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몇 번의 클릭으로 수많은 정보들을 살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수 많은 정보들, 특히 언론들이 올리는 기사들이 어느 정도 사실을 담고 있을까? 한국 언론이 보도한 히딩크 관련 기사를 분석하여 우리 언론을 들여다 보자.

 

오늘 아침 이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를 접속했다. 뉴스란에 검고 굵은 글씨로 쓰여져 있는 제목을 보자마자 클릭을 했다. "월드컵 탈락 히딩크, 마법사에서 먹튀 추락"(일간스포츠), "히딩크 감독의 지휘봉 매직이냐, 먹튀냐"(매일경제) 자극적인 제목만큼 기사 내용도 꽤나 자극적이었다. 러시아 대표팀의 아르샤빈과 히딩크와의 불화 설, 그리고 있지도 않은 러시아 유력 일간지 '소비에트 스카이 스포츠'의 기사 내용까지…


히딩크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에 한국 기사들이 어느 정도의 신빙성을 갖고 있는지는 알아보기 위해 러시아 주력 일간지들에 나온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자 한다.

 

일단 유력 일간지 '소비에트 스카이 스포츠'의 존재에 대해 알아보자. 러시아 포털 사이트에서 소비에트 스카이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없었다. 그러다 어제 사놓은 '소베트스키 스포르트'가 기억이 났다. 러시아 철자로 Советский спорт 이것을 영어 철자로 옮긴다면 Sovietsky sport가 된다. 여기서 Soviet와 sky를 분리해 보자. 소비에트 스카이가 탄생되었다. 이렇게 그 기사의 첫 번째 암호를 해독 한 뒤 소베트스키 스포르트지의 사이트를 검색해 보았다(알고 보니 영국의 더선을 보고 쓴 것이었다.)


소베트스키 스포르트 사이트에는 18일부터 오늘까지의 신문내용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최근 10일간 발행된 신문의 내용을 본 결과 러시아 대표팀에 관한 기사는 14건이었고 히딩크와 관련된 기사는 9건이었다. 그 중 5건은 히딩크의 향후 계획에 대한 기사이고 나머지 4건은 히딩크의 인터뷰기사 1건, 2건은 히딩크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 그리고 나머지 한 기사는 러시아 선수단이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긴 일에 대한 내용이다.

 

히딩크의 거취에 대한 문제는 날이 갈수록 변하는 듯 하다. 뮌헨 감독설에서부터 남아공 월드컵에 감독으로서 가는 일은 없다는 내용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가장 유력한 내용은 다음 러시아 축구협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유리 세비도프. 스포르트 방송의 축구 프로그램에서.

유리 세비도프. 스포르트 방송의 축구 프로그램에서. ⓒ 스포르트TV


그렇다면 러시아 전문가들이 히딩크를 보는 눈은 어떨까? 히딩크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한결같다. 애초부터 반 히딩크 파(한국언론의 표현)였던 유리 세비도프는 히딩크 취임 전부터 외국인 감독은 러시아 팀을 맡을 수 없다는 의견을 낸 전문가이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멘탈은 외국인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16일에 자신의 칼럼에 러시아가 남아공 월드컵에 진출한다면 가장 커다란 이변일 것이다라고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그것 때문에 축구팬들에게 많은 욕을 먹었다고 한다.) 


그가 2개의 칼럼을 통해 이번 러시아의 패배에 관한 원인을 적었다. 첫번째 이유는 러시아 선수단의 의지가 부족한 점을 꼽았고, 두번째 이유는 준비되지 않은 3명의 선수, 즉 아르샤빈, 파블류첸코 그리고 지르코프의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들 셋중 파블류첸코와 지르코프는 소속팀에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해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못한 상황이었고, 아르샤빈은 러시아 대표팀의 주장으로서의 자질이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가 흥분을 잘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 번째로 히딩크의 선수 기용을 들었다. 세르게이 세막을 선발 출장 시키지 않은 점과 지르코프를 윙포워드로 세운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세막은 대표팀의 기둥이라고 표현하며 러시아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이고, 지르코프는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히딩크 취임 이후 러시아 대표팀에서 윙백으로 출전했었다. 그런 그를 가장 중요한 경기에 포지션 이동을 시킨 점은 큰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세비도프는 칼럼의 결론에 히딩크 취임 전에 그가 러시아의 수준을 여기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가 계속 러시아에 남고 싶어 한다면 우리는 그를 잡아야 한다고 적었다.

