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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