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이 차기전에

저 달이 차기전에 ⓒ 따미 픽쳐스

 

전 국민 이목을 집중시키며 올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쌍용 자동차 사태,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노동자들은 공장문을 걸어 잠그고 77일간이나 농성 투쟁을 벌였다. 이름하여 '옥쇄파업'.

 

인터넷 뉴스 <민중의 소리> 기자 2명은 출입이 완전히 봉쇄된 공장 안으로 몰래 잠입,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생생한 현장을 무비 카메라에 담았다. 카메라에 담긴 기록은 30대 젊은 영화감독(서세진) 손을 거쳐서 '저 달이 차기 전에'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언론에서 미처 비추지 못한 생생한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어요. 출입이 완전히 통제된 상태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 삶, 심리상태 같은 것을 속속들이 보여 주는…. 예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영화였어요. 쌍용 자동차 옥쇄파업은 정리해고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대한 경종이었어요."

 

3일 오후 7시 30분, 이 영화를 만든 서세진 감독은 경기도 안양 중앙성당 지하 영화 상영장에 직접 방문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중앙성당 강당 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신 감독 말대로 영화는 생생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팩트' 에만 충실했다.

 

"저 달이 동그랗게 되기 전에 끝내야 할텐데...애들 보고 싶어 죽것네"

 

 서세진(38) 감독

서세진(38) 감독 ⓒ 이민선

경찰 헬리콥터는 공장 지붕 위에 낮게 떠 있고 경찰들은 방패와 곤봉을 앞세운 채 노동자들을 쫓고 있다. 시끄러운 헬리콥터 소리 때문에 긴장감이 감돈다.

 

잠시 후 장면이 바뀌면서 한 노동자의 푸념 섞인 넋두리가 들린다. "저 달이 동그랗게 되기 전에 끝내야 할 텐데… 애들 보고 싶어 죽것네"라는. 노동자 머리 위로 상현달이 떠 있다.

 

물도 없고 음식도 없고 전기도 끊긴 상황,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다. 경찰 헬리콥터에서 노란 액체를 담은 비닐봉지가 떨어진다. 액체를 스티로폼에 떨어뜨리자 스티로폼이 그대로 녹는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위험한 액체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은 새총을 쏘아 댄다. 새총 탄환은 쇠붙이로 된 부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상자가 늘어난다. 경찰 들이 투하한 노란 액체는 한 노동자 종아리 살갖을 녹였고 새총에 맞아 찢어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의약품도, 의사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과 직면한 노동자들은 "우린 사람도 아니다"라며 절규한다.

 

옥상에서 전경들과 맞닥뜨렸다. 노동자들은 방패에 맞아 나뒹굴고 그 위로 발길질이 이어진다. 도장 공장에 불이 붙었다. 화학 약품이 많아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자들은 전력을 다해 불을 끄고 있고 전경들은 멀거니 구경만 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며 노동자들은 분노한다. 영화는 노동자들이 77일 간의 옥쇄파업을 마치고 공장 안에서 나오면서 끝이 난다.

 

노동자들이 얼마나 질기게 싸우나 보여줄 터

 

 박금석 직무대행

박금석 직무대행 ⓒ 이민선

이 영화는 옥쇄파업 77일간의 기록을 77분으로 '농축'한 다큐멘터리다. 옥쇄파업 중 벌어진 사건을 기초로 해서 노동자들이 겪은 심리적 갈등을 인터뷰 등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정리해고가 과연 옳은 것이냐?고. 대답을 관객들에게 남겨놓지 않았다. '정리해고는 곧 살인' 이라고 답한다. 이 대답은 영화 속 노동자들 푸념 속에서 계속 드러난다.

 

박금석 쌍용 자동차 노조 지부장 직무대행이 영화 상영 장에 방문, 그동안 심정과 파업이 끝난 후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상황을 설명했다. 박 지부장은 해고 명단에 끼지 않았으면서도 동료들과 함께 옥쇄 파업에 동참한 인물이다.

 

"이 영화 볼 때 마다 가슴이 저립니다. 아직도 분노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심리 치료 받고 있습니다. 그 당시 경찰과 사측이 보여준 야만적인 행동을 생각하면 지금도… 수십 년을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었습니다. 경악과 분노로 77일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옥쇄 파업 때 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말하는 동지들도 있습니다."

 

현재 조합원들 앞으로 약150억에 가까운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또 옥쇄파업에 마지막까지 참여한 조합원들 470명 앞으로는 300만원씩 벌금이 떨어졌다. 옥쇄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은 아르바이트나 막노동을 해서 생계를 꾸리며 복직투쟁을 하고 있고 3명은 아직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것이 조합원들을 파업 때 보다 더 힘들게 한다고 전한다.

 

옥쇄파업 중 6명이 세상을 떴다. 정리해고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파업이 끝난 후 95명이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아직도 33명은 그대로 구속된 상태다. 박 직무대행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질기게 싸울 수 있나 보여 줄 예정"이라며 발언을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2009.12.04 17:3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저 달이 차기전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