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금석배'와 '이상한 시상식'

'금석배' 개최할 운영위 하루 빨리 출범해야

 

 4강이 목표였다는 구로중학교 선수들이 군산시장과 전북축구협회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우승컵을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

4강이 목표였다는 구로중학교 선수들이 군산시장과 전북축구협회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우승컵을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 ⓒ 조종안

 

한국 축구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고(故) 채금석 옹(1995년 작고)을 기리기 위해 1992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2010 금석배 전국 초·중학생 축구대회'가 7일 열린 결승전을 끝으로 14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서울 구로중과 서울 세일중의 결승전은 경기 시작 11분 만에 세일중 주원석(3년) 선수가 선취점을 올리고 여세를 몰아갔으나 후반 5분을 남겨놓고 구로중 박인혁(3년) 선수가 득점,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았던 구로중과 세일중의 결승전 모습.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았던 구로중과 세일중의 결승전 모습. ⓒ 조종안

 골이 터지자 함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응원단과 가족.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동반한 학부모들이 많았다.

골이 터지자 함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응원단과 가족.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동반한 학부모들이 많았다. ⓒ 조종안

이어진 연장전에서도 세일중 박민석(3년) 선수가 정확한 중거리 슛으로 선취점을 올리고 승리를 굳히는 듯했으나 경기종료 2분을 남겨두고 구로중 유동욱(3년) 선수가 만회골을 넣으며 승자를 가리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추위도 마다치 않고 달려온 학부모 응원단과 선수들이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승부차기에서는 승리의 행운이 구로중에게 돌아갔다. 세일중이 첫 골을 넣고 두 차례 실패하는 사이 구로중은 연속 네 골을 성공시켜 세일중을 4대 1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연장18분만에 황금같은 한 골을 성공시킨 유동욱(11 FW) 선수가 우승을 확인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장18분만에 황금같은 한 골을 성공시킨 유동욱(11 FW) 선수가 우승을 확인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종안

지난달 25일에 개막전으로 시작된 '제19회 금석배 축구대회'는 초등부 38개 팀이 참가해 10개조로 나눠 열흘 동안 총 73경기를 치렀고, 중등부는 88개 팀이 22개조로 14일 동안 총 175경기를 치렀다. 

 

한편, 지난 3일 군산중앙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충북 덕성초등학교와 대전 중앙초등학교의 초등부 결승전도 접전을 벌였는데, 전·후반을 1대1로 비기고 승부차기 끝에 대전 중앙초가 4대3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서 중앙초 홍창범(6년) 선수가 '최우수상'을 받았고, 다섯 골을 넣은 중앙초 이광재(6년) 선수는 득점왕에 올랐다.

 

경기가 모두 끝나고 성적 발표에 이어 단체상 및 개인상, 지도상 등 시상식이 있었는데, 각 부문별 입상자는 다음과 같다.

 

◎단체상 ▲우승 서울구로중학교 ▲준우승 서울 세일중학교 

◎개인상 ▲최우수선수상 심지훈(서울구로중 3년) ▲우수선수상 양태열(서울세일중 3년) ▲득점상 서명원(충남신평중 3년, 13골) ▲도움상 서명원(충남신평중 3년) ▲수비상 박민규(서울구로중 3년) ▲지킴상 조희상(서울구로중) ▲페어플레이선수상 박민석(서울세일중 3년) ▲감투상 이재희(서울세일중 3년)

◎지도상 ▲감독부분 노창태(서울구로중) ▲코치부분 정영광 코치 (서울구로중) 

 

이상한 시상식

 

 본부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백영식 군산시 축구협회 회장. 축구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듣기로 약속하고 갔는데 아쉬웠다. 지역행사는 지역에서 진행하는 게 상식인데···.

본부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백영식 군산시 축구협회 회장. 축구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듣기로 약속하고 갔는데 아쉬웠다. 지역행사는 지역에서 진행하는 게 상식인데···. ⓒ 조종안

시상식을 지켜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군산시장과 전북 축구협회 회장이 우승팀과 준우승팀 선수들에게 메달을 걸어주고 상장을 수여했는데, 초등부를 합해 스무 종목이 넘는 부분을 시상하는 동안 곁에서 지켜보는 '군산시 축구협회 회장' 성함을 한 번도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한축구협회와 전라북도 축구협회가 공동주최한 행사이니까 어떠냐고 되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주최 측이 군산 경기장을 빌려 행사를 치르는 처지인데, 다른 단체도 아닌 축구협회 회장을 외면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배곯던 시절에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래서 국가대표나 프로팀선수도 도내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 군산의 시민들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다. 하도 어이가 없어 "어떻게 저런 경우가 있느냐!"고 했더니 말없이 구경만 하던 군산시 축구협회 백영식 회장은 처지가 난처한지 어디론가 사라졌다.

 

소도시라고 하지만, 축구경기는 지방 어느 도시보다 많이 열렸고, 필자가 아는 군산출신 국가대표선수만 십여 명에 이른다. 군산시 축구협회 이사진도 50명 가까이 된다니 그 규모면 전국대회를 치를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시상식에서조차 '왕따' 당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지방자치가 20년이 되었는데 축구계 권위의식은 70년대에 머무는 것 같아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금석배 축구를 군산에 영구유치 했다고 홍보하면서 실제 운영권은 서울과 전주에서 쥐고 있다니 어딘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군산시 축구협회와 군산시는 '금석배 축구대회'가 열릴 때마다 후원에 만족할 게 아니라 선두에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석배 전국 축구대회'를 끌어갈 운영위를 하루빨리 출범시키고, 운영권을 넘겨받아 시민이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스타스포츠' 축제로 치러야 한다. 그게 한평생을 축구공과 살면서 후진양성에 몰두하던 채금석 선생의 축구 정신을 이어받는 길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시상식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는데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 해서 군산시 축구협회 백영식 회장을 만나 전후 사정 얘기를 들어보려고 운동장 내에 있는 축구협회 사무실을 찾았다. 그러나 말 못할 다른 이유가 있는지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기에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기억하기 싫은 이상한 시상식을 떠올리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2.08 11:28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 금석배' 축구대회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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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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