 

 바실리 우트킨. 러시아의 유명 축구 해설가

바실리 우트킨. 러시아의 유명 축구 해설가 ⓒ NTV

 

러시아의 저명한 축구 해설가인 바실리 우트킨도 한마디 더 거들었다. 24일 소베트스키 스포르트에 기고한 기사에 히딩크의 후임으로 누가 적절한가에 대해 적었다. 우트킨은 결론을 이렇게 맺었다. "누가 히딩크보다 뛰어난가? 그의 레벨을 뛰어넘는 감독이 있다면 논의 해 볼만 하다. 난 지금 히딩크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대표팀을 맡아 주었으면 한다."


11월 20일 기사를 본다면 항간에 떠도는 히딩크와 러시아 선수들간의 불화설은 그냥 소문이라고 치부해도 될 듯 하다. 그 기사의 제목은 "구스, 우리와 함께 남아주세요.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팀이 히딩크에게 부탁하다"이다. 내용은 이러하다. 러시아 대표팀을 태운 비행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날 때쯤 이그나셰비치를 비롯한 선수단이 히딩크에게 계속 팀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 히딩크는 감동을 받았고 생각을 좀 더 해봐야 한다고 했단다.

 

한국 기사를 보면 아르샤빈과 히딩크와의 불화설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소베트스키 스포르트의 아르샤빈 인터뷰는 10월 15일이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다른 신문들을 검색해 보았다. 소베트스키 스포르트와 경쟁하고 있는 또 다른 스포츠 일간지 스포르트 엑스프레스를 살펴 보아도 같은 의견들이 반복될 뿐이었다. 한결 같이 대표팀의 의지와 히딩크의 선수 기용이 가장 큰 패인으로 지적됐다.(소베트스키 스포르트지에 21일 히딩크가 직접 자신의 실수를 인정.)

 

27일자 스포르트 엑스프레스 사이트의 대문 글은 "아르샤빈 아직도 축구하기 싫다"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인터뷰 기사이다. 그 내용을 살펴 보자.


"나(아르샤빈)는 슬로베니아와의 경기에서 패한 이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주중에 있었던 챔피언스리그에서 자신의 발이 묶여 있던 것 처럼 느껴졌다. 항간의 소문에 떠돌고 있는 경기 전 날 음주설은 현재 대표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대표팀이 합숙하는 동안 음주를 한다면 그 선수는 당장 제명 당한다. 슬로베니아와의 경기에서 패인은 슬로베니아가 준비가 더 잘 되어있었고, 후반전에 들어서 자신의 체력이 떨어짐을 느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으나 히딩크 감독이 자신을 믿었기에 교체 요청을 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히딩크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이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란다. 그가 떠난다고 해도 우리는 잡을 수 없다. 그가 떠난다면 우리는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어떤 감독이 와도 우리 대표팀의 분위기를 이 정도까지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위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 보면 아르샤빈과 히딩크의 불화설도 근거가 없게 된다.

 

그렇다면 왜 근거 없는 소문들이 떠도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로는 특종에 대한 기자들의 지나친 경쟁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없는 신문 아니면 검증된지 않은 정보를 만들어서 까지 특종을 잡으려는 무분별한 경쟁은 우리 언론 보도에 가장 어두운 부분이다. 둘째는 언어 문제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의 외국 관련 기사는 대부분 출처가 외국 언론사이다. 그 기사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가 일어난다. 영어로 된 기사마저 왜곡되는데 하물며 러시아어 기사는 오죽하랴. 세 번째는 기사를 검증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는 점이다. 분명 수준 높은 기자들과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기사를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있고 그 글들을 우리는 몇 번의 검색으로 읽어 볼 수 있다. 사실이 검증되지 않은 글들이 범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글들을 올리는 포털이나 언론사들은 몇 번의 검토를 통해 기사를 검증해야 한다.


언론은 독자나 시청자들의 눈이요, 귀이다.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진실인양 퍼진다면 그것은 많은 독자들의 눈을 막고 귀를 막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는 거짓된 사실에 의해 진실된 사실을 볼 수가 없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우리 기자들이 그 펜을 진실된 용도로 쓰기를 바란다.

2009.11.27 21:27 ⓒ 2009 OhmyNews
러시아 히딩크 먹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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