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과 박지성 두 사람 다 '동양 선수들은 유니폼 판매원'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켰을 뿐 아니라 한국 축구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인 인물들이다. 물론 차붐이라는 거대한 산에 현재의 박지성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두 영웅을 살펴보는 일은 분명 우리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1. 유럽 적응기 

차범근은 독일 진출 초기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와 고기를 먹으며 근육을 키웠다. 힘이 좋은 유럽 선수들, 고무공처럼 몸에 탄력이 넘치는 아프리카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크라머 감독조차 차범근의 허벅지를 보면서 자신의 허리 둘레와 비슷하다고 감탄할 정도가 되었다. 그 허벅지에서 나오는 스피드와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한 번은 차범근이 슛팅한 공이 골대에 맞았는데 그 골대가 5초간 흔들릴 정도였다.  

반면 박지성은 특유의 성실성과 헌신적인 태도로 팀 선수들의 마음을 얻은 케이스이다. 사실 동양에서 온 이 왜소한 선수가 골문 가까이에 위치해도 맨유의 팀원들은 패스를 잘 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박지성은 그런 상황에 불평하는 대신 오히려 자신의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으로 팀원들을 돕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상대 팀의 키 플레이어들을 모기처럼 괴롭히며 중요한 경기에서는 골까지 터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중요한 경기마다 맨유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팀원들도 박지성을 차츰 인정하게 된다. 맨유의 캡틴 리오 퍼디낸드는 박지성을 향해 "선수들 중의 선수(Player of players)"라고 일컬을 정도였다. 박지성이 최근의 밀란 전과 리버풀 전에서 중앙의 프리 롤을 맡게 되고 골까지 넣을 수 있었던 것은 팀원 전체가 박지성을 인정하고 그에게 공이 가는 것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2. 팀내 출장도

차범근은 분데스리가에서 308경기를 뛰는 동안 선발 풀타임이 아니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독일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 모든 경기를 합해서 교체된 경기가 세 네 경기 밖에 되지 않았을 정도이다. 그만큼 감독이 차범근을 인정했고 차범근도 감독의 요구를 200%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심지어는 차범근이 몸의 부상 때문에 출장을 힘들어하자 당시 팀의 감독이던 에리히 리벡이 "어금니 꽉 깨물고 뛰어!"라고 했을 정도이다. 부흐만 감독 같은 이는 "분데스리가에서 선수의 몸이 온전할 때는 휴가 때뿐"이라며 차범근의 출장을 종용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박지성은 겸손함과 성실함, 희생 정신으로 차근 차근 맨유의 주축 선수가 된 케이스이다. 사실 박지성은 뛰어난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상당 기간 동안 스쿼드 플레이어 신세를 져야 했다. 심지어 2008년 챔스 리그에서는 준결승전에서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정작 결승전에서 뛰지 못 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박지성은 그로 인해 맨유를 떠나기보다 맨유가 자신을 인정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을 택했다. 그런 그의 노력과 성실함은 서서히 빛을 발했고 이제는 중요한 경기마다 반드시 출전하는 명실 공히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하였다. 작년에는 챔스리그 결승전에도 선발 출장하였다.

3. 유럽 리그 대항전  

차범근은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 두 팀이 UEFA 컵을 우승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활약을 했다. UEFA 컵의 위상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던 시절이었다. 각각의 결승전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는 다름 아닌 차범근이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vs5v0yM5jEQ&feature=player_embedded)
. 특히 레버쿠젠과 에스파뇰의 결승전 당시에는 팀의 세 번째 골을 넣기까지 했다. 프랑크푸르트와 보루시아의 UEFA컵 결승전 후 보루시아 팀의 마테우스는 "나는 아직 어리다. 하지만 차붐은 현재 세계 최고의 공격수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박지성은 유럽 챔스리그의 4강전, 준결승전에서 특히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PSV 시절 리옹과의 챔스리그 경기에서는 프랑스 해설자가 "마치 경기장에 세 명의 박지성이 있는 것 같다. 공격에 한 명, 미드필드에 한 명, 수비에 한 명"이라고 해설할 정도로 종횡무진 필드를 누볐다. 특히 2008년 대 바르셀로나 전에서는 메시를 막고, 앙리를 막고 필드 전체를 누비며 맨유의 결승 진출을 이끌어냈다. 그 당시 경기 최우수 선수로도 선정되었다. 올해의 AC 밀란 전에서는 중앙 미드필드 지역에서 핵심 선수인 피를로를 완벽하게 봉쇄하며 팀의 세 번째 골까지 뽑아내는 수훈을 세웠다 (http://www.youtube.com/watch?v=GADAWW8vqBg&feature=player_embedded).

4. 국가 위상에 대한 공헌도

빌트지에 실린 차붐 기사 차붐의 한글로 적은 인사가 독일 유수의 빌트지에 게재되었다. mbc 화면 캡쳐.

▲ 빌트지에 실린 차붐 기사 차붐의 한글로 적은 인사가 독일 유수의 빌트지에 게재되었다. mbc 화면 캡쳐. ⓒ mbc



차범근과 박지성의 활약이 한국의 이미지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차범근 당시에는 그가 골을 넣을 때마다 경기장 전광판에 한글로 '골'이라고 표시될 정도였다. 또한 차붐의 활약은 국내 기업들의 독일 진출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독일에 남겼다. 박지성의 활약도 아시아를 비롯한 유럽에 긍정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한국 축구 선수들의 유럽 진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옵저버 지에 실린 박지성 만화 인기 축구 만화 [You are the ref (당신이 심판이라면)]는 99번째 주인공으로 박지성을 선택했다.

▲ 옵저버 지에 실린 박지성 만화 인기 축구 만화 [You are the ref (당신이 심판이라면)]는 99번째 주인공으로 박지성을 선택했다. ⓒ Observer


차범근과 박지성같은 인물을 가졌다는 것은 한국 축구에 큰 축복이다. 박지성 선수가 다시 한 번 챔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고, 이번에는 골도 넣어 주길 바란다. 그런 후에 클럽 월드컵에서 차범근 감독이 지휘하는 수원 삼성을 만난다면 말 그대로 완벽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Daum View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차범근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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