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해태는 국보투수 선동렬이 일본으로 떠나고 나서도 그 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엘지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는 4승1패로 통산 9번째의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마지막 경기였던 5차전 선발로 나섰던 선수는 한국시리즈 최연소 완투승기록을 세운 아기호랑이 김상진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김상진은 위암으로 끝내 다시 마운드에 서지 못했고 해태역시 꽃다운 나이에 사라진 김상진 선수처럼 97년 우승을 끝으로 다시는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한채 2001년 KIA로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그리고 12년이 흐른 2009년 10월 16일, 타이거즈 팬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한국시리즈가 빛고을 광주에서 열렸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상대로 2연패 뒤 3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탄 SK는 두산과의 5차전에서 타력까지 폭발하며 한국시리즈를 정조준 했고 1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20여일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한 KIA는 경기감각 회복이 최대의 과제로 떠올랐다.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SK가 선발진은 KIA에 비해 약하지만 불펜이 강하기 때문에 SK가 선취점을 뽑을 경우 KIA가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KIA에는 레전드 이종범이 있었다. KIA타이거즈는 안방에서 펼쳐진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이종범의 2안타 3타점 활약을 앞세워 디펜딩챔피언 SK를 5-3으로 누르고 통산 10번째 우승을 향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닝이터 로페즈 그리고 유동훈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KIA와 SK는 선발과 불펜의 대결로 표현되었다. 불펜이 강한 SK는 선발진이 5이닝 정도만 버티면 필승조가 투입될 수 있는 상황이 되지만 상대적으로 불펜이 약한 KIA는 선발진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고민이 있었다. 때문에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을 놓고 고민한 조범현 감독은 올 시즌 8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로페즈를 선택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로페즈는 올 시즌 SK를 상대로 5경기에 등판해 31과 2/3이닝을 던지며 2승 무패 평균자책 2.57을 기록하며 SK전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3회와 4회 연속실점하며 흔들리는 듯 했으나 올 시즌 다승왕다운 이닝이터의 면모를 과시하며 8이닝 동안 6피안타(7삼진, 3사사구) 3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2009시즌 KIA의 마무리 고민을 일거에 해결한 유동훈은 5-3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퍼펙트로 막으며 한국시리즈 첫 세이브를 올렸다. 올 시즌 유동훈은 SK를 상대로 8경기에 나서 9와 2/3이닝 동안 3안타 2사사구만 허용한 채 평균자책 0을 기록한 SK 킬러였다.

 

막각불펜 무너뜨린 레전드 이종범

 

레전드 이종범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이종범선수(신인이던 93년과 일본으로 가기 전인 97년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

▲ 레전드 이종범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이종범선수(신인이던 93년과 일본으로 가기 전인 97년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 ⓒ KIA 타이거즈

한국시리즈 1차전의 히어로는 단연 이종범이었다. 이종범은 팀이 1-2로 뒤진 6회 2사만루에서 바뀐 투수 윤길현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타이거즈의 심장을 깨웠고 3-3동점이던 8회에는 국가대표 에이스 정대현을 상대로 1타점 결승타를 터뜨리며 후배들을 이끌었다. 이종범은 올 시즌 정대현을 상대로 6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하며 단 하나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타자들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몸이 무겁다며 우려를 나타냈던 조범현 감독은 "그래도 이종범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라는 표현을 자주했다. 그리고 1, 2번 테이블세터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CK포의 뒤를 바치는 6번 해결사로 나서 3타점을 올리는 만점 활약을 펼치며 팀에 1차전 승리를 안겼다.

 

이종범은 올 시즌 SK전에 18경기 나서 55타수 11안타 타율 0.200을 기록하며 자신의 시즌타율에 한참 모자란 성적을 기록했지만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며 SK불펜을 무너뜨렸다.

 

이종범의 활약은 결승타를 포함한 3타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시리즈 경험이 일천한 KIA선수단에 정신적 지주로서 최고의 기량을 펼친다면 팀은 동반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 KIA가 2009 정규시즌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러한 이종범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SK는 1차전 선발로 나선 카도쿠라가 5이닝동안 1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갔지만 믿었던 불펜이 무너지며 1차전 승리를 헌납하고 말았다.

 

과거 해태는 9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SK는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 1차전을 모두 내주고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V10을 향한 KIA는 2차전 선발로 토종에이스 윤석민을 예고했고 SK는 부상에서 돌아온 송은범을 예고했다. 2009 프로야구 우승을 향한 두 팀간 2차전은 17일 오후 2시 광주에서 펼쳐진다.

2009.10.17 09:46 ⓒ 2009 OhmyNews
한국시리즈 KIA타이거즈 이종범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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