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관 스틸컷

▲ 마녀의 관 스틸컷 ⓒ 블루스톰(주), 형제영화사

영화 <마녀의 관>은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실험적인 옴니버스 영화다. 첫 번째는 영화  감독의 여배우에 대한 강박관념을, 두 번째는 신학생 호마와 마녀에 관련된 이야기, 세 번째는 오브리 밴드 뮤지션인 시각장애인 앙리박이 겪게 되는 무서운 비밀에 관련된 이야기다. 이렇게 각각 특색 있는 이야기들이 보통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는 실험적인 기법을 통해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성을 전달한다.

 

<마녀의 관>은 한국 공포영화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기담>의 시나리오 작가 박진성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그런데 이 작품, 정말 어렵다. 보통 일반적인 영화에 물든 리뷰어 같은 사람들은 이런 어려움이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아무리 아는 척하고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도 그것은 흉내 내기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 정도다. 한마디로 이 작품이 보여주는 실험적인 기법에 충격을 받은 관객들이라면 무한한 애정을 줄 수 있는 영화인 동시에, 너무나 실험적인 방식을 따라갈 수 없는 관객들이라면 리뷰어처럼 멍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

 

<마녀의 관>이 처음 상영된 건 햇수로 2년 전인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였다. 이 작품은 러시아 작가 고골의 소설인 <비이>란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리뷰어 개인적으로 이 원작을 보지 못한 관계로, 평소에 연극을 좋아해서 무대에서 상영된 적이 있는 <고골3부작 - 비이>란 연극을 본 적이 있는 지인을 대동하여 이 작품을 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완전히 연극같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 작품이 원작소설과 연극에서 보여준 오리지널리티를 얼마나 완벽하게 옮겨 놓았는지 궁금했다. 연극 같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영화란 의미 자체가 오리지널 소설 및 이미 상영했던 연극과 비교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다면 연극 <고골3부작 - 비이>를 본 지인과 리뷰어 사이에 차이는 있을까? 없을까?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 작품은 완전히 실험적인 영화다.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모든 이야기들이 연극처럼 진행된다. 영화가 스크린 위에서 피사체를 보여주는 예술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원작의 의미를 살리면서 묵직하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영화 예술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한다. <마녀의 관>에서 보여주는 실험정신이 너무나 상업영화와는 그 방향이 다르기에 발생한 문제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리뷰어가 아무리 잘난 척 떠들어도 <마녀의 관>은 이야기 파악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보통 어려운 작품이라도 재미가 있다 없다, 혹은 작품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혹은 낮다 정도는 판단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분명 그런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이 혼재되어 있는 여러 가지 장면들이 리뷰어에게 엄청난 혼란을 주었기 때문이다.

 

연극 본 지인, 이 작품에 대해 좋은 평가 내리다

 

마녀의 관 스틸컷

▲ 마녀의 관 스틸컷 ⓒ 블루스톰(주), 형제영화사

이미 연극 <고골3부작 - 비이>를 본 지인은 이 작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원작 자체가 워낙 묵직하고 울림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연극에서도 이런 느낌이 전달되었는데, 영화 <마녀의 관> 역시 연극과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연극은 생생한 라이브로 진행되는 반면, 영화는 편집을 거친 영상이란 언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느낌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분명 색다른 감정적인 이입을 주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다만 '이 작품이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은 연극에 비해 영화가 주는 피로도가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연극은 배우들이 라이브로 보여주는 연기와 대사를 통해 훨씬 빠르게 그 감정에 이입할 수 있지만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분명이 약점이 있다'는 지적을 하였다.

 

이렇게 연극이란 다른 방식으로 <고글-비이>를 만난 관객들과 그렇지 못한 관객들 사이에 엄청난 괴리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마녀의 관>이란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자신 스스로 예술영화나 실험적인 영화 혹은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이 아니라면 쉽게 만족할 수 없는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리뷰어처럼 일반적인 상업영화에 눈높이가 맞추어져 있는 관객이 이 작품을 완벽하게 평가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너무나 독특한 전개방식과 실험적인 방식 때문에 분명 색다른 경험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재미있었냐고 물어본다면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이야기해야 될 것 같다.

 

너무나 평범한 리뷰어에게 <마녀의 관>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큰 벽 같은 것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이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실험적인 기법이 되었든 혹은 리뷰어 개인적인 자질부족이 되었든 모든 관객들을 만족시켜주기에는 분명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 송고된 후 순차적으로 http://www.moviejoy.com 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2010.03.03 10:26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 송고된 후 순차적으로 http://www.moviejoy.com 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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