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스틸컷

▲ 클로이 스틸컷 ⓒ 제이 엔터테인먼트

북미에서 3월26일 개봉하는 <클로이>(Chloe)가 한국에서 먼저 관객들과 만납니다. 이 작품은 80년대 유명 TV시리즈 <환상특급>과 영화 <어져스터>(1991년), <엑조티카>(1994년), <스위트 룸>(2005년) 등으로 알려진 아톰 에고이안 감독과 연기파 배우 줄리앤 무어, 리암 니슨, 여기에다 <맘마미아>로 깊은 인상을 남긴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출연하고 있어 시선을 끕니다.

 

아톰 에고이안 감독은 1990년대 전 세계 영화비평가들을 사로잡은 젊은 거장이었습니다. 그가 연출한 작품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 호기심인 성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개봉하는 <클로이>에서도 그가 지향하는 방향은 똑같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인간이 가진 성적인 부분을 주요 모티브로 하고 있으니까요.

 

<클로이>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정말 한국적인 단어로 표현하자면 '콩가루' 집안 이야기입니다. 어디 삼류 통속극에나 나올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의사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캐서린(줄리앤 무어)은 전형적인 단란한 가족을 꾸리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음대 교수로 일하는 데이빗(리암 니슨)은 예전처럼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여자 친구와 데이트에 바쁜 아들(맥스 티에리옷) 역시 이제 그녀는 완전 뒷전입니다. 가족과 함께 있지만 사실상 그녀는 고립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클로이 스틸컷

▲ 클로이 스틸컷 ⓒ 제이 엔터테인먼트

이런 그녀에게 큰 변화가 찾아오는 것은 남편이 자신의 생일날 다른 이유를 대고 오지 않으면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제 그런 확신을 하는 그녀에게 단 한 가지 방법이 남습니다. 유명한 콜걸 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를 통해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클로이란 인물이 캐서린 앞에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흐트러집니다. 캐서린과 클로이가 서로 잠자리를 같이하고, 캐서린은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면서 클로이를 멀리하려합니다. 하지만 클로이는 캐서린의 아들에게 추파를 던져 같이 잡니다. 이쯤 되면 정말 막장 치정극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클로이>는 아주 통속적이고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막장 치정극으로 완전히 빠지지 않습니다. 아톰 에고이안 감독이 젊은 거장으로 칭송 받았을 때 만들었던 에로틱한 영화들과 비교하면 그 끈적거림은 분명 덜하지만, 영화 전체를 완전히 막장으로 몰고 가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특정 부분에서 분명 이 영화가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가 완전히 막장 치정극이 되지 않도록 해주는 가장 큰 힘은 배우들이 가진 연기력을 완전히 끌어내어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장치들을 잘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외견상 단란한 가족처럼 보이는 캐서린이지만 그녀가 실제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느끼는 감정 등은 그런 단란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런 심리적인 변화가 배우들을 통해 너무나 확연히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줄리앤 무어가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는 영화가 막장 치정극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큰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녀가 겪게 되는 상황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가 이 영화에서 큰 매력을 가지게 됨으로써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표면적으로 <클로이>에서 보여주는 것은 마치 에로틱한 막장 치정극이 다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파고들면 인간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속사정들이 드러납니다. 이런 상황이 이 작품이 막장이 되지 않게 해주는 가장 큰 힘입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 육감적 매력 빛난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클로이 스틸컷

▲ 클로이 스틸컷 ⓒ 제이 엔터테인먼트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 작품은 분명 전성기 때의 아톰 에고이안 감독 작품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일정부분 만족하면서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막장 치정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서 영화 홍보핀트가 너무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육감적인 매력에 맞추어져 있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서 그녀의 육감적인 매력은 분명 빛납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생각하는 진한 배드신은 없습니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정사장면들은 생각하는 것만큼 도수가 높지 않습니다. 작품에 꼭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 아톰 에고이안 감독은 배드신 장면을 집어넣었기 때문입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육감적 매력은 그녀가 출연했던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한 이미지를 관능화 시켰기 때문에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그녀가 나오는 장면에 야한 것들이 많아서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만약 단순한 막장 치정극 에로영화인줄 알고 이 작품을 선택한 관객들이라면 영화 외적인 부분 때문에 실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 드리지만 이 작품은 생각했던 것 정도의 강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배드신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매력이 영화 전반에서 빛나는 것은 그녀가 단지 벗는 것으로 자신의 매력을 채운 것이 아니라 정말 치명적인 매력을 연기로 발산했기 때문입니다.

 

아주 잘 만든 치정 에로극은 아니지만 그냥 적정수준에서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아톰 에고이안 감독이 연출했기에 작품이 이 정도 수준까지 온 것이겠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 발행된 후 순차적으로 http://www.moviejoy.com 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2010.02.23 10:06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 발행된 후 순차적으로 http://www.moviejoy.com 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